세상의 진실

피라미드는 무엇을 생산했을까: 자연 전기와 고대 화학시설 가설

피라미드가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가 아니라, 자연의 전기로 비료와 산업용 화학 물질을 생산하던 시설이었다면 그 내부 구조는 어떻게 읽힐까? 방과 통로는 반응실과 유체의 이동 경로가 되고, 석재의 종류와 지하수의 위치는 시설의 작동 조건이 된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의 화학 생산시설 가설은 거대한 건축물을 세운 목적을 식량 생산과 채굴, 금속 가공이라는 문명의 구체적인 필요에서 찾는다.

이 가설의 핵심은 전기를 최종 생산물이 아니라 공정에 투입하는 동력으로 보는 데 있다. 낙뢰와 지각을 흐르는 지전류를 이용하고, 지하의 가스와 광물을 화학 제품으로 바꾸었다는 구상이다. 계단 피라미드의 메탄, 붉은 피라미드의 암모니아, 대피라미드의 황산은 각각 다른 시설에서 다음 공정에 쓰이는 재료가 된다. 돌을 원형으로 세운 환상열석에서 여러 피라미드가 역할을 나누는 생산 체계까지, 설명의 범위도 하나의 건축물을 넘어선다.

이처럼 복잡한 기술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엇으로 그 작동을 시험할 수 있을까? 석벽의 얼룩과 염류 침착물, 지하 광맥과 물길, 돌 사이의 방전 실험은 그 질문을 구체화한다. 한편 2017년 첫 이집트 여행에서 만난 낯선 남성과의 기묘한 대화는 연구의 출발에 얽힌 개인적 경험으로 남아 있다. 남성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는 드럼 연구자의 회고와 별개로, 화학 생산시설 가설이 답해야 할 문제는 분명하다. 각 시설이 무엇을 만들었고, 어떤 원리로 작동했으며, 그 설명에 따라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무엇을 예측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환상열석에서 피라미드로 발전한 화학 생산 기술

제프리 드럼의 화학 생산시설 가설은 이집트의 거대한 석조 구조물을 풍부한 천연자원을 화학 생산물로 바꾸는 고대 기술의 정점으로 본다. 돌을 원형으로 배치한 환상열석에서 피라미드에 이르기까지, 구조물의 변화에는 형태뿐 아니라 기능과 기술의 발전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드럼은 자연의 자원을 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이러한 기능에서 연금술이 고대 이집트에서 탄생했다는 첫 징후를 찾았다.

이 가설에서 기술의 출발점은 번개다. 신석기 시대 사람이 목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기 현상인 낙뢰가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구조물을 만들도록 이끌었다. 환상열석과 오벨리스크, 선돌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이용하는 시설이며, 같은 기술을 활용한 구조물이 전 세계에 세워졌다는 설명이다.

  1. 양전하가 축적된다.

  2. 번개 방전이 일어나고 비가 내린다.

  3. 대기 중에서 생긴 질산염을 비와 함께 얻어 비료로 이용한다.

드럼은 연구 동료들과 함께 돌 사이의 전기적 작용도 실험했다. 한 돌에 전압을 유도하고 전류를 흘려보내자 다음 돌로 전기 아크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이 실험과 유적 사이에서 찾은 기능적 연관성은 드럼이 지난 9년 동안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아 온 자료의 일부다.

발광 구체와 황·암모니아 냄새

거석 유적에서 전기가 작용한다는 가설은 그 주변에서 보고되는 발광 구체에도 주목한다. 일본 북부의 한 피라미드 유적에는 UFO 목격담이 전해진다. 드럼은 이곳을 일본 북부에서 가장 신비로운 유적 가운데 하나로 꼽는데, 특히 관심을 두는 것은 유적과 직접 연결되어 나타난다는 빛나는 구체들이다. 드럼은 이 발광체를 여러 형태로 모습을 바꾸는 플라스마 현상으로 설명하며, UFO 현상과 구형 번개 현상에 황과 암모니아 냄새가 직접 연관된다고 말한다.

인터뷰 진행자는 이런 냄새가 매우 흔하게 보고된다며 브라질 바르지냐의 사례를 들었다. 바르지냐에는 UFO 조우를 기념하는 조형물도 있다. 진행자의 표현으로는 도시 사람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 존재들에게서 황과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의 발광 구체와 브라질의 조우 이야기는 이처럼 냄새에 관한 증언에서도 공통점을 보인다.

첫 이집트 여행에서 만난 남성

드럼 자신도 첫 이집트 여행에서 기이한 만남을 겪었다고 회고한다. 친구와 저녁을 먹으려고 앉았을 때 마주한 남성은 눈이 크고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특히 두 눈이 카멜레온처럼 따로 움직이는 듯했고, 한쪽 눈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드럼에게는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 자체가 몹시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남성과 나눈 대화였다. 드럼의 회고에 따르면, 남성은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드럼의 생각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더니 드럼이 바로 그날 막 세운 이론에 관해 아주 체계적인 질문을 던지며 파고들기 시작했다.

카프레 피라미드 아래의 관형 구조물 주장

신호 처리 연구자 필리포 비온디(Filippo Biondi) 박사는 합성개구레이더와 도플러 단층촬영으로 얻은 스캔에 카프레 피라미드 아래의 거대한 구조물들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는 폭 20미터의 속이 빈 관형 구조물 여덟 개다. 이 연구는 피라미드 지하에 거대한 에너지망이 발견되었다는 제목과 함께 널리 관심을 끌었다.

비온디가 주장한 여덟 관형 구조물과 아직 필요한 현장 확인을 구분한 개념도.

탐사 기술의 작동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면, 그다음에는 카프레 피라미드 아래에 있다는 구조물을 실제로 찾아낼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연구를 둘러싼 대화에서도 기술 자체는 완전히 개념 입증을 마쳤다는 평가에 이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바로 그 대상에서도 입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다른 대상을 통해 방법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형 구조물이 있다는 장소를 그에 맞게 조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뷰 진행자는 비온디와 나눈 팟캐스트 대화를 흥미롭고 즐거운 만남으로 기억했다.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한 점이 신선했다. 제한적으로 접한 인상이기는 하지만, 비온디는 부정직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인품도 좋아 보였으며 비주류 과학과 과학사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호감이 연구 결과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진행자는 자신의 판단이 50 대 50인지, 60 대 40인지도 정확히 정하지 못한 경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조사할 가치가 대단히 크다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마르코니의 성공과 예상하지 못한 작동 원리

새로운 탐사법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제시된 설명이 처음부터 모두 옳아야만 발견이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온디는 첫 인터뷰에서 무선 주파수 엔지니어이자 ‘무선 통신의 아버지’로 소개된 굴리엘모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를 예로 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담에서 설명한 대서양 무선 통신의 실패 예상과 전리층 반사에 의한 수신 경로.

“마르코니는 너무 어리석어서 자신이 틀렸다는 걸 몰랐어요. 그래서 결국 성공했죠.”

진행자가 풀어낸 일화에서 당시 반대자들은 전자기 신호가 지구의 곡률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신호가 멀리 있는 수신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우주로 나가 버릴 테니, 대서양을 가로질러 보내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마르코니는 그 반대에도 실험을 시도했다. 무지가 언제나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실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진행자는 마르코니가 전자기파 자체가 휘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성공을 예상한 원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틀렸지만, 실험은 성공했다. 마르코니가 예상하지 못한 전리층에서 전자기파가 반사되어 다시 지상에 도달했고, 실제로 신호를 수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한 작동 원리가 틀렸더라도 실험이 뜻밖의 현상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비온디의 스캔에도 비슷한 가능성이 있을까? 진행자는 이것이 아직 자신의 바람이라고 분명히 했다. 피라미드 아래의 대상은 에너지망이 아닐 수도 있고, 인터넷에서 처음 제시된 해석도 틀릴 수 있다. 그래도 측정 결과가 가리키는 방향에 맞는 부분이 있다면, 실제로 내려가 조사했을 때 애초의 상상보다 훨씬 기이하고 흥미로운 것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였다. 최초의 설명을 확정하지 않더라도 관측 결과를 따라가 볼 이유는 남을 수 있다.

대담한 주장이 널리 퍼지면서 실제 지하 조사에 관심이 모일 가능성도 있었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 역시 이 연구 덕분에 사람들이 기자 고원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 동의했다. 드럼 연구자에게 지하는 피라미드와 별개의 흥밋거리가 아니라, 그 구조물들이 어떤 기능을 했는지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피라미드 내부에서 지하로 넓어진 탐사

피라미드의 기능을 둘러싼 관심은 그동안 대피라미드 내부에 집중되어 있었다. 드럼 연구자는 발전소설을 비롯해 내부 공간의 용도를 설명하는 이론은 많았지만, 정작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비온디의 연구는 피라미드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살펴야 할 범위를 지하까지 넓혔다.

그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탐사 결과뿐 아니라 결과에 도달한 원리도 따져야 했다. 비온디와의 앞선 인터뷰에서 근본 원리부터 질문을 던진 사람은 드럼 연구자였다. 진행자는 자신이 옆에서 대화를 돕는 역할에 가까웠고, 실제로 인터뷰를 이끈 사람은 드럼 연구자였다고 평가했다. 설명 가운데 허술하다고 느낀 부분을 짚는 질문들은 연구 결과가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동시에 진행자는 비온디가 직접 나와 여러 질문에 답하는 태도에서 자신의 연구에 대한 자신감을 읽었다. 날카롭게 질문하면서도 서로 존중하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는 점에는 두 사람 모두 동의했다.

드럼 연구자는 비온디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고 연구도 오랫동안 흥미롭게 지켜보았지만, 그렇다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우선 무조건적인 일축을 멈추고, 연구자가 작동 원리와 방법, 발견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요소들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주어야 했다. 이런 기술로 무언가를 발견할 가능성이 불과 5%라 해도 조사할 가치는 있었다. 비온디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집트 피라미드의 기능과 수수께끼에 관해 고고학 역사상 가장 큰 발견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자는 발견 가능성과 발견의 파급력을 함께 고려하는 기준으로 진화생물학자이자 동물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리처드 도킨스의 말을 소개했다. 도킨스를 현대 과학이라는 ‘사제 집단의 성채’를 지키며 늘 회의적인 편에 서는 인물로 묘사하면서도, 그런 사람의 기준으로 보아도 연구를 살펴볼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도킨스의 말이라고 의역해 소개한 취지는 어떤 주장이 사실일 때의 파급력에 그것이 사실일 가능성을 곱하면, 조사할 만한지를 판단하는 유용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었다. 피라미드 아래에 거대 구조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기존의 이해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능성만이 아니라 발견이 가져올 변화의 크기도 고려해야 했다.

드럼 연구자에게 연구의 타당성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문제였다. 여러 해 동안 연구 내용을 검토하고, 그 발견을 이집트 피라미드의 기능에 관한 자신의 작업 가설에 적용할 수 있을지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따라서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한 결과인지, 아니면 기각해야 하는지 판단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었다. 자신의 가설에 활용할 가능성을 검토했기 때문에라도, 피라미드가 무엇을 하던 시설인지 끝까지 파헤치려면 결과를 제대로 평가해야 했다.

드럼 연구자는 비온디에게 어느 주장에도 100%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2020년 최초 논문을 살펴보던 당시에는 대략 50 대 50의 입장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절반에는 연구를 전혀 믿지 않는 쪽도 포함되어 있었다. 검토할 기회를 열어 두는 것과 연구 내용을 확신하는 것은 처음부터 다른 문제였다.

피라미드 내부 탐지와 깊은 지하 탐지는 다른 문제다

필리포 비온디 연구팀이 찾으려는 것은 기존의 고고학적 조사로 기록되지 않은 숨은 구조물이다. 그러나 피라미드 내부의 구조물을 찾아내는 것과 깊은 지하까지 탐지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고대 화학 생산시설 가설을 연구하는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이 기술에 남겨 둔 가능성도 주로 내부 탐지에 있었다.

내부 탐지 가능성과 깊은 지하 탐지에 대한 의심을 구분하고 드럼의 신뢰 변화를 보여주는 그림.

드럼 연구자는 처음에 연구를 믿지 않는 쪽과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는 쪽에 각각 50%의 무게를 두었다. 몰타 학회 이후 자료를 더 조사하고, 카프레 피라미드를 다룬 연구팀의 두 번째 논문에 관한 영상을 더 만들면서 그 비중은 70 대 30으로 바뀌었다. 가능성을 인정한 30%는 피라미드 안의 구조물을 제한적으로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나머지 70%는 기술이 깊은 지하를 전혀 투과하지 못하고, 이른바 기둥 구조물도 실제 물체가 아니라 스캔 과정에서 생긴 허상일 것이라는 쪽이었다. 그는 이를 반향이나 장노출로 나타나는 현상에 빗대었다.

인터뷰 전날 비온디와 처음으로 직접 마주 앉아 대화한 뒤에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비중이 30%에서 20%로 더 줄었다. 그동안 마음에 걸렸던 핵심 질문들을 던졌지만, 답을 듣고도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낮아졌다. 같은 분야의 다른 사람들, 특히 이 연구를 즉각 반박했던 사람들도 제기해 온 문제들이었다. 아래 수치는 드럼 연구자 자신의 판단이 검토 과정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 준다.

검토 단계믿지 않는 쪽가능성을 인정하는 쪽
초기 판단50%50%
몰타 학회 이후 추가 조사와 카프레 피라미드 두 번째 논문 검토70%30%
인터뷰 전날 비온디와 직접 대화한 뒤80%20%

그렇다고 기술에 아무런 가능성도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니었다. 비온디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과 전문성에 대한 인정도 남아 있었다. 레이더 엔지니어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비온디는 자신이 다루는 기술을 잘 알 만한 전문가였다. 다만 그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과 지하 탐사 결과를 신뢰하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었다.

탐지 방법을 공개하고 다른 연구자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드럼 연구자는 연구를 둘러싼 양극단의 반응을 모두 경계했다. 한쪽에서는 제대로 파고드는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즉시 거부하거나 논의 자체를 막았다. 반대쪽에서는 아무 의심 없이 전적으로 받아들이며, 피라미드 아래 외계 거대 구조물 안에서 거대한 도시를 발견했다고 단정했다. 그는 이런 반응을 예로 들어 무조건적인 수용이 얼마나 앞서 나갔는지를 비판했다.

탐지 방법의 공개와 독립 재현, 발견된 구조물의 기능 해석을 구분한 연구 과정.

문제점을 묻는 목적은 비온디를 반박하고 끝내려는 데 있지 않았다. 연구에 관심이 컸기 때문에 더 많은 자료와 설명을 계속 내놓기를 바랐다. 진행자도 드럼 연구자가 적절한 질문으로 실제 문제를 짚었다고 평가하며, 이제 비온디가 후속 설명으로 답해야 한다고 보았다.

진행자가 요구한 핵심은 다른 과학자들도 접근하고 재현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비온디만 알고 있는 이른바 ‘독점적인’ 기술이나 절차가 있다면, 다른 연구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더 넓은 과학계에서 재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진행자는 현재 너무 많은 내용을 비온디가 설명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법과 결과를 공개해 누구나 그 내용을 이해하고 면밀히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였다.

숨은 구조물의 존재를 탐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라미드가 무엇을 하던 시설이었는지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진행자는 시설의 기능에 관한 구체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인물로 드럼 연구자와 항공우주 제조 엔지니어 크리스토퍼 던을 꼽았다. 두 사람의 관심은 피라미드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넘어, 그 구조가 어떤 일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는지에 있었다.

발전소와 화학 생산시설은 무엇이 다른가

피라미드를 무덤이 아닌 산업시설로 본다고 해도, 무엇을 투입해 무엇을 얻는 시설이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항공우주 제조 엔지니어 크리스토퍼 던(Christopher Dunn)의 발전소설과 제프리 드럼 연구자의 화학 생산시설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린다. 한쪽은 화학 물질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시설을, 다른 쪽은 자연의 전기를 이용해 화학 물질을 만드는 시설을 제안한다. 핵심 차이는 에너지가 최종 생산물인가, 생산에 쓰이는 입력인가에 있다.

던은 『기자 발전소』(The Giza Power Plant)에서 대피라미드를 발전소이자 전자 수확기로 설명한다.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 제2142회에서도 이른바 왕의 방과 그곳으로 이어지는 통로의 용도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발전소죠. 책 제목은 『기자 발전소』인데, 저는 이를 전자 수확기라고 설명합니다.

크리스토퍼 던의 발전소·전자 수확기 설명과 연결되는 조 로건 인터뷰 발췌.

발전소와 전자 수확기는 서로 배타적인 명칭이 아니라 같은 시설의 기능을 가리키는 두 표현이다. 드럼 연구자와 대화한 진행자는 조 로건의 방송과 다른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던의 설명을 수소 발전소, 곧 에너지 생산시설이라는 뜻으로 정리했다. 반면 드럼 연구자의 가설에서 생산하는 것은 야금과 채굴, 기본적인 농업에 필요한 물질이다. 진행자는 이러한 생산 활동을 문명의 에너지 이용 수준을 논하는 카르다쇼프 척도와도 연결했다.

진행자는 피라미드가 처음부터 무덤으로 구상되었다는 견해에서 전반적인 합의가 벗어나고 있으며, 학계도 그 흐름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보았다. 그 선두에 영국 작가 그레이엄 핸콕과 미국의 자연과학 부교수 로버트 쇼크를 놓았고, 드럼 연구자도 무덤설에서 벗어나는 흐름이라는 평가에 동의했다. 그러나 무덤이 아니었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는지는 여전히 두 가설을 가르는 질문이다.

비교 항목크리스토퍼 던의 발전소설제프리 드럼의 화학 생산시설설
투입하는 것화학 물질자연의 전기
얻는 것에너지산업용 화학 제품
중심 기능발전소·전자 수확기산업 규모의 화학 물질 생산
설명 범위대피라미드환상열석·오벨리스크·통로와 방을 갖춘 시설에서 여러 이집트 피라미드까지

대피라미드 하나에서 여러 시설의 생산 체계로

두 가설은 투입과 산출의 방향뿐 아니라 설명하려는 구조물의 범위도 다르다. 드럼 연구자에 따르면 던은 오직 대피라미드에 집중하며, 스스로도 대피라미드만 다루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대피라미드에 적용한 작동 원리를 다른 구조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피라미드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던 자신도 연구의 한계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메탄에서 암모니아와 비료로 이어지는 흐름 및 별도로 제안된 황산·염산 생산시설.

드럼 연구자의 연구는 돌을 원형으로 배치한 환상열석과 오벨리스크 구조물의 기능에서 출발한다. 이어 뉴그레인지와 세계 각지의 통로·방 체계를 다루며, 통로와 내부 방을 화학 반응에 이용하는 ‘통로·방 반응시설’로 해석한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이처럼 여러 종류의 석조 구조물을 아우르는 연구의 일부다. 계단 피라미드, 붉은 피라미드, 굴절 피라미드, 대피라미드, 중앙 피라미드를 각각 고립된 건축물이 아니라 다양한 화학 물질을 산업 규모로 생산하는 통합 체계로 보는 것이다.

이 가설에서 한 시설의 생산물은 다른 시설이 사용하는 재료가 된다. 계단 피라미드에서 시작해 비료를 얻기까지의 공정은 다음과 같다.

  1. 계단 피라미드 내부에서 메탄을 추출하고 생산한다.

  2. 그 메탄을 붉은 피라미드에서 암모니아로 전환한다.

  3. 암모니아를 탄산수소암모늄 또는 요소로 전환한다.

마지막 단계의 생성물은 하나로 확정하지 않는다. 드럼 연구자는 탄산수소암모늄과 요소의 화학 조성이 비슷하며, 어느 쪽이 만들어지는지는 반응의 전체적인 온도와 압력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되, 현재는 암모니아 기반의 고체 화합물 비료인 요소 쪽에 더 무게를 둔다.

기자 고원의 피라미드에는 별도의 생산물도 배정된다. 대피라미드에서는 황산을, 중앙 피라미드에서는 염산을 생산했다는 것이다. 여러 시설이 서로 다른 물질을 생산하면서 일부는 다음 공정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고, 최종적으로 농업용 비료와 야금·채굴에 필요한 화학 제품을 얻는다. 따라서 이 가설은 피라미드에서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설 사이의 역할 분담과 생산물의 쓰임새를 통해 왜 그런 시설을 건설했는지까지 설명하려 한다.

진행자는 드럼 연구자가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누구 못지않게 깊이 파고들었으며, 방대한 자료를 이론에 대조하는 데 큰 공을 들였다고 평가했다.

9년 동안 축적한 연구와 전체 증거를 살피는 원칙

피라미드를 화학 생산시설로 보는 제프리 드럼의 연구는 2017년부터 2026년까지 9년 동안 이어졌다. 2020년에는 책을 출간하고 유튜브 채널을 공개했으며, 이후 6년 동안 연구를 바탕으로 만든 영상은 400편을 넘었다. 각 구조물이 어떤 기능을 했고, 그 기능을 수행하려면 어떤 작동 원리가 필요했는지를 하나씩 상세히 다룬 자료다. 다만 자료가 쌓일수록 처음 관심을 가진 사람이 어디서부터 살펴봐야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려워졌다.

드럼은 플로리다를 방문했을 때 Limitless에서 9시간 동안 발표했고, 역사 미스터리를 다루는 팟캐스트 진행자 대니 존스의 방송에서도 7시간 동안 대화했다. 이번 인터뷰의 진행자가 전한 대니 존스의 평가는 가장 상세한 대화였다는 것이었다. 대담이 끝날 무렵에는 지칠 정도였고, 드럼도 자신과 대니 존스 모두 지쳤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드럼에게는 두 차례의 긴 발표와 대담에서 다룬 내용조차 그동안 찾아낸 뒷받침 증거의 빙산의 일각이었다.

이처럼 많은 자료를 검토할 때 드럼이 내세운 원칙은 특정 주장에 유리한 일부 정보가 아니라 관련 정보 전체를 빠짐없이 살펴보는 것이었다. 필리포 비온디의 연구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드럼은 자신이 기존 증거를 꼼꼼히 따진다는 진행자의 평가를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진행자는 그런 면밀함이 이번 대화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라, 대니 존스를 비롯한 다른 팟캐스트 출연에서도 나타났다고 답했다.

무한한 에너지보다 비료·채굴·야금에 주목하는 이유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서 진행자가 특히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부분은 암모니아와 비료였다. 비교 대상은 핵융합으로 투입한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고, 지구 전체에 무상 에너지를 공급하며, 아틀란티스가 무한한 풍요를 누리는 유토피아였다고 그리는 이야기였다. 그에 비해 드럼의 가설은 풍요로운 세계를 먼저 상정하기보다, 문명을 유지하려면 실제로 무엇을 생산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진행자는 지구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능력을 다루는 널리 알려진 틀로 카르다쇼프 척도(Kardashev scale)를 소개하고, 그 척도의 1단계 문명에 무엇이 필요할지를 물었다. 이를 기자 고원이라는 구체적인 지역에 적용했을 때 꼽은 활동은 비료 생산과 채굴, 야금이었다. 농업에 쓸 비료를 만들고, 자원을 캐내며, 금속을 얻고 가공하는 일이 그곳의 문명을 지탱하는 데 필수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대 기술의 목적을 이처럼 구체적인 생산상의 필요에서 찾는다는 점이, 진행자가 드럼의 가설을 어떤 면에서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이유였다.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과 화학 기술의 이중 용도

농업에 필요한 비료를 만드는 기술은 사람을 먹여 살리지만, 같은 화학 기술이 무기 생산에도 쓰일 수 있다.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는 대담에서 그 양면성을 보여 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진행자는 대니 존스의 방송에서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하버와 연결해 설명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하버를 현대의 비료 사용 기술을 발전시킨 인물로 소개했다. 동시에 그를 나치라고 부르며 사람들의 죽음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하버와 연결해 기억하는 물질이 겨자가스인지, 시안화물계 살충제로 소개한 치클론 B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화학 기술이 비료 생산과 군사적 용도로 갈라질 수 있다는 이중 용도 개념.

드럼 연구자가 주목한 것은 식량 생산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 대량 살상에 전용됐다는 점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하버가 원래 발명한 산업 규모의 암모니아 합성 공정은 식량 생산용 비료를 만드는 기술이었으나, 나중에는 화학전에 쓰였다. 사람을 먹여 살리려던 발명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됐고, 드럼 연구자는 이것이 하버가 자살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이 무기화됐는지를 두고는 두 사람 모두 확신을 보이지 않았다. 진행자는 겨자가스가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됐다는 점을 떠올리며 앞선 언급을 다시 짚고, 하버와 연결하려던 물질이 치클론 B였는지 아니면 다른 것이었는지 물었다. 드럼 연구자는 군사용 활용 사례로 질산암모늄 폭약을 들었으며, 유독한 화합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형태로 무기화했는지는 알지 못하고, 질산암모늄이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유보했다.

진행자는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에게서도 비슷한 양면성을 찾았다. 노벨상을 만든 노벨이 발명한 것도 다이너마이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발명이 사람을 해방하고 자유롭게 하며 풍요를 가져오는 한편 군사용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중 용도란 이처럼 같은 기술을 민간의 필요와 군사적 목적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료 생산과 폭약 제조는 화학 기술이 식량 공급과 살상이라는 정반대의 목적에 쓰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였다.

하버의 세 방과 붉은 피라미드의 배치

하버 공정은 대기 중 질소와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산업 공정이다. 드럼 연구자는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1900년대 초 산업 규모의 혁신적인 화학 합성 사업을 추진했으며, 두 사람 모두 이집트 곳곳을 여행했다고 설명한다. 보슈를 ‘전기화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이들의 여행에서 한 가지 가능성에 주목한다. 하버가 붉은 피라미드를 조사해 작동 원리를 알아내고, 이를 현대의 암모니아 합성 공정으로 옮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설계 가설에 따르면, 하버는 드럼 연구자 자신처럼 붉은 피라미드의 구조를 살펴 그 안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거꾸로 추론했다. 그러나 발견한 내용을 책으로 내거나 공개하는 대신 비밀로 간직한 채 산업 공정으로 바꾸었다. 오늘날 하버 공정으로 알려진 암모니아 생산 기술이 고대 시설에서 얻은 지식으로 탄생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두 시설을 비교할 때 눈에 띄는 것은 방의 수와 높이 차이다. 드럼 연구자가 설명하는 하버의 최초 장치는 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방은 지면 높이에 있고, 세 번째 방은 받침대 위에 놓여 있다. 다슈르에 있는 스네프루의 붉은 피라미드도 아래쪽의 제1실·제2실과 그보다 높은 제3실로 구성된다.

붉은 피라미드의 세 방과 하버 장치의 두 낮은 방·한 높은 방 배치를 비교한 개념도

드럼 연구자는 이 두 구조를 나란히 놓으면 하버의 장치가 붉은 피라미드의 방들을 그대로 복제한 모습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세 번째 방을 받침대 위에 올릴 기술적 이유가 없는데도 그렇게 배치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능상 필요하지 않은 높이 차이를 유지한 것은 하버가 원래의 피라미드에 경의를 표한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행자도 방들이 특정 면에서 일대일로 대응하고, 기능상 필요하지 않은 배치까지 일치한다면 피라미드를 베낀 것처럼 보인다고 응답했다.

형태뿐 아니라 작동 원리도 비교 대상이다. 드럼 연구자는 두 시스템 모두 내부의 온도와 압력을 높여 화학 반응을 촉진한다고 설명한다. 압력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는 직접 모형을 만들었던 경험을 들었다. 연구팀이 제작한 붉은 피라미드의 1:40 축소 모형은 내부 압력 때문에 완전히 폭발했다고 한다.

이집트 여행 기록과 피라미드 방문의 차이

하버의 이집트 여행과 붉은 피라미드 조사는 역설계 가설에서 서로 다른 단계다. 진행자는 하버가 이집트에 갔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피라미드를 직접 방문했다는 기록도 있는지 물었다. 드럼 연구자는 그런 문서는 없다고 답했다. 이집트 여행 기록과 그곳에서 보낸 날짜가 적힌 엽서들은 남아 있지만, 피라미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기록은 없다는 것이다.

여행 외에 드럼 연구자가 주목한 연결 고리는 초기 암모니아 합성 사업의 자금이었다. 그가 소개한 책에는 하버의 최초 암모니아 합성 사업에 이집트 은행가가 자금을 댔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집트 여행과 서신에 더해 사업 자금까지 이집트와 연결된다는 점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를 음모론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이러한 연결에는 매우 특이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역설계 가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단서는 장치 자체의 배치였다. 세 번째 방을 굳이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까닭은 무엇일까? 드럼 연구자는 작동에 필요하지 않은 높이 차이가 붉은 피라미드와 같다는 점에 계속 주목했다.

빙하기 이후 문명 재건을 위한 석조 기술

하버의 장치와 붉은 피라미드의 구조가 닮았다는 비교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피라미드를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이른다. 진행자는 건설 주체와 시기부터 치열한 논쟁거리인 만큼, 화학 물질 생산시설이라는 가설의 세부 근거와 목적을 검토하기 전에 이 문제를 짚었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마지막 빙하기 말에 인간이 문명을 재건하기 위해 석조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환상열석과 뉴그레인지 같은 시설을 거쳐 이집트 피라미드에 이르렀다는 가설을 제안한다.

그 출발점은 돌을 원형으로 세운 환상열석과 통로 및 내부 방을 갖춘 뉴그레인지 같은 구조물이다. 드럼 연구자가 ‘통로·방 반응시설’이라고 부르는 후자의 구조물은 내부에 화학 반응실을 둔 초기 형태의 피라미드다. 예를 들어 방 안으로 습한 공기를 순환시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뉴그레인지 같은 시설에서 지구의 천연자원을 활용하는 이 기술이 처음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서 석조 시설은 빙하기가 끝난 뒤 문명을 다시 세우고, 여러 세대에 걸쳐 인류가 번성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산업 기반시설이다. 특정 지역에 비와 대기에서 유래한 질산염 비료를 공급하면 농업을 촉진할 수 있다.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일은 곧 식량 확보와 연결되며, 생산물의 쓰임은 농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중 하나인 황산제일철은 토양 개량에 널리 쓰일 뿐 아니라 황산을 만들거나 금속 철을 얻는 데도 사용할 수 있어, 농업과 건설 재료 양쪽에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반응시설을 발전시켜 설계한 것이 이집트 피라미드이며, 그 첫 단계는 계단 피라미드였다고 본다. 계단 피라미드의 기능은 기반암에 매장된 메탄을 추출하는 것이다. 습한 공기를 순환시키는 반응실에서 지하 가스를 끌어내는 시설로 발전하면서, 석조 구조물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의 범위도 넓어졌다는 구상이다.

낙뢰로 찾는 지하자원과 피라미드의 가동 시기

메탄 추출시설이 자리할 곳을 찾는 데에는 낙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럼 연구자는 지하 천연자원과 지각을 흐르는 전류인 지전류, 낙뢰가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기반암에서 스며 나오는 메탄에 낙뢰로 불이 붙으면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이 생길 수 있으며, 고대인들은 이를 신성한 불로 숭배했다는 것이다. 조로아스터교를 비롯한 고대 중동 종교의 성화를 이 현상과 연결하고, 델포이 신탁소 역시 메탄이 스며 나와 타오르던 곳이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메탄 누출 지점 가운데 상당수는 낙뢰로 점화되었다고 본다.

낙뢰와 불꽃을 지하자원 위치의 단서로 본 가설 및 기술 시작과 피라미드 가동 시기의 구분.

따라서 낙뢰는 단순히 가스에 불을 붙이는 현상을 넘어, 고대인에게 석유와 가스, 나아가 금속 광물이 매장된 곳을 알려 주는 길잡이가 된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전기 현상과 불꽃을 관찰해 지하자원의 위치를 알아내고, 그곳에 자원을 이용하는 시설을 세웠다는 것이다. 계단 피라미드도 기반암의 메탄을 추출하기 위한 시설로 이 과정에 포함된다.

드럼 연구자가 제안하는 연대에서 석조 기술의 발전은 마지막 빙하기 말인 기원전 약 1만 년에 시작된다.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은 기원전 약 8500년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가동 시기는 기원전 8500년부터 기원전 약 5300년까지로 본다. 약 3000년에 걸친 가동 기간을 사하라 습윤기와 연결한다. 기술을 발전시키기 시작한 때와 피라미드를 실제로 운영했다고 보는 때는 서로 다르다.

구분제안하는 시기해당 단계의 내용
석조 기술의 발전 시작기원전 약 1만 년, 마지막 빙하기 말인간이 문명 재건과 후대의 번성을 위해 환상열석과 통로·방 반응시설 같은 자원 활용 기술을 발전시키기 시작한 시기
피라미드의 가동기원전 8500년부터 기원전 약 5300년까지사하라 습윤기와 연결하여 피라미드들이 운영되었다고 보는 기간

일본 조몬의 석조 시설과 공통 동력원

이 기술 발전 가설은 이집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본의 조몬 문명도 환상열석과 통로·방 반응시설, 피라미드를 건설한 주체로 포함된다. 드럼 연구자는 조몬의 기원이 기원전 약 3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빙하기에 살던 사람들이 빙하기를 살아남았고, 기원전 약 1만 년부터 잉글랜드와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환상열석과 유사한 구조물을 짓기 시작했다는 연대다.

이 구상에서는 세계 여러 지역의 석조 구조물을 서로 별개인 건축물로 보지 않는다. 환상열석에서 통로와 방을 갖춘 반응시설로, 다시 이집트 피라미드로 발전하면서 자연의 전기를 이용하는 기술을 점차 높은 수준으로 구현했다고 본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그 기술이 정점에 이른 시설이다.

시기·기간드럼이 제시하는 사건기술 발전에서의 위치
기원전 약 3만 년일본 조몬의 기원빙하기에 살며 이후까지 살아남은 사람들
기원전 약 1만 년부터환상열석과 유사한 구조물 건설 시작잉글랜드와 일본의 석조 구조물을 같은 기술로 연결하는 단계
기원전 약 8500년이집트 피라미드 건설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석조 기술이 정점에 이른 단계
약 3000년 동안이집트 피라미드 가동화학 생산시설로 사용되었다는 기간

일본의 구체적인 사례는 내부에 붉은 화강암 방이 있는 피라미드형 유적이다. 드럼 연구자는 이곳에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와 일부 발굴이 이루어졌으며, 인공 피라미드라는 점이 고고학적으로 완전히 기록되어 있다고 단언한다. 내부의 붉은 화강암 방은 화학 반응실로 해석한다. 일본에서도 환상열석과 통로·방 반응시설, 피라미드가 낙뢰와 지전류를 이용하는 같은 기술을 구현했다는 사례로 드는 것이다.

진행자는 여기서 세계 여러 지역에 거석 유적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그 시설들의 기능에 주목했다. 상당수 유적이 실제로 작동하는 시설이었고, 환상열석에서 피라미드로 발전하면서 지구의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도 높아졌다는 뜻인지 물었다. 드럼 연구자는 이에 동의했다. 구조물의 형태와 복잡성은 달라져도 같은 동력원을 이용했다는 것이 이들을 하나의 기술 발전 과정으로 묶는 공통점이다.

지하 샘물이 지전류를 모으는 자리

환상열석과 피라미드의 공통 동력원으로 제안된 지전류(telluric currents)는 지각을 통해 흐르는 전류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의 가설에서 환상열석은 이 전류를 모아 지표면에 양전하를 형성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돌의 재료와 배치뿐 아니라 그 아래의 지하 샘과 금속 광물 광상도 함께 살펴야 한다. 구조물이 지하의 천연자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광물질이 풍부한 지하 샘물이 지전류를 모아 환상열석의 지표 전하와 연결된다는 가설.

드럼 연구자는 전 세계의 환상열석과 기자 고원의 피라미드가 지하 샘 위에 세워졌으며, 더 나아가 이집트의 모든 구조물이 지하수가 저장된 곳에 자리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조건은 물의 존재만이 아니라 물에 풍부하게 녹아 있는 광물질이다. 순수한 물과 달리 이런 샘물은 전기가 매우 잘 통하므로, 지각 속 전류가 지하수 부근에서 더 활발하게 흐르고 모인다는 것이다. 그 수원 바로 위에 세운 환상열석으로 지전류가 유입되어 모이면 지표면에 양전하가 형성된다. 석조 구조물과 지하 수원은 이처럼 하나의 체계로 작동한다.

지표면의 전하를 측정한 사례로는 고대 문명을 연구한 작가 존 버크(John Burke)의 연구를 든다. 버크는 『지식의 씨앗, 풍요의 돌』(Seed of Knowledge, Stone of Plenty)에서 정전 전압계로 측정하고 기록한 전하를 다뤘다. 드럼 연구자는 이 기록에 주목하지만, 고대 사람들이 그러한 전기적 환경을 조성한 목적에 대해서는 버크와 정반대의 가설을 제안한다.

환상열석의 목적: 씨앗 처리인가, 낙뢰 유도인가

버크가 제안한 환상열석의 목적은 씨앗 생산이었다. 원형으로 배치한 돌 안에 씨앗을 넣고, 그곳의 전기장과 자기력을 이용해 씨앗의 DNA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때 낙뢰는 양의 전기장이 축적되면서 생긴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반면 드럼 연구자의 가설에서는 번개를 끌어들이는 일 자체가 의도한 기능이다. 두 사람 모두 환상열석 내부 지표의 양전하에 주목하지만, 한쪽은 낙뢰를 씨앗 처리에 뒤따르는 부수적 현상으로, 다른 쪽은 시설의 목적으로 본다.

같은 환상열석의 양전하를 씨앗 처리와 낙뢰 유도라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해석한 비교.

비교 항목존 버크의 제안제프리 드럼의 가설
환상열석의 목적전기장과 자기력을 이용한 씨앗 처리·생산지표의 양전하 축적을 이용한 낙뢰 유도
낙뢰의 위치의도하지 않은 결과의도한 작동
주목하는 현상환상열석 내부 지표의 양전하같은 양전하 축적과 이를 만드는 석재의 유전 분극

전류가 흐르는 샘물과 전기장을 저장하는 돌

낙뢰 유도 가설에서 샘물과 돌은 서로 다른 전기적 역할을 맡는다. 광물질이 풍부한 샘물은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반면, 돌은 전기를 잘 통과시키는 도체가 아니라 전기장을 저장할 수 있는 유전체다. 따라서 지하에서 올라오는 전류와 돌 안에서 전하가 분리되는 현상은 같은 과정이 아니다. 돌 안에서 아래쪽은 음전하를, 위쪽은 양전하를 띠도록 전하가 나뉘는 현상을 유전 분극이라고 설명하며, 그 방향은 샘물을 통해 올라오는 전류의 방향을 따른다고 본다.

광물질 함유 샘물의 전류 흐름과 유전체 돌 내부의 전하 분리를 구분한 확대도.

샘물과 석재가 지표의 전하 형성에 관여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광물질이 풍부한 지하 샘물을 통해 전류가 위쪽으로 흐른다. 전류의 방향을 나타내는 벡터도 위를 향한다.

  2. 유전체인 돌에서 그 방향을 따라 분극이 일어난다. 돌 전체를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로 보는 것은 아니다.

  3. 아래쪽의 음전하와 위쪽의 양전하가 나뉘면서 지표에 양전하가 축적된다. 이 표면 전하가 번개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현장 측정에는 정전 전압계뿐 아니라 자기계도 등장한다. 진행자가 유적에서 정전 전압계로 직접 확인했는지 묻자, 드럼 연구자는 여러 유적에서 자기계를 많이 사용한 경험을 답으로 들었다. 정전 전압계로 전하를 기록한 사례는 버크의 연구이며, 드럼 연구자가 여기서 소개한 자신의 경험은 자기계를 이용한 조사다.

구체적인 사례는 일본의 한 큰 언덕이다. 꼭대기에는 안산암 돌들이 일정한 배치로 놓여 있는데, 드럼 연구자는 안산암에 포함된 자철석 때문에 돌에서 매우 강한 자기장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돌들을 조사한 구마모토대학교 연구진도 강한 자기장을 확인했으며, 돌에 번개가 내리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전한다. 이 사례에서는 석재에 포함된 자철석, 강한 자기장, 반복되는 낙뢰가 함께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한다.

스톤헨지의 석재와 초기 오벨리스크 기술

제프리 드럼 연구자의 낙뢰 유도 가설은 스톤헨지에도 적용된다. 스톤헨지는 드럼 연구자가 약혼한 장소이기도 하다. 진행자는 결혼한 곳으로 기억했지만, 드럼 연구자는 약혼한 곳이라고 바로잡았다.

스톤헨지에서 전기적 기능과 관련해 주목하는 부분은 서로 다른 석재의 조합이다. 사르센석은 실리카 함량이 높은 사암이고, 블루스톤은 웨일스에서 가져온 돌이다. 여기에 운모를 사용한 제단석의 구성이 더해진다. 드럼 연구자는 제단석이 피뢰침, 곧 오벨리스크와 같은 기능을 했다고 본다. 세계 곳곳에 세워진 입석과 선돌 역시 낙뢰를 끌어들이는 피뢰침이며, 오벨리스크 기술을 가장 초기에 구현한 형태라는 것이다.

이 가설에서 피라미드 이전의 환상열석과 거석 구조물은 돌의 전기적 성질을 이용하던 초기 시설이다. 먼저 돌을 이용해 낙뢰를 유도하는 기술이 발전했고, 이집트의 석조 구조물에서 그 기술이 정점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는 별개의 발명이라기보다,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기술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구현한 구조물로 이해된다.

돌 꼭대기의 양전하가 낙뢰를 끌어들이는 원리

돌을 원형으로 배치한 환상열석에서는 석재뿐 아니라 그 아래의 수원도 중요하다. 진행자는 돌에 광물질이 풍부하고 지하에도 광물질이 풍부한 샘물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정전 전압계로 큰 전류를, 자기계로 강한 자기 활동을 감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어, 이런 조건이 거석을 때때로 피뢰침처럼 작동하게 하는지 물었다.

대담의 설명에 따른 돌 꼭대기의 양전하 축적과 구름에서 지표로의 방전 과정.

드럼 연구자의 답은 돌 꼭대기에 양전하가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세워 놓은 돌인 선돌이나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양전하가 모이면, 그곳이 구름에서 지면으로 내려오는 음전하 낙뢰의 표적이 된다. 돌의 역할은 단순히 높은 곳에 서 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꼭대기에 전하를 모아 방전이 일어날 지점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때 번개는 거대한 정전기 현상으로 설명된다. 뇌우가 발생하면서 전하가 쌓이고 방전하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뇌우가 발생하면 대기와 구름에 음전하가 쌓이고, 지표에는 양전하가 축적된다.

  2. 번개는 양전하가 모인 지면까지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 방전한다. 선돌이나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모인 양전하는 그 지점을 낙뢰의 표적으로 만든다.

  3. 방전하면서 서로 반대인 두 전하가 균형을 이룬다.

번개와 비로 농경지를 다시 만드는 구상

번개를 특정 지점으로 끌어들인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제시한 목적은 단순히 전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대기에서 생성되는 질산염을 비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돌에 전하를 모아 낙뢰를 유도하고, 그때 만들어진 질산염을 비와 함께 땅에 공급한다면 농경지를 다시 조성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낙뢰로 생성된 질산염이 비와 함께 토양에 공급된다는 농업적 테라포밍 구상.

드럼 연구자는 이 생각을 발전시키던 중 존 버크의 연구를 접했다. 작가 휴 뉴먼을 만나기 전까지는 버크의 연구를 잘 몰랐지만, 인터뷰 시점으로부터 약 2년 전 뉴먼과 인터뷰하면서 『Seed of Knowledge, Stone of Plenty』를 추천받았다. 이후 일본을 여행하며 읽은 책에는 자신이 이미 기록해 온 현상과 같은 내용뿐 아니라 번개에 관한 설명도 담겨 있었다. 드럼 연구자는 그 일치가 자신이 먼저 세웠던 양전하 축적 구상을 뒷받침한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낙뢰가 시설의 목적이었는지, 부수적인 결과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드럼 연구자가 소개한 버크의 설명에서 번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반면 드럼 연구자는 특정 지역에 번개를 유도하는 일이야말로 시설을 세운 이유라고 보았다. 낙뢰로 비료를 만들고 강우를 통해 토양에 공급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과정은 세 단계로 이어진다.

  1. 번개가 대기 중 질소 분자를 분해한다. 질소는 산소와 더 쉽게 반응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2. 질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대기 중에 질산염이 생성된다. 번개의 에너지가 화학 물질을 만드는 데 쓰인다.

  3. 물에 녹는 질산염이 비와 함께 땅으로 내려온다. 토양에 공급된 질산염은 비료 역할을 한다.

이 용도를 전제로 하면 환상열석이 넓게 퍼져 있는 이유도 농업과 연결된다. 유럽 전역과 일본 전역에 분포한 환상열석을 이용해 여러 지역의 농경지를 다시 조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지역 전체를 덮을 만큼 환상열석이 곳곳에 흔하게 세워져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각각의 구조물이 낙뢰를 유도했다면, 이들은 넓은 지역에 비료를 공급하는 시설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

진행자는 이를 지구 자체의 자연적인 힘을 이용하는 일로 이해했고, 드럼 연구자는 ‘테라포밍’이라는 말로 답했다. 여기서 농업적 테라포밍은 낙뢰와 강우를 이용해 땅에 비료를 공급하고 농경지를 다시 만드는 일을 뜻한다. 자연의 전기 현상을 없애거나 피하는 대신, 필요한 장소에서 일어나도록 유도해 농업에 이용한다는 구상이다.

발트해 이상체와 환상열석의 낙뢰 흔적

자연 전기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바꾸었다는 구상은 진행자가 발트해 한가운데에서 직접 찾아갔다는 ‘발트해 이상체(Baltic Sea Anomaly)’에도 겹쳐진다. 진행자의 회고에 따르면, 그곳에서는 물을 빨아들였다가 내보내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났고 그 모습은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수중 물체의 한쪽에는 계단 같은 부분이 있었으며, 직각으로 꺾인 곳과 긴 직선도 여럿 보였다. 드럼 연구자도 이 대상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환상열석 중심의 낙뢰 흔적에 관한 보고와 의식·농업이라는 목적 해석의 차이.

진행자는 자신의 친구인 OceanX 탐험가 데니스 아스베리(Dennis Åsberg)의 말을 빌려, 이 물체가 해저에 붙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아스베리는 OceanX 최고경영자이자 보물 탐사가로도 소개된다. 진행자가 물체를 인공 구조물처럼 보는 이유는 이러한 형태와 배치에 있었다. 주변에서 이상 전자기 현상도 일어난다고 설명하면서, 물체 자체나 바로 옆에 번개가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양전하가 축적되어 낙뢰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곳 역시 자연환경을 바꾸는 고대 테라포밍 시설 가운데 하나였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반복적인 낙뢰가 돌 주변에 남기는 흔적과 관련해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든 사례는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의 환상열석 연구다. 돌을 원형으로 배치한 환상열석 가운데 칼라니시 또는 칼라니스라고 부르는 곳에서, 연구진은 지자기 감지 장비로 지구물리학적 분석을 수행했다. 드럼 연구자의 소개에 따르면 중심부에서 낙뢰가 남긴 자기 흔적이 발견되었고, 연구진은 이를 오랜 기간 같은 중심부에 번개가 반복해서 떨어진 흔적으로 설명했다. 드럼 연구자는 동료 심사를 거친 이 연구가 자신의 가설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같은 장소에 번개가 반복해서 떨어진 이유와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한 목적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설명이 나왔다. 드럼 연구자에 따르면 연구진은 중심부의 강한 자기 흔적을 고대 의식과 연관 지었지만, 낙뢰가 그곳에 반복된 이유까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반면 드럼 연구자는 사람들이 낙뢰를 유도해 대기 중에 질산염을 만들고 농업에 이용하려 했다는 목적까지 설명하고자 했다. 진행자는 그렇게 생성된 질산염이 농업을 가능하게 했다면 놀라운 일이라고 반응했고, 드럼 연구자는 농업 외에도 여러 용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렵채집인은 자연의 힘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고대인이 자연 전기를 이용했다면, 그 기술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진행자는 인류가 원시 상태에서 점차 진보해 왔고 계몽도 최근 400~500년 사이에 이루어졌다고 보는 익숙한 역사상을 들어 이 질문을 던진다. 그런 역사상에서 신석기 수렵채집인, 경우에 따라 기원전 1만 년 이전의 사람들이 지구의 힘으로 무언가를 생산했다는 이야기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시적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기술이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수렵채집이라는 생활 방식이 곧 원시적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답한다. 당시 사람들은 오늘날보다 지구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살았기에 자연에서 작용하는 힘도 더 깊이 이해했을 것이라고 본다. 자연과 밀접하게 살아가는 쪽이 오히려 더 문명화된 삶일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식 발전 설비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의 힘을 활용하는 능력까지 뒤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이때 구분해야 할 것은 전기를 만들어 내는 일과 지구에 이미 존재하는 자연 전기를 이용하는 일이다. 문명의 에너지와 자원 활용 수준을 논하는 카르다쇼프 척도를 거론한 드럼 연구자는 현대의 발전 방식에 주목한다. 수력 발전 댐은 물의 힘으로 자석을 회전시켜 전기를 만든다. 원자력 발전도 그의 표현을 빌리면 거창한 방식으로 물을 끓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별도의 공정을 거쳐 전기를 만들어 낸다. 반면 고대 시설에는 자연 전기를 직접 활용해 산업용 화학 물질과 농업 관련 생산물을 만드는 기능이 있었다고 본다.

비교 항목현대 발전에 대한 설명고대 시설에 부여한 기능
전기를 얻는 방식물의 힘이나 원자력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지구의 자연 전기를 활용한다
구체적인 예와 산출물수력 발전에서는 물로 자석을 회전시키며, 원자력 발전에서는 물을 끓이는 과정을 이용한다자연 전기를 투입해 산업용 화학 물질이나 농업 관련 생산물을 만든다

이러한 생산에서는 고대 문명이 오히려 현대보다 능숙했을 것이라는 게 드럼 연구자의 생각이다. 기술 수준을 가르는 기준을 발전소의 유무가 아니라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힘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했느냐에 두는 것이다. 기술을 처음 발견한 계기 역시 자연을 가까이에서 살피던 생활에서 찾는다.

하늘의 관찰과 농업을 연결한 신화

신석기 수렵채집인에게 하늘은 끊임없이 관찰해야 할 대상이었다. 드럼 연구자는 이들이 하늘과 대기 현상을 연구하면서 태양계와 행성의 정렬에 관한 깊은 지식을 얻었고, 이를 구조물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뉴그레인지와 에이브버리는 달과 조석의 주기를 추적하는 시설이었으며, 태양·달·금성이 이루는 합도 추적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곳곳의 기념물에 담긴 이러한 지식을 고도의 점성술 지식이라고 부른다.

하늘을 살피던 신석기인에게 낙뢰는 목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기 현상이었을 것이다. 여러 지역의 신화에서는 번개가 신들과 연결될 뿐 아니라 비와 비료, 농업에도 연결된다. 드럼 연구자는 중동의 바알과 일본의 스사노오를 각각 번개와 비료의 신으로 설명하며, 쿠쿨칸과 케찰코아틀에도 번개·비·비료라는 공통된 역할을 부여한다. 각 신의 문화적 배경과 역할을 나란히 놓으면 그가 주목하는 농업과의 관계가 드러난다.

신소개된 문화적 배경과 역할드럼이 연결하는 현상
바알중동의 신이며 풍요의 신으로 소개된다.번개와 비료
스사노오일본의 폭풍의 신으로 소개된다.번개와 비료
쿠쿨칸마야의 깃털 달린 뱀이며 바람과 폭풍의 신으로 소개된다.번개·비·비료
케찰코아틀아즈텍의 바람·지혜·학문의 신으로 소개된다.번개·비·비료

드럼 연구자는 이 신화들에 고대 사람들이 낙뢰를 관찰하고 농업과 연결했던 기억이 담겨 있다고 본다. 자연의 강력한 힘을 두려워하거나 숭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힘이 땅과 작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다는 것이다.

조몬인과 고마키노의 안산암 환상열석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일본, 특히 조몬 문명에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개인적 친밀감과 연결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의 인구 계통에 대해서는 조몬인을 원주민으로, 아이누를 그 후대 계통으로 설명하며 두 집단 모두 아시아계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반면 일본에 아시아의 영향을 가져온 집단은 야요이로, 조몬 시대 말에 중국과 한국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라고 구분한다. 야요이 문명은 기원전 약 300년부터 기원후 300년까지 이어진 일본 역사의 변혁기로 소개한다.

낙뢰 이후 안산암 속 자철석에 자화가 남아 자기장 이상으로 이어진다는 설명.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재현하는 기술을 살펴볼 일본의 사례는 고마키노다. 일본 전역에 분포하는 화산성 응회암은 고마키노의 산비탈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는 산비탈을 깎고 땅을 골라 산 위에 평평한 대지를 만든 다음, 안산암을 원형으로 배치해 환상열석을 조성했다. 돌을 놓기 전에 먼저 지형을 다듬어 평탄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드럼 연구자는 칼라니시 환상열석의 연구팀이 발견한 자기 현상과 일본 오시도이시 언덕의 자기 현상이 고마키노에서도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가 이를 낙뢰의 흔적으로 보는 이유는 안산암에 포함된 자철석에 있다. 낙뢰가 돌에 흔적을 남기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낙뢰가 강력한 전기 방전을 일으킨다.

  2. 방전이 안산암 속 자철석을 영구적으로 자화시킨다.

  3. 방전이 끝난 뒤에도 돌에 남은 자화가 환상열석 주변의 자기장 이상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낙뢰가 지나간 뒤에도 돌 속에 남아 있는 자화를 잔류 자화라고 부른다.

시행착오로 익힌 자연의 힘과 입지의 관계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기술은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지켜보고, 다른 곳에도 구조물을 세워 결과를 비교하는 시행착오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지어 보자’는 식의 시도가 쌓이면서 자연에서 보았던 현상을 재현하는 방법을 익혔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완성된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기보다, 관찰과 시도를 거듭하며 자연의 힘으로부터 배웠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고마키노의 환상열석 아래 물·광물·지전류와 강의 연결을 보여주는 입지 개념도.

고마키노에서 그런 시도가 이루어진 조건을 이해하려면 돌의 종류뿐 아니라 그 아래의 물과 광물도 함께 보아야 한다. 유적 아래에는 샘물이 있으며, 바로 아래를 흐르는 강은 지하의 샘들과 연결되어 있다. 응회암 산비탈에도 여러 광물이 스며들어 있다. 드럼 연구자는 이러한 물과 광물의 분포를 지각을 흐르는 전류인 지전류와 연결한다. 지전류가 흐르는 곳, 지하 천연자원이 있는 곳, 낙뢰가 떨어지는 곳 사이에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가 있으며, 지하자원과 낙뢰 위치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논문도 여러 편 소개해 왔다고 말한다.

거석 구조물의 전하 축적과 질산염 비료

거석 구조물은 이처럼 자연에서 일어나는 전기 현상을 농업에 이용하는 시설이었다. 구조물을 세우면 양전하가 쌓이기 시작하고, 이어 번개 방전과 강우가 일어나면서 대기 중에 질산염 비료가 생긴다는 것이 드럼 연구자의 설명이다. 돌을 원형으로 배치한 환상열석뿐 아니라 오벨리스크와 선돌도 대기 중 질산염 비료를 생산하는 기술로 탄생했다.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환상열석은 이러한 시설이 지구 전역에 세워졌음을 보여 준다고 본다.

고대 유적의 전기 현상은 주변에서 목격되는 UFO 같은 물체를 설명하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진행자는 드럼 연구자가 일부 유적 주변에 그런 물체가 나타나는 이유를 자신의 연구와 연결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며 일본의 사례를 묻는다. 드럼 연구자가 소개하는 일본의 한 피라미드 유적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며, 그 현상은 옛 그림에도 묘사되어 있다.

산을 드나드는 발광 구체와 정상에서 솟은 불꽃

일본 북부의 한 피라미드 유적에는 빛나는 구체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산을 드나든다는 목격담이 전해진다. 제프리 드럼은 이곳을 일본 북부에서도 특히 신비로운 유적으로 꼽는다. 주변에서 UFO로 보고되는 물체는 주로 이런 발광 구체이며, 오래된 일본 그림에도 구체 형태로 빛나는 UFO 현상이 묘사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의 기이한 비행체 전설을 보여 주는 자료로는 19세기의 우츠로부네(Utsurobune) 그림도 있다.

우츠로부네 전설을 소개하는 그림이다. 발언에 등장하는 피라미드 유적의 발광 구체 그림과 같은 자료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발광 구체를 설명할 후보로 드럼이 목격담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떠올린 것은 구형 번개였다. 진행자도 번개가 축적된 양전하에 끌리듯, 산을 드나드는 구체를 전기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구형 번개가 뇌우와 직접 관련된 현상이라는 점뿐 아니라, 피라미드 아래에서 가스가 올라온다는 점도 드럼이 주목한 단서였다.

그가 읽은 책에는 이 유적을 발굴하던 중 정상에서 화염이 분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뇌우가 다가오는 동안 구조물 꼭대기를 발굴하던 조사자들은 정상에 놓인 붉은 화강암 판석을 깨서 틈을 냈다. 이후 비가 쏟아지고 번개까지 치자 그날 작업을 끝내고 산을 내려왔다. 내려가는 도중 정상을 돌아보니 불꽃이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책의 묘사에 따르면 불꽃은 처음에는 푸른색이었다가 점차 색이 바뀌었고,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의 불꽃이 산 정상에서 뿜어져 나왔다. 드럼은 정식 고고학 조사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 책을 자신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로 꼽았다.

드럼이 화염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산 바로 아래의 지열성 황 퇴적층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아키타 전역에는 황과 관련된 지열 활동이 흔하다. ‘온센’이라고 부르는 온천 가운데 유황 온천에서는 황 성분의 가스가 나온다. 황 가스는 푸른 불꽃으로 타지만, 불순물과 불꽃의 온도에 따라 빨강·초록·노랑으로도 색이 달라질 수 있다. 발굴자들이 목격한 다채로운 화염 역시 지하에서 올라온 가스가 타면서 생겼다고 보았다.

이때 붉은 화강암 판석에 낸 틈과 뒤이어 친 번개는 각각 가스를 방출하고 점화하는 역할을 한다. 드럼이 제시한 밀폐된 가스의 방출과 낙뢰에 의한 점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내부 방에 가스가 압력을 받은 채 갇혀 있었다. 그 기간은 몇천 년에 이르렀을 수도 있지만, 얼마나 오래인지는 알 수 없다.

  2. 조사자들이 붉은 화강암 판석에 틈을 내자 압력이 풀리면서 가스가 산 정상으로 분출했다.

  3. 분출한 가스에 낙뢰로 불이 붙어 푸른 불꽃이 솟았고, 불순물과 온도에 따라 불꽃이 여러 색으로 변했다.

라이주와 바르지냐 목격담에 등장하는 냄새

일본 민속의 라이주(Raijū)는 뇌우가 치면 활동하기 시작하는 신화 속 ‘천둥 짐승’이다. 제프리 드럼은 라이주를 여러 모습으로 형태를 바꾸는 플라스마 현상으로 해석한다.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과 황 냄새가 특징이라는 점에서 일본 유적 주변의 발광 구체 목격담과도 연결한다. 황과 암모니아 냄새는 그가 UFO 현상과 구형 번개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는 단서이기도 하다.

진행자는 UFO 목격담에 이런 냄새가 매우 흔하게 등장한다며 1996년 브라질 바르지냐(Varginha) UFO 사건을 예로 들었다. 약 30년에 걸쳐 조금씩 알려져 온 사건으로, 바르지냐에는 이를 기념하는 조형물도 있다. 진행자는 도시 인구를 약 13만 6천 명으로 기억하며, 많은 주민이 사건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제임스 폭스(James Fox)는 이 사건을 다룬 『모먼트 오브 콘택트』(Moment of Contact)를 만들었고, 인터뷰 당시에는 후속작도 막 공개된 상태였다.

진행자의 추산으로 폭스가 직접 기록한 목격자는 약 15~20명이다. 그중 상당수는 비행 물체뿐 아니라 그 존재들까지 보았다고 증언했으며, 병원에서도 “네, 여기가 우리가 외계 존재를 수술한 곳이에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여러 증언 가운데 특히 주목한 공통점은 냄새였다. 진행자의 설명에 따르면 신경외과의사를 제외한 목격자들은 그 존재들에게서 황과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가 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기묘한 이론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으나, 구체적인 내용까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추락을 목격한 인물로 소개된 카를로스 데 소사(Carlos de Souza)는 암모니아와 황 냄새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고 증언했다. 소녀 세 명 역시 몸을 웅크린 채 다친 듯한 존재를 보았으며, 암모니아와 황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진행자가 바르지냐 사건을 꺼낸 이유는 목격자의 수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격담에 같은 냄새가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에 있었다.

일본 유적의 지열 환경과 화학 반응시설 가설

황 냄새를 설명할 단서로 제프리 드럼이 주목한 것은 일본의 한 피라미드 유적 주변에 나타나는 지열 활동이다. 그는 황화수소와 지하에 축적된 황 성분의 가스를 그 활동과 직접 연결했다. 유적 옆 계곡 전체에는 유황 온천이 있고, 스즈키의 책에도 산기슭에서 광물질이 풍부한 샘물이 솟아난다는 내용이 나온다. 드럼은 가스와 광물질을 함유한 물이 공급되는 이곳에 화학 반응시설을 가동할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고 보았다.

유적 내부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만든 방도 있다. 드럼이 전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당시 강한 자기장이 감지되었으며 조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방 안에 일종의 원형 자성 물체가 박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주변의 유황 온천과 광물질이 풍부한 샘물에 더해, 내부 석재와 자기장에 관한 보고도 이 구조물의 화학적 기능을 검토하는 단서가 되었다.

구형 번개의 빛과 냄새는 화학 반응과 어떻게 연결될까?

진행자는 양전하가 축적되면서 일반 번개처럼 구형 번개가 나타난다는 설명을 납득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UFO라고 여긴 발광 현상 중에는 구형 번개를 목격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르지냐 목격담처럼 황과 암모니아 냄새까지 등장한다면, 빛의 정체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냄새에 관한 질문까지 풀리지 않는다. 진행자는 냄새를 설명할 별도의 이론이 있는지, 아니면 화학 반응시설 가설과는 관계없는 기묘한 이야기인지 물었다.

구형 번개의 원인 후보와 황 냄새의 연관 주장, 암모니아 목격담에 대한 연구 범위의 구분.

드럼은 구형 번개와 번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화학 반응시설이 서로 맞물린다고 답하면서도, 플라스마 구형 번개 자체는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가 관여할 수도 있고, 낙뢰 때 대기 중으로 휘말려 올라가는 실리카 먼지가 관여할 수도 있다. 무엇이 구형 번개를 일으키는지는 100% 확실하지 않지만, 구형 번개에는 늘 황 냄새가 수반되므로 둘 사이의 연관성은 분명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다만 드럼은 암모니아 냄새가 등장하는 외계 존재 목격담까지 자신의 연구에서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의 가설에서 고대 구조물의 건설자는 인간이며, 건설 목적은 여러 용도로 쓸 산업용 화학 물질, 특히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데 있다. 황 냄새는 구형 번개와 화학 반응시설을 연결하는 단서로 받아들이지만, 외계 존재에게서 났다는 암모니아 냄새까지 설명하려는 가설은 아니다.

암모니아가 필요한 산업: 구리 채굴과 선박용 역청

암모니아의 용도는 농업에 그치지 않는다. 제프리 드럼의 고대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서 또 다른 중요한 수요처는 구리 같은 금속을 용액에 녹여 회수하는 침출 채굴과 원유 가공이다. 원유를 가공해 얻는 역청은 배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재료였고, 고대의 해양 기술과 조선업은 대규모 산업이었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역청을 확보하려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산성 화합물을 제거하는 공정도 필요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암모니아는 역청과 원유의 산성 성분을 중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으므로, 농업뿐 아니라 금속 채굴과 선박 재료 가공을 위해서도 생산할 이유가 있었다.

드럼이 암모니아의 고대 수요처로 제안한 구리 침출 채굴과 선박용 역청 가공.

그렇다면 이런 작업이 기원전 9000년이나 1만 년처럼 이른 시기에도 이루어졌을까? 진행자가 연대를 묻자 드럼은 자신의 설명이 통상적인 연대기나 고고학적 틀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처럼 오래된 문명이 화학 물질을 생산하고 사용했다는 것은 생산물과 그 용도를 바탕으로 세운 자신의 가설이다.

격변의 생존자들은 어떻게 문명을 다시 세웠을까?

그처럼 이른 시기에 고도의 기술을 지닌 문명이 있었다면, 그 문명은 왜 사라졌고 지식은 어떻게 후대에 전해졌을까? 진행자는 건축 디자이너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랜들 칼슨과 영국 작가 그레이엄 핸콕의 견해를 들어 이 문제를 물었다. 두 사람의 견해로 소개한 것은 영거 드라이아스 충돌과 융빙수 펄스 1B 같은 격변으로 이전 문명의 소멸을 설명하는 가설이었다. 영거 드라이아스는 빙하기에 가까운 환경을 초래한 기후 사건으로 소개되었다.

생존자들이 배로 이동하며 지식을 보존하고 단순한 석조 시설에서 피라미드로 발전시켰다는 재건 가설.

진행자의 요약에 따르면, 황소자리 유성체 흐름에서 온 혜성의 공중 폭발이 빙하기를 일으키고 끝내는 과정에 관여했으며, 그 양쪽 시기에 홍수가 발생했다. 이 격변으로 대홍수 이전, 빙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문명이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라진 문명은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드럼은 격변의 생존자들이 이전 문명의 지식을 이어받아 거석 구조물에 적용했다는 재건 가설로 답했다. 그가 생존자들을 설명하며 든 비유는 노아의 방주였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처럼, 이들도 배를 타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피해야 했으며 배가 격변을 벗어날 유일한 수단이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선박 건조와 재료 가공은 산업 활동에 필요한 기술인 동시에 생존과 이동을 위한 기술이기도 했다.

생존자들이 가져온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 이전 문명의 기술 지식이었다. 그러나 그 지식이 곧바로 완성된 피라미드로 구현된 것은 아니었다. 비교적 단순한 석조 구조물에서 시작해 점차 발전했다는 것이 드럼이 제안한 순서다. 그 출발점에 놓인 환상열석은 돌을 원형으로 배치한 구조물이다. 함께 언급한 통로·방 반응시설은 통로와 내부 방을 갖춘 유적을 화학 반응에 이용하는 시설로 보는 명칭이다.

  1. 지식의 보존과 이동: 격변을 살아남은 사람들이 배로 이동하면서 이전 문명의 기술 지식을 가져왔다.

  2. 석조 구조물에 적용: 보존한 지식을 환상열석과 통로·방 반응시설에 구현하기 시작했다.

  3. 피라미드로 발전: 이러한 구조물에 적용한 기술이 점차 이집트 피라미드로 발전했으며, 그 목적은 격변 이후 문명을 재건하는 데 있었다.

로켓 연료와 금 채굴: 외계인설과 맞닿는 지점

암모니아는 농업과 조선업뿐 아니라 로켓 연료로도 쓰인다. 드럼은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로켓 추진 비행기 X-15를 예로 들며, 현대에도 암모니아와 여러 대체 연료를 로켓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용도에 주목한 사람들은 그가 제안한 고대 화학 생산시설을 지상의 산업이 아니라 외계인의 활동과 연결했다. 드럼이 전한 반응은 다음과 같다.

“이봐요, 농업이 아니라고요. 외계인들이 붉은 피라미드에서 나온 암모니아로 로켓 연료를 만드는 거라고요.”

붉은 피라미드에서 외계인이 연료를 만들었다는 설명은 격변을 살아남은 사람들이 기술을 이어받아 문명을 재건했다는 드럼의 가설과는 다르다. 시설을 이용한 주체도, 화학 물질을 생산한 목적도 달라진다. 그러나 드럼 자신도 연구가 UFO라는 주제와 분명히 맞닿아 있다고 인정하며, 금과 귀금속을 채굴하려고 지구에 왔다는 아눈나키 이야기를 접점으로 들었다. 아눈나키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들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설명시설을 이용한 주체화학 물질을 생산한 목적
드럼의 격변 이후 재건 가설이전 문명의 지식을 이어받은 생존자들농업과 산업을 바탕으로 문명을 재건
드럼이 전한 외계인 로켓 연료설외계인붉은 피라미드의 암모니아로 로켓 연료 생산
대화에서 언급한 아눈나키 이야기금과 귀금속을 캐러 왔다는 존재들금과 귀금속 채굴

금과 귀금속을 채굴한다는 이야기가 화학 생산시설 가설과 만나는 이유는 광석을 처리하는 데 화학 물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럼은 기자 고원에서 생산되었다고 보는 화학 물질, 특히 산성 화합물을 채굴에 직접 사용할 수 있으며 금 채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을 처리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액체 수은을 이용하는 공정을 들었다. 암모니아의 조선업·연료 용도에 이어, 산성 화합물과 수은을 사용하는 금속 채굴까지 생산물의 수요처로 제시한 것이다.

테오티우아칸의 운모층과 액체 수은

액체 수은을 이용한 광석 처리는 이집트 밖의 유적에도 적용된다. 드럼은 멕시코시티의 고대 건축물로 소개된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을 액체 수은으로 금과 은의 광석을 처리하던 시설로 해석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깃털 달린 뱀 신전 아래에서 발견된 액체 수은이다. 수은으로 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전 지하의 수은을 광석 처리 공정과 연결한다.

운모층이 에너지를 가두고 진사에서 얻은 수은을 금·은 광석 처리에 썼다는 가설.

이 가설에서는 광석 처리에 쓸 수은 자체도 구조물 안에서 얻는다. 구조물 아래 통로에 수은을 함유한 진사 광석을 채워 넣고, 낙뢰가 공급하는 열로 액체 수은을 추출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내부에서 발견된 운모층은 이때 전기 절연과 단열을 맡는다. 운모가 낙뢰로 생긴 전기장과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 통로 안에 가두면, 그 에너지로 광석을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모는 에너지를 유지하는 재료이고, 수은은 그 에너지로 광석에서 추출하는 생산물이다.

드럼은 스톤헨지의 제단석에 쓰인 운모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 돌은 단순히 구조물을 세우는 재료가 아니라, 전기와 열을 다루는 성질에 따라 특정한 작동 목적에 맞게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재료의 성질을 살펴보면 각 구성 요소가 맡았던 기능이 필연적으로 드러난다고 본다.

석재의 물성과 자연 전기의 이용

검정·흰색·빨강으로 구분한 석재 가운데 흰 석회암에서 주목하는 성질은 전기장을 저장할 수 있는 유전체라는 점이다. 재료의 성질과 함께 구조물의 모양도 중요하다. 석회암을 어떤 기하학적 형태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기장의 형태가 달라지므로, 같은 돌을 쓰더라도 그 배치와 모양이 구조물의 기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붉은 화강암에서는 그 안에 포함된 석영이 중요하다. 석영의 압전효과를 이용해 대피라미드가 전기를 생산했다는 가설과 달리, 드럼은 구조물이 전기를 받아 역압전효과와 초음파를 일으켰다고 본다. 두 설명의 차이는 전기를 생산하느냐, 아니면 공급받아 이용하느냐에 있다. 전자는 전기를 장치의 출력으로, 후자는 공정에 필요한 입력으로 삼는다.

구분압전효과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가설드럼의 역압전효과 설명
전기의 위치장치에서 얻는 출력장치에 공급하는 입력
석재에 부여하는 역할압전효과를 통한 발전전기를 받아 역압전효과와 초음파 발생
전기에 관한 핵심 설명구조물이 전기를 생산함자연에서 오는 전기를 구조물이 이용함

전기를 입력으로 삼았다면 고대에는 어디서 그 전기를 얻었을까? 진행자는 전기라고 하면 테슬라와 에디슨, 또는 연을 날린 벤저민 프랭클린처럼 훨씬 후대의 인물들이 떠오른다며, 그들보다 오래전에 어떻게 전기가 있었느냐고 묻는다. 드럼은 바로 그 때문에 전기를 최종 출력으로 보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구조물에 공급되는 전기는 사람이 발전기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오는 전기다.

진행자는 이를 자연의 전기를 받아들이는 일종의 뇌우 발생시설이나 피뢰침을 만드는 일로 정리한다. 따라서 이 가설에서 고대의 전기 이용을 이해하려면 현대식 전력 생산시설을 떠올리기보다, 구조물이 낙뢰와 같은 자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 공정에 이용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백마 언덕과 용 전설에 담긴 번개

자연의 전기를 받아들이는 시설이라는 제프리 드럼 연구자의 가설에는 잉글랜드의 백마 언덕(White Horse Hills)도 포함된다. 윌트셔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이 언덕들은 지형을 인공적으로 바꾼 곳으로, 비탈에는 흰 말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드럼 연구자는 그 가운데 어핑턴 백마 언덕(Uffington White Horse Hill)을 가장 오래된 사례로 들며, 말처럼 생긴 형상을 신석기시대의 것으로 본다.

백마 언덕 옆 드래곤 힐의 용 전설을 낙뢰와 연결하는 해석.

어핑턴 백마 바로 옆에는 성 조지와 용의 둔덕으로 알려진 작은 언덕, 드래곤 힐(Dragon Hill)이 있다. 성 조지가 용을 죽였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장소다. 전설에 따르면 용이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닿았고, 용의 피가 땅을 물들인 뒤 그 자리에는 더는 식물이 자라지 않았다. 작은 둔덕 꼭대기에 식물이 자라지 않는 까닭을 용의 죽음으로 설명하는 이야기다.

드럼 연구자는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닿는 용과 식물이 자라지 않는 자리를 낙뢰에 연결한다. 용은 번개를 나타내는 신화적·비의적 상징으로, 겉으로 드러난 형상에 다른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백마 언덕의 지형과 용의 전설을 함께 읽으면, 남아 있는 구조물과 그곳에 전해지는 상징에 자연 전기를 이용하던 기능의 비밀이 암호화되어 있다는 해석이다.

백마 언덕과 신전 사이에 반복되는 5,300미터

백마 언덕이 적란운과 뇌우를 발생시키는 시설이었다는 가설에서, 주변 거석 구조물까지의 거리는 시설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알아내는 단서가 된다. 드럼 연구자가 직접 거리를 재보았다는 첫 사례는 영국 윌트셔의 백마 언덕들과 에이브버리 환상열석 단지다. 에이브버리 주변에는 이런 언덕이 여러 곳 있으며, 언덕과 단지 사이의 거리는 5,300미터라고 한다. 드럼 연구자는 이를 정확히 3.3마일이라고 표현하며 같은 수치가 반복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네 지역에서 백마 언덕과 주요 구조물 사이에 5,300미터가 반복된다는 드럼의 주장.

에이브버리 단지를 ‘뱀 신전’이라고 부르는 데에도 전기적 의미를 부여한다. 뱀은 지각을 흐르는 전류인 지전류와 번개를 상징하며, 드루이드들은 지전류와 지구의 에너지 경로를 ‘용의 선’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서 지전류와 번개는 서로 독립된 동력원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다. 따라서 언덕과 신전의 배치는 땅속의 전류 경로와 대기의 방전을 함께 놓고 살펴야 한다.

드럼 연구자가 제시하는 다른 지역의 사례에서도 같은 거리가 반복된다. 테오티우아칸에서는 케찰코아틀 신전에서 5,300미터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백마 언덕이 있고, 일본의 한 피라미드에서도 피라미드 자체와 백마 언덕 사이의 거리가 정확히 5,300미터라고 한다. 이집트에서는 카르나크 신전에서 강을 건너면 나오는 하트셉수트 장제전 주변의 언덕을 같은 종류의 백마 언덕으로 분류한다. 그 언덕과 카르나크 신전 안의 오벨리스크 사이에도 정확히 5,300미터의 간격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거리를 비교한 두 지점드럼이 제시한 거리
영국 윌트셔백마 언덕들과 에이브버리 환상열석 단지5,300미터, 정확히 3.3마일로 표현
테오티우아칸백마 언덕과 케찰코아틀 신전5,300미터
일본의 피라미드 유적백마 언덕과 피라미드 자체정확히 5,300미터
이집트하트셉수트 장제전 주변 언덕과 카르나크 신전의 오벨리스크정확히 5,300미터

낙뢰의 전압을 낮추는 2,300미터 구간

낙뢰를 받아들인 뒤에는 처음 유입되는 높은 전압을 낮추어 다른 구역으로 보내야 한다. 드럼 연구자가 강압 변압기라고 부르는 구조물은 최초 낙뢰의 전압을 낮추고, 낮아진 전압으로 전류를 다른 구성 요소에 분배하는 역할을 맡는다. 백마 언덕과 주요 구조물 사이의 5,300미터가 낙뢰를 받아들이는 배치와 관련된다면, 2,300미터는 전압을 낮추는 구간에 해당한다. 일본 피라미드 사례에서도 이 2,300미터 구간을 강압 기능과 연결한다.

이집트의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은 두 구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하트셉수트 장제전 주변 언덕에서 카르나크의 오벨리스크까지는 5,300미터이고, 그다음에는 길이 2,300미터인 스핑크스 길이 룩소르 신전으로 보낼 전압을 낮추는 구성 요소로 작동했다는 설명이다. 스핑크스 길은 두 신전을 잇는 통로이면서, 전류를 다른 시설에 분배하기 전에 전압을 조절하는 장치가 된다.

에이브버리에서도 중심부에서 생추어리라는 구조물까지의 거리가 2,300미터라고 한다.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같은 숫자가 나타난다는 점뿐 아니라, 그 거리에 부여한 역할도 중요하다. 백마 언덕에서 주요 신전까지의 긴 구간과, 그곳에서 다른 구조물로 전류를 보내기 위한 강압 구간이 구분되며 각각 5,300미터와 2,300미터로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슈만 공명과 사람이 이용하는 작은 환상열석

전압을 낮춘 뒤 전기를 보내는 곳에는 사람이 직접 이용하는 공간도 포함된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그 용도를 슈만 공명으로 설명한다. 낙뢰로 생긴 저주파 자기파가 지표면과 전리층 하단 사이에 갇혀, 전리층 아래쪽에서 반사되며 머무른다는 것이다. 드럼 연구자는 이 공명의 주파수가 인간의 뇌파와 같다고 설명하며, 낙뢰와 함께 생기는 오존과 음이온도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요소로 꼽는다.

지표와 전리층 사이의 공명 환경을 작은 환상열석 안의 사람이 이용했다는 구상.

관련 자료로는 하트매스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 롤린 매크래티의 이름이 표시된 「슈만 공명과 우리 뇌의 연관성 이해하기」가 등장한다. 거석 시설을 전기를 모으고 분배하는 장치로 보는 데서 나아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뇌와 지구 주변의 공명 현상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묻는 자료다.

에이브버리의 생추어리와 일본의 오유 환상열석 단지는 사람이 이런 환경을 이용하던 공간으로 제시된다. 오유 단지는 앞서 언급한 일본의 피라미드와 돌길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드럼 연구자가 구상하는 시설에서 길 끝의 작은 환상열석은 오존과 음이온을 모으고, 사람이 낙뢰 때 발생하는 슈만 공명과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된 곳이다. 큰 시설이 전기를 받아 전압을 낮추고 다른 구역으로 나누어 보냈다면, 작은 환상열석은 사람이 그 전기적 환경을 직접 이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슈만 공명이 문명과 의식을 연결했을 가능성

진행자는 지구물리학자이자 기업가인 스테판 번스(Stefan Burns)가 최근 대니 존스의 방송에 출연했다는 소식을 꺼낸다. 드럼 연구자는 번스가 설명한 고대 유적의 슈만 공명·낙뢰·지전류 사이의 관계가 자신이 같은 방송에서 발표한 여러 내용을 뒷받침한다고 받아들였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특이한 주파수에 관한 번스의 이야기는, 개별 유적의 기능을 넘어 지구 전체가 공유하는 전기적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드럼 연구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공명 에너지장은 주로 낙뢰로 만들어진다. 전 세계에서 초당 약 50회의 낙뢰가 발생하고, 낙뢰는 빛의 전체 스펙트럼에 걸쳐 에너지를 내며 때로는 감마선까지 만들어 낸다. 특히 슈퍼볼트처럼 강력한 번개는 감마 방사선을 증가시킬 수 있다. 고대 구조물이 이용했다는 에너지도 한 장소에만 고립된 것이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번스의 이야기에서 소개된 또 다른 가능성은 슈만 공명이 그와 비슷한 주파수의 뇌파 생성에도 관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예로, 원숭이 한 마리에게 어떤 행동을 가르치자 다른 원숭이들도 갑자기 같은 행동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드럼 연구자는 여기서 고대 문명들이 서로 같은 기술을 발전시키기 시작한 이유를 떠올린다. 여러 문명이 슈만 공명을 통해 연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가능성이다.

작은 환상열석의 용도와 문명 간 연결 가능성

  • 작은 환상열석은 사람이 오존·음이온과 슈만 공명이 있는 환경을 이용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설명이다.

  • 문명 간 연결은 공유하는 공명 환경이 뇌파와 의식에 관계하여, 서로 같은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는 제안이다.

대화에서는 후자의 가능성을 슈만 공명에 기반을 둔 집단의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온다. 서로 다른 문명이 공통된 기술을 갖게 된 경로를 사람들의 물리적 접촉이나 이동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지구 전체가 공유하는 공명 환경과 의식의 관계에서도 찾아보려는 것이다.

생명이 살기에 알맞은 지구는 어떻게 생겼을까?

슈만 공명과 생명의 관계는 지구에 생명이 살기 좋은 조건이 갖추어진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진행자가 인류 원리라는 이름으로 꺼낸 질문은 플랑크 상수와 중력,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을 만드는 조건까지 왜 생명을 유지하기에 꼭 알맞으냐는 것이다. 물리학의 오래된 논쟁으로 소개된 두 입장은 이 알맞음을 서로 다르게 설명한다.

진행자가 생물의 성장과 연결해 제시한 전자기 환경의 차단 및 노출 사례.

생명에 알맞은 조건을 설명하는 입장진행자가 제시한 설명
충분히 많은 반복 끝에 적합한 조건이 생긴다여러 경우가 충분히 반복되면, 결국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딱 알맞은 ‘골디락스 조건’이 나타난다.
지구가 생명에 맞도록 조성되었다지구가 창조되었거나, 시뮬레이션되었거나, 환경을 바꾸는 테라포밍을 거쳤다고 본다.

진행자는 지구가 생명에 맞도록 조성되었다는 두 번째 입장에 무게를 실어 주는 사례로 슈만 공명을 든다. 개구리 배아를 외부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패러데이 케이지에 넣으면, 어떤 주파수의 전자기파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슈만 공명과의 접촉이 끊기고 배아가 비정상적으로 자란다는 설명이다. 생명체의 성장이 내부의 유전 정보뿐 아니라 주변의 전자기적 환경에도 의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필요한 전자기적 환경을 차단하는 경우와 반대로, 특정 환경에 노출되는 사례도 함께 든다. 와이파이 공유기 바로 옆에서 기르는 식물과 1986년 4월 26일 참사 이후 방사선이 많은 체르노빌의 생물이다. 진행자는 이런 환경이 생물의 형태 자체를 심하게 망가뜨린다고 말한다. 그의 관심은 전자기파의 차단과 방사선 등의 노출이라는 서로 다른 조건에서 생물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주변 환경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배경일 뿐 아니라, 몸이 자라고 형태를 갖추는 데도 관여할 수 있다.

DNA와 생체전기장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보는 비유

몸의 형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려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현상, 곧 생체전기도 살펴야 한다. 진행자는 이 분야의 연구자로 터프츠의 합성생물학자 마이클 레빈(Michael Levin) 박사를 소개한다. 레빈 박사가 렉스 프리드먼의 방송 등에 출연하며 이제 주류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생체전기 연구를 비주류 과학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다. 선행 연구로는 미국의 선구적인 정형외과 의사이자 연구자인 베커 박사와 그의 저서 『The Body Electric』을 든다.

DNA와 생체전기장의 역할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빗대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나타낸 그림.

이 연구들을 이해하기 위한 비유는 DNA가 하드웨어라면 신체의 생체전기장은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DNA를 몸을 이루는 유전적 바탕으로, 생체전기장을 몸의 작동과 형태에 관여하는 요소로 나누어 생각하면 두 역할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다. 진행자는 생체전기장이 몸 안에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전자기장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하며, 그 주변 환경을 슈만 공명과 연결한다.

그에게 지구가 어떤 면에서는 생명을 위해 조성된 곳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명에 필요한 조건에는 물이나 중력뿐 아니라 몸과 계속 상호작용하는 전자기적 환경도 포함된다. 자연선택 역시 일정량의 태양 복사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은, 생명이 살아남는 조건에서 생명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조건으로 질문을 넓힌다.

생명에 알맞은 복사의 양과 밴앨런 복사대

진행자의 설명에서 복사는 무작위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데 필요하지만, 그 양이 지나치게 많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구의 자기권을 뚫고 들어오는 복사에도 한계가 있어야 하며, 이와 관련해 밴앨런 복사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밴앨런 복사대는 자기권에 붙잡혀 행성 주위에 유지되는 고에너지 하전 입자의 영역이다. 생명이 존재하려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그는 이를 ‘골디락스 조건’이라고 부른다.

자기권에 붙잡혀 행성 주위에 유지되는 하전 입자 영역을 설명하는 밴앨런 복사대 도해.

생명에 필요한 여러 조건이 이처럼 맞아떨어지는 상황을 순전히 우연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인간이 확실히 시뮬레이션 속 존재라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는 것이 진행자의 입장이다. 어느 쪽이든 단정하기 어렵지만, 시뮬레이션이라는 입장을 뒷받침할 논거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많으며 특히 현대 학계가 그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석조 구조물과 인체가 상호작용한다는 가설

고대 석조 구조물은 물질을 생산하는 시설뿐 아니라 인체에 작용하는 공간으로도 쓰였을까?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생물물리학과 생화학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다. 일부 구조물은 몸의 물리적·화학적 과정과 전기·자기 신호를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한 신전 유적에 있는 환상열석은 그가 이런 용도를 떠올리게 된 사례다.

드럼 연구자가 방문한 유적에는 거대한 안산암 기둥들이 산비탈을 둘러싸고 있었다. 언덕 꼭대기에는 오벨리스크처럼 솟은 커다란 선돌이 있었으며, 그 표면은 반복해서 벼락을 맞아 생긴 움푹 팬 자국과 상흔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돌기둥 주위에는 강한 자기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거의 완전히 평평한 한쪽 면을 따라 움직이면 나침반 바늘이 360도 돌아갈 만큼 자기장의 방향도 달라졌다.

신전 안에는 돌출된 돌들이 있고 그 옆면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그중 커다란 안산암 하나의 구멍은 사람의 머리와 꼭 같은 모양이었다. 드럼 연구자의 설명에 따르면 환상열석에서는 강한 전기장과 자기장이 뻗어 나왔고, 특히 이 구멍 안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자기장이 더욱 강해졌다. 사람이 몸의 일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에 자기장까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드럼 연구자는 일행과 고대 유적을 방문할 때 늘 맨발로 걷는다. 음이온 등을 내보내고 유적과 직접 연결되는 행동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자기장이 있는 구멍에 머리를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직접 시도했다. 머리 모양의 공간에 몸을 맞추어 넣는 행동 자체가 구조물의 기능에 포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 경험에서 나왔다.

그가 생각한 작동 조건은 의식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었다. 몸의 자연 자기장이 어긋났을 때 적절한 의식을 행하면 자기장을 회복하고 방향을 다시 맞출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세계 여러 지역의 석조 구조물 가운데 일부에 이런 인체 상호작용 기능이 있었다고 보지만, 모든 구조물을 같은 용도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집트 피라미드 자체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도록 만든 곳이 아니라고 분명히 구분한다. 반면 피라미드 옆의 신전, 그중에서도 기자의 계곡 신전은 사람이 내부의 전기장·자기장·초음파와 상호작용하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확신한다.

구조물드럼 연구자가 구분하는 인체와의 관계
일본의 환상열석일부 석조 구조물에 인체 상호작용 기능이 있었다고 보는 사례다. 올바른 의식 수행을 몸의 자기장 회복·재정렬 가능성과 연결한다.
이집트 피라미드 내부사람이 들어가도록 만든 공간이 아니라고 본다.
피라미드 인접 신전, 특히 기자의 계곡 신전사람이 내부의 전기장·자기장·초음파와 상호작용하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본다.

진행자는 신전의 이런 기능을 몸을 조율하는 소리굽쇠에 비유했고, 드럼 연구자도 동의했다. 이어 진행자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면서도 분자 질량을 주파수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음향이 물질에 작용하는 사례로는 진동판 위의 모래가 진동에 따라 일정한 무늬를 이루는 사이매틱스(cymatics)를 들었다. 이를 일반적인 과학의 사례로 제시하면서, 음향이 몸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생각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대 구조물의 음향이 인체에 작용했을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태도만 취하기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환상열석에서 피라미드로, 기술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인체에 작용하는 신전과 별개로, 농업에 이용되었다는 환상열석에서 화학 생산시설이라는 피라미드까지는 큰 기술적 간격이 남는다. 원형으로 돌을 배치한 환상열석과 거대한 내부 구조를 갖춘 피라미드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진행자가 제기한 질문은 두 구조물 사이의 발전 경로였다. 환상열석이 농업에 쓰였다는 설명을 받아들이더라도, 그 기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훨씬 발전된 피라미드의 작동 원리로 이어졌을까?

낙뢰가 만드는 전파와 왕의 방 주변의 전기장

환상열석과 피라미드를 같은 자연 동력원으로 작동하는 구조물로 이해하려면, 낙뢰가 돌에 직접 전달하는 전류뿐 아니라 주변으로 퍼뜨리는 전파도 고려해야 한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두 기술을 잇는 현상으로 주목한 것은 뇌우와 낙뢰가 발생시키는 전파다. 뇌우와 번개는 여러 종류의 전자기 에너지를 내보내며, 그중 전파가 피라미드 내부에 전기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낙뢰가 발생시키는 전파를 입력으로 왕의 방 주변에 전기장이 집중될 수 있다는 구상.

드럼 연구자가 근거로 소개한 논문은 대피라미드가 왕의 방 바로 주변에 전기장을 저장하고 집중시키는 능력을 다룬다. 연구에서는 전파를 입력으로 사용해 구조물 내부에 집중되는 유도 전기장을 형성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전파가 피라미드의 특정 공간에 전기장을 모을 수 있다면, 자연에서 그 전파를 공급하는 현상이 무엇인지가 중요해진다.

드럼 연구자는 처음 이 논문을 소개할 때 전파 대신 전류를 사용하도록 실험 조건을 바꾸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Demystify Sci의 샤일로와 아나스타시아와 대화하면서 뇌우와 낙뢰 자체가 강력한 전파 신호를 만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파는 실험을 위해 별도로 가정해야 하는 입력이 아니라 자연에서도 공급될 수 있었다. 따라서 전파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논문의 연구 조건을 피라미드의 자연 동력원과 동떨어진 것으로 볼 필요는 없었다.

이 구상에서 낙뢰의 에너지가 내부 전기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세 단계다.

  1. 뇌우와 낙뢰가 전파를 발생시킨다.

  2. 그 전파가 피라미드에 입력된다.

  3. 유도 전기장이 왕의 방 바로 주변에 집중된다.

환상열석에 이용되었다고 보는 자연의 전기 현상을 피라미드에도 적용하되, 직접 흐르는 전류 외에 전파를 통해 에너지가 전달되는 경로를 더한 것이다.

지하수와 철광맥에서 피라미드 정상의 양전하까지

전파와는 별도로 땅속에서 구조물로 들어오는 전류도 있다. 지전류는 지각을 흐르는 전류다. 드럼 연구자의 가설에서 환상열석과 피라미드는 모두 구조물 아래에 지전류가 축적되고, 그 결과 표면에 양전하가 생기는 원리를 이용한다. 대피라미드에서는 그 아래의 지하수와 광물 분포가 전류의 유입 경로를 설명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이 가설에 따르면 기자 고원에는 대피라미드 아래까지 이어지는 지하 대수층과 지하수면이 있고, 석회암 기반암 속에는 철광석과 열수성 금속 광상이 들어 있다. 이 광상들은 지전류가 축적되는 지점과 직접 연결된다. 철광맥은 대피라미드 아래 중심부 기반암에서 뻗어 나오며, 중앙 피라미드의 중심부 기반암에도 존재한다. 피라미드가 기반암 둔덕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하의 광맥과 지상의 구조물이 맞닿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철광맥은 지전류가 대피라미드 안으로 유입되도록 돕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후 유전체 내부의 전하가 전기장에 반응해 분리되는 유전 분극이 일어나고 전기장이 축적되면서, 대피라미드 정상 표면에 양전하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드럼 연구자는 왕의 방 주변의 전기장 집중을 다룬 같은 논문에서도 정상 표면에 양전하가 형성되는 현상이 실험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낙뢰로 시작되는 황산 생산과 석회암 보호 피막

대피라미드 황산 생산설에서 정상에 축적된 양전하는 낙뢰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아래에서 위로 전달된 전기적 작용으로 정상에 강한 전기장이 형성되면, 음전하를 띤 구름에서 지면으로 내려치는 낙뢰의 표적이 된다. 이 낙뢰가 내부의 화학 생산 공정을 활성화해 황산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황산과 염산이 석회암에서 만드는 서로 다른 염 및 황산칼슘 보호 피막의 설명.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황산 생산의 가장 강력한 근거로 꼽는 것은 크리스토퍼 던의 책에 소개된 1970년대 시료 분석이다. 왕비의 방과 대회랑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는 두께가 최대 1인치에 이르는 염류 침착층이 황산칼슘으로 분석되었다. 넓게 퍼진 석고도 발견되었는데,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이를 황산칼슘을 바탕으로 한 회반죽으로 설명한다. 분석에 관여한 대학에 대해서는 뉴멕시코대학교 또는 네바다대학교로 기억한다고 말하며 어느 쪽인지 확정하지 않는다.

묽은 황산이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석회암과 반응하면 황산칼슘이 생긴다. 따라서 내부의 황산칼슘은 황산이 석회암과 접촉한 흔적일 뿐 아니라, 방의 벽을 보호하는 피막이 될 수 있다. 황산칼슘이 묽은 황산에 녹지 않는다는 성질이 여기서 중요하다. 처음에는 황산과 석회암의 반응을 허용하되, 그 결과 표면에 생긴 염층이 밀봉막을 이루면 이후의 반응으로부터 석회암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왕비의 방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 자체가 내화학성 피막을 만드는 방식이다.

크리스토퍼 던이 제안한 염산을 사용했다면 반응 생성물은 달라진다. 염산의 염화수소가 석회암의 탄산칼슘과 반응할 때 생기는 염은 황산칼슘이 아니라 염화칼슘이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보고된 침착물이 황산칼슘이라는 점에서 염산보다 황산이 사용되었다고 본다.

비교할 항목드럼의 황산 설명던의 염산 제안에 대한 드럼의 검토
석회암과 반응하는 물질묽은 황산염산
반응으로 생기는 염황산칼슘염화칼슘
시료 분석과의 관계보고된 황산칼슘 침착층을 황산 생산의 근거로 삼는다염산이었다면 염화칼슘이 생겼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이러한 화학적 흔적을 비롯해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산더미처럼 많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내부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났는지를 넘어, 애초에 왜 피라미드를 건설했으며 각각의 피라미드가 어떻게 서로를 보완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여러 피라미드를 하나의 화학 생산 체계로 본다면, 시설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연쇄 반응보다 조립 라인에 가깝다. 각 시설이 무엇을 생산했는지뿐 아니라, 그 생산물이 다른 시설의 공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가 중요해진다.

뉴그레인지: 환상열석과 피라미드 사이의 반응시설

제프리 드럼의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서 환상열석과 이집트 피라미드 사이를 잇는 것은 뉴그레인지 같은 통로·방 반응시설이다. 통로로 공기를 들이고 내부 방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설비가 먼저 등장한 뒤, 이를 발전시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는 구상이다. 피라미드의 건설 목적과 각 피라미드가 화학 생산 과정에서 맡은 상호 보완적 역할을 이해하는 출발점도 이 초기 설비의 구조와 기능에 있다.

세계 곳곳에 분포하며 통상 봉분(tumuli)이라 부르는 이러한 구조물에는 긴 통로가 있고, 그 끝에 내부 방이 놓여 있다. 뉴그레인지의 방 위쪽에는 층을 이루며 올라가는 층단형 천장이 있는데, 그 형태는 후대의 붉은 피라미드와 굴절 피라미드 내부 구조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큰 봉분이나 초기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물 안에 방을 두고 그 바깥을 감싼 배치가 화학 반응을 위한 기본 설비였다는 것이다.

건축 구조뿐 아니라 뉴그레인지 바깥 둘레돌에 새겨진 수수께끼 같은 기호에도 기능이 부여된다. 드럼은 이를 화학 반응의 순서를 그린 사용 설명서로 해석한다. 단순한 모양으로 새긴 기호들이지만,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려 준다는 뜻이다.

그 공정은 습한 공기를 순환시켜 광물을 산화하는 비교적 간단한 반응이다. 황철석(pyrite)과 백철석(marcasite)을 재료로 삼아 이황화철을 산화하고, 그 결과 황산제일철을 생산한다. 황철석은 천연 황화철 광물이며, 그 결정은 다음과 같은 모습이다.

황철석 산화 설명에 등장하는 광물의 모습과 명칭을 보여 준다.

통로와 방은 공기, 물, 광물이 차례로 만나는 경로를 만든다.

  1. 외부 공기가 통로를 통해 구조물 안으로 들어온다.

  2. 들어온 공기가 내부의 물에서 수분을 얻는다.

  3.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방 안을 순환하며 황철석이나 백철석을 산화시킨다.

  4. 이 산화 반응으로 황산제일철을 생산한다.

드럼은 뉴그레인지를 이러한 내부 화학 반응시설 기술이 지구상에 처음 구현된 사례로 꼽는다. 이 기본 설비가 이집트 피라미드로 발전하기까지는 아마 약 천 년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집트의 자원과 계단 피라미드의 메탄 추출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서 피라미드를 건설한 가장 큰 동기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산업용 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집트에는 설비를 짓는 재료와 가동에 필요한 자원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지하수와 금속 광상뿐 아니라 최상급 석회암, 화강암, 검은 현무암 같은 이상적인 건축 재료도 풍부했다. 필요한 자원과 재료를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이집트는 이러한 거대 시설을 세우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첫 번째로 확보하려던 자원은 천연가스인 메탄이었다. 메탄은 오늘날에도 난방과 조명 등 기본적인 가정용 용도에 쓰이며, 다른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데도 필요한 핵심 산업용 가스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이 산업적 역할을 설명하면서 메탄을 ‘합성가스(syngas)’, 곧 합성에 쓰는 가스라고 부른다. 메탄을 추출하면 생활에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는 동시에 다른 화학 물질을 생산할 기반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의 첫 단계에 놓이는 계단 피라미드는 기반암에 매장된 메탄가스를 추출해 가정용과 산업용으로 공급하는 시설이었다. 이때 메탄을 끌어올리는 데 이용한 것이 피라미드 바깥의 저수지다. 메탄 추출에서 시작한 기술은 두 번째 단계에서 크게 발전하며, 이후 피라미드들은 초기 설비와 다른 생산 기능을 맡게 된다.

외부 저수지의 물로 압력을 조절하다

외부 저수지는 계단 피라미드에만 있는 시설이 아니다. 모든 피라미드 주변에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그 물로 내부 반응실의 압력을 조절했다. 붉은 피라미드와 굴절 피라미드, 대피라미드와 중앙 피라미드도 이 원리를 이용했다. 생산하는 물질은 달라도 외부에 저장한 물로 내부 공정의 압력을 바꾼다는 점은 같았다.

계단 피라미드의 메탄 추출 방식은 오늘날 지하 메탄 매장층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는 수압파쇄와 비교할 수 있다. 외부 저수지의 물로 피라미드 내부 수위를 바꾸면 지하의 수압파쇄용 통로에서 압력이 높아지거나 낮아진다. 이 압력 변화에 따라 메탄이 기포로 올라오며, 올라온 가스를 모아 회수한다. 저수지의 물이 메탄 추출에 쓰이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피라미드 주변의 외부 저수지에 물을 저장한다.

  2. 저장한 물로 피라미드 내부 수위를 바꾸어 지하 통로의 압력을 높이거나 낮춘다.

  3. 압력 변화로 올라오는 메탄 기포를 모아 시스템 밖으로 회수한다.

메이둠의 시험 구조물과 다슈르의 생산시설

작은 장치에서 작동 원리를 시험한 뒤 더 큰 시설에 적용했다면, 피라미드 사이의 차이에서도 기술을 발전시킨 과정을 찾을 수 있다.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서 파이윰 오아시스의 메이둠 피라미드는 이런 시험 단계에 놓인다. 붉은 피라미드에 적용할 물리·화학 원리를 모형으로 구현하고 시험하기 위해 설계한 구조물이다.

메이둠을 시험시설, 다슈르의 두 피라미드를 후속 생산시설로 보는 개발 순서.

메이둠에서 대규모 붕괴가 일어나자 건설자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다슈르로 돌아갔다. 다슈르는 애초에 화학 생산시설을 세우려던 장소였으며, 그곳에 붉은 피라미드와 굴절 피라미드를 건설했다. 따라서 메이둠의 역할은 단순한 실패작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새로운 공정을 작은 실험실 규모에서 시험하듯,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기 전에 원리를 익히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시험 구조물이었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화학 공정도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화학 실험에서 황산·염산 생산으로

그렇다면 고대 문명은 황산을 만드는 방법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중세 연금술처럼 여러 재료를 모아 반응을 살피는 기초 실험에서 출발할 수 있다. 가공하지 않은 황 덩어리에 불을 붙이면 푸른 불꽃을 내며 타고 기체가 나온다. 이 기체를 물에 포집하는 장치를 만들고, 그렇게 얻은 물을 여러 물질에 시험한다. 금속들과 반응하는 성질을 발견하면서 황산 생산법에 도달한다는 예다. 처음부터 산업용 설비를 고안한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하고 그 결과물을 시험하면서 생산법을 알아갔다는 것이다.

기초 실험의 규모 확대와 대피라미드·중앙 피라미드의 황산·염산 생산 분업 구상.

얻은 황산은 다시 다른 실험의 재료가 된다. 여러 재료에 황산을 떨어뜨려 반응을 살피다가 소금과의 반응을 이용하면, 염산을 만드는 공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앙 피라미드 내부에서 막대한 양의 염화나트륨 축적물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 이 용도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염화나트륨은 소금이며, 여기서는 염산 생산에 투입하는 초기 반응물이다. 이에 따라 대피라미드에서 황산을 생산하고, 중앙 피라미드에서 그 황산을 소금과 반응시켜 염산을 만드는 시설 간 분업을 그릴 수 있다.

이러한 생산시설에 이르는 데 필요한 것은 기초 실험의 반복과 규모 확대다. 여러 재료의 성질을 살피고, 반응으로 얻은 물질을 다른 재료와 다시 반응시키면서 공정을 익힌다. 작은 장치에서 알아낸 반응을 더 큰 설비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면, 이집트 피라미드에 부여한 산업 규모의 화학 생산에 도달할 수 있다.

지하자원에서 반응물과 열을 얻다

제프리 드럼의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서 피라미드의 입지는 화학 반응에 필요한 재료와 동력을 함께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천연자원이 솟아 나오는 곳에 시설을 세우면 재료를 모두 외부에서 운반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한 피라미드를 지열 온천 위에 세운 사례가 그 예다. 온천에서 올라오는 자연의 열에너지와 황 성분 기체를 구조물 안으로 받아들이면, 지하에서 열과 초기 반응물을 함께 공급받을 수 있다.

일본의 지열 온천과 기자의 지하수·동굴에서 반응물을 공급받았다는 입지 비교.

대피라미드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 대피라미드 아래에는 카르스트 동굴과 통로 체계가 있으며, 황화물을 함유한 지하수에서 나온 황화수소 가스가 그 안에 존재한다. 일본의 시설이 온천에서 올라오는 열과 황 성분 기체를 이용한다면, 대피라미드는 지하수에서 발생해 동굴과 통로로 공급되는 황화수소를 화학 공정에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드럼이 소개한 기자 고원 지질 조사 논문은 지하의 탄화수소 누출과 위로 올라오는 황화수소 가스를 다룬다. 드럼은 탄화수소 누출을 계단 피라미드가 메탄 매장층 위에 세워졌다는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받아들인다. 황화수소는 대피라미드에서 반응을 시작하는 물질로 지목한다. 일본의 피라미드에도 제안한 출발 물질로, 대피라미드 내부에서는 반드시 황산으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석재와 지하의 전도 조건을 이용해 동력을 모으다

지하자원이 있어도 이를 화학 물질로 가공하려면 동력이 필요하다. 이 가설에서 시설은 천연자원 바로 위에 자리 잡고, 지구에서 얻는 전기로 그 자원을 활용한다. 따라서 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가스 매장 여부만이 아니다. 건축에 쓰는 돌의 성질, 지하에서 전류가 잘 흐르는 조건, 낙뢰와 지전류가 모두 시설의 작동에 관여한다.

지전류는 지각을 흐르는 전류다. 샘물과 광석 매장층처럼 주변과 전도도가 다른 곳은 이 전류가 시설로 유입되도록 돕는다. 지하의 물과 광석이 전기를 끌어들이는 조건을 만들고, 매장된 천연가스와 금속 광석은 그렇게 얻은 동력으로 활용할 자원이 된다. 지하자원은 위치와 성질에 따라 전류가 흐르는 데 기여하거나 생산 공정의 재료가 되는 등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석재도 단순히 구조물의 무게를 지탱하는 재료에 그치지 않는다. 운모, 운모질 사암, 붉은 화강암, 검은 현무암은 성분과 물성이 서로 다르며, 각 구조물은 그 차이를 특정 용도에 맞게 이용했다는 것이다. 어떤 돌을 썼는지와 더불어 그 돌의 성질이 지하의 전도 조건, 이용하려는 자원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살펴야 한다.

여기서 전기는 투입되는 동력이고, 화학 물질은 얻으려는 산출물이다. 진행자는 이를 대기 전기의 투입으로 정리했지만, 드럼이 제시한 동력원에는 낙뢰와 함께 지전류도 포함된다. 자연 전기를 모으는 방식과 그 전기로 무엇을 생산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시설마다 다른 산출물을 제안하는 것도 이 구분에 따른다.

피라미드마다 다른 생산물과 굴절 피라미드의 용도 전환

제프리 드럼의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서 각 피라미드는 서로 다른 물질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계단 피라미드는 메탄을, 붉은 피라미드는 암모니아를 얻는 시설이다. 굴절 피라미드에는 요소와 묽은 질산이라는 두 가지 산출물을 제안한다. 이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경쟁 가설이 아니라, 처음에는 요소를 생산하다가 나중에 묽은 질산을 만들도록 개조했다는 용도 전환 가설이다.

굴절 피라미드를 요소 생산에서 묽은 질산 생산으로 개조했다는 가설과 벽 보호 피막의 역할.

시설제안된 산출물기능과 시기에 관한 설명
계단 피라미드메탄메탄 매장층 위에 세운 시설이라는 가설
붉은 피라미드암모니아암모니아 생산시설로 해석
굴절 피라미드요소, 이후 묽은 질산처음에는 요소를 만들다가 후대에 묽은 질산 생산용으로 개조했다는 가설
기자 고원의 대피라미드황산지하에서 올라오는 황화수소를 초기 반응물로 사용했다는 설명
기자 고원의 중앙 피라미드염산염산 생산시설로 해석
기자 고원의 마지막 피라미드염기성 용액산성 공정을 중화하는 용도를 염두에 둔, 현재 발전 중인 가설

굴절 피라미드에서 묽은 질산을 다루려면 산성 용액이 석회암 벽과 반응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벽을 밀봉해 용액과 직접 닿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드럼은 굴절 피라미드 내부에서 피막을 이루는 화합물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가 이 피막에 부여하는 역할은 부식성 화학 반응으로부터 석회암 벽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막은 내부에서 산을 다루도록 시설을 바꾸었다는 가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기자 고원의 시설들에는 황산과 염산뿐 아니라 염기성 용액을 생산하는 기능도 부여한다. 산성 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에서는 중화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염기성 용액을 함께 확보하면 서로 보완하는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다. 다만 마지막 피라미드의 기능은 드럼이 아직 발전시키고 있는 가설이며, 어떤 염기성 물질을 만들었는지까지 지목하지는 않는다. 여러 시설의 산출물을 합치면 그의 표현으로 여섯이나 일곱 가지 화합물이 된다.

시설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와 그 물질이 왜 필요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진행자는 메탄·암모니아·요소·질산을 실제로 어디에 쓰며, 특히 카르다쇼프 척도의 1단계에 해당하는 역량을 갖추는 데 왜 유용한지를 묻는다. 카르다쇼프 척도는 문명이 에너지를 활용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기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기를 얻는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그 전기로 만든 화학 물질이 어떤 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문명의 발전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지구의 전기를 이용하는 기술과 전기를 만들어 내는 기술

고대와 현대의 전기 기술을 비교하려면 자연에 존재하는 전기를 끌어다 쓰는 일과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일을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제프리 드럼은 열수 발전, 수력 발전 댐, 원자력 발전을 후자에 포함한다. 천연자원을 사용한다는 점은 같아도, 발전시설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지구에 이미 흐르는 전기를 이용하는 방식과 다르다. 드럼은 고대 문명이 오늘날보다 지구의 전기를 더 능숙하게 이용했다고 본다.

문명의 에너지·자원 활용 능력을 단계로 나누는 카르다쇼프 척도도 이 비교에 등장한다. 진행자는 지구의 에너지와 천연자원을 이용하는 수준에서 출발해, 2단계는 아마 행성 간 수준이고 3단계는 은하 간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대 문명은 아직 1단계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말에 드럼은 현재의 평가가 0.7이라고 덧붙인다. 오늘날 기술이 발전했다는 사실만으로 지구의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드럼이 고대 기술에서 특히 주목하는 에너지원은 낙뢰와 지전류다. 오늘날에는 낙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며, 지구를 통해 조금씩 흐르는 지전류도 전압이 너무 낮아 현대 산업이 요구하는 규모의 전력으로 쓰기 어렵다. 따라서 고대의 전기 이용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려면 현대의 전력 사용 방식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자원을 확보하는 일에는 고대와 현대의 공통점이 있다. 현대에도 메탄과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수압파쇄를 한다. 전기를 얻고 사용하는 기술이 달라도, 자연에 있는 자원을 추출해 활용한다는 점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암모니아와 황산이 산업에 중요한 이유

피라미드가 화학 생산시설이었다면, 그곳에서 만든 물질은 어떤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 암모니아는 그 필요성을 이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드럼은 암모니아를 지금까지 발견되어 산업 규모로 생산된 화학 물질 가운데 아마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꼽는다. 비료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문명이 전례 없는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고, 산업혁명 이후의 기하급수적 성장도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암모니아의 식량 생산 용도와 황산의 생산 원료·산업화 대리 지표 역할을 구분한 그림.

암모니아 기반 비료와 황산은 오늘날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화학 상품 두 가지로 꼽힌다. 암모니아가 비료를 통해 식량 생산과 문명의 성장을 뒷받침한다면, 황산은 다양한 화학 상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황산을 필요로 하는 공정이 많으므로, 한 지역에서 황산을 얼마나 생산하고 소비하는지는 그곳의 산업 활동 규모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여기서 황산이 생산에 필요한 원료라는 말과 그 사용량이 산업화 수준을 보여 주는 지표라는 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드럼이 한 나라의 발전 수준을 황산 생산량과 소비량으로 판단한다는 말을 소개하자, 진행자는 그 말의 출처를 묻는다. 드럼의 답은 특정 인물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산업화 수준을 살필 때 일반적으로 참고하는 지표를 말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진행자는 황산의 양 자체가 성공을 결정한다기보다, 이미 이루어지는 생산 활동과 발전 정도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대리 지표에 가깝지 않느냐고 짚었고 드럼도 동의했다.

물질대화에서 제시한 쓰임과 중요성
암모니아비료 생산을 통해 문명이 전례 없는 규모로 성장할 수 있게 한 물질이다.
황산다양한 화학 상품의 생산 기반이며, 생산량과 소비량은 산업화 수준을 살피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메탄·천연가스현대에도 채굴하고 사용하는 자원으로, 가정에서도 쓰인다.

가정과 자동차에서도 쓰이는 천연가스

이런 자원과 화학 물질은 거대한 산업시설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메탄, 즉 천연가스는 연료이자 핵심적인 산업용 화학 상품이며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드럼은 일본과 이집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도 천연가스를 쓴다는 사례를 든다. 이집트에서는 많은 자동차가 석유 대신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도록 개조되어 있다고도 설명한다. 진행자는 미국 역시 수압파쇄 덕분에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해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인다.

가정용 연료와 자동차 연료, 비료와 여러 화학 상품의 원료라는 구체적인 용도는 이 물질들을 확보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보여 준다. 그러나 현대의 용도를 아는 것만으로 고대의 사용처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피라미드가 이런 물질을 생산했다면, 고대인들은 그것을 어디에 사용했을까? 특히 농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만들었다면, 그 비료가 필요했던 농경지가 어디였는지를 살펴야 한다.

비료의 사용처를 나일강 밖에서 찾는 이유

피라미드에서 생산했다는 비료의 사용처는 나일강 주변 농경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제프리 드럼은 지금과 크게 달랐던 사하라의 환경에 주목한다. 왕조 시대에도 비가 내렸으며, 특히 사하라 습윤기에는 몬순성 비가 사하라 동북부 상부 지역을 휩쓸면서 사막을 광대한 농경지로 바꾸었다. 아프리카 습윤기라고도 부르는 이 시기는 실제로 있었던 환경 변화라는 것이 드럼의 설명이다.

나일강 밖 사하라의 새 농경지에 강우와 비료를 함께 공급했다는 구상.

그 시기에는 사람들이 기존 거주지를 대거 떠나 사하라 동북부 상부 지역으로 이동했다. 비료가 필요했던 곳도 나일강 주변뿐 아니라 사람들이 새로 정착해 농사를 짓던 지역까지 넓혀 생각할 수 있다. 드럼이 제안하는 농업적 테라포밍은 비료와 강우를 함께 이용해 사막을 경작 가능한 땅으로 바꾸는 구상이다. 여기서 백마 언덕 형태의 구조물은 적란운과 뇌우를 발생시켜 비를 내리는 시설이고, 피라미드는 농사에 필요한 비료를 공급하는 시설이다.

요소사하라 농경지 조성에서 맡는 역할
백마 언덕 형태의 시설적란운과 뇌우를 발생시켜 비를 내리게 한다.
피라미드에서 생산한 비료강우와 함께 사막을 농경지로 바꾸는 데 사용한다.
사하라로 이동한 사람들나일강 주변에 한정되지 않은 새로운 농업 지역을 형성한다.

드럼은 사하라를 발굴하면 동북부 상부 지역에서 기반암을 깎아 만든 백마 언덕 형태의 시설들이 발견될 것이라고 거의 장담한다. 나아가 이런 시설들이 사하라 습윤기 자체를 만들어 냈을 가능성도 제안한다. 시설의 발견은 강하게 확신하지만, 습윤기의 원인까지 그 시설에 돌리는 데에는 가능성을 열어 둔다.

날씨를 다루는 기술과 신화 속 마법

적란운과 뇌우를 일으켜 사막에 비를 내리게 한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기상 조절 기술이다. 진행자가 이 점을 짚자 드럼도 동의하며, 날씨를 바꾸는 능력을 카르다쇼프 1단계 문명의 또 다른 징표로 꼽는다. 고대 문명의 발전 수준을 가늠할 때 건축물의 크기나 석재 가공 능력뿐 아니라 자연의 힘을 직접 다루는 능력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드럼은 세계 여러 지역의 신화에 등장하는 기상 조절 능력을 이런 기술의 기억으로 읽는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일랜드 신화의 투아하 데 다난(Tuatha de Danann)이다. 아일랜드를 지배했던 마법의 종족이자 신들로 소개되는 이들은 특히 날씨를 조절하는 마법을 지녔다. 드럼은 신화 속 마법이 구체적으로 화학을 가리킨다고 단언한다. 초자연적 능력으로 전해진 이야기에 자연의 힘을 다루던 고대 기술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기술이 마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공상과학 소설가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의 말로 표현한다.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무엇이든 마법과 구별할 수 없죠.

드럼도 이 말에 동의한다. 고대인이 현대인과 똑같은 기술을 더 일찍 갖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마법처럼 들리는 능력이 당시에는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현대와 전혀 다른 방식의 기술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대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 문명

자연의 힘을 직접 이용해 날씨를 조절하고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 고대에 있었다면, 인류가 원시 상태에서 출발해 줄곧 진보해 왔다는 통상적인 역사 서사와는 다른 과거를 생각해야 한다. 진행자는 대홍수 이전, 빙하기 이전의 지구에 이미 상당히 발전한 문명들이 있었다는 뜻인지 물었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그 문명들은 현대와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완전히 달랐다고 보았다.

진행자가 비교 대상으로 떠올린 영화는 《아바타》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구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에 있다는 것이다. 드럼 연구자는 이를 자연의 힘과 직접 연결되어 살아가는 삶으로 표현했다. 발전된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현대 산업사회를 닮았으리라는 뜻은 아니다. 자연과 맺는 관계부터 달랐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기술은 언제, 어떻게 사라졌을까? 진행자는 대홍수 이전에 발전된 문명이 있었고, 홍수가 그 문명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지만 생존자들이 일부 기술을 전수했다고 가정했다. 이 전제를 모두 받아들이더라도 재난 뒤에 이어진 지식이 오늘날까지 남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설명해야 한다. 현대인이 어떤 면에서는 그들보다 덜 발전했다면, 살아남은 사람들이 전한 기술과 오늘날 사이의 어디에선가 단절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하라의 건조화와 나일강으로의 이동

드럼 연구자는 이집트의 경우 사하라의 환경 변화와 왕조 시대의 시작을 먼저 짚었다. 그가 제시한 연대에서 사하라 습윤기는 기원전 약 5300년에 끝난다. 비가 그치고 땅이 말라 가자 문명은 동부 사하라에서 나일강 주변으로 돌아왔다. 그 뒤 기원전 약 3500년경 왕조 문명이 시작되었다. 그는 통상적인 역사학과 고고학에서도 이 시점을 이집트 왕조 시대의 출발점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드럼이 설명한 사하라 건조화, 나일강으로의 이동, 이후 왕조 문명의 시작.

그러나 왕조 시대의 시작이 곧 이집트 문명 자체의 시작은 아니다. 드럼 연구자는 이집트인들과 이집트학자들도 문명 자체는 훨씬 오래되었다고 말할 것이라며, 나르메르 팔레트 또는 메네스 팔레트에 나타나는 상·하 이집트의 ‘재통일’에 주목했다. 다시 통일했다는 말은 왕조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상·하 이집트가 존재했다는 뜻으로 읽었다. 왕조 시대보다 훨씬 앞선 이집트 문명을 보여 주는 역사 기록으로는 팔레르모석을 들었지만, 그 이름은 팔레르모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산업의 중단과 제한된 지식 전승

사하라에서 나일강으로 사람들이 이동하고 왕조 문명이 성립한 과정만으로는 기술 지식이 어떻게 되었는지까지 알 수 없다. 진행자가 이 문제를 다시 묻자, 드럼 연구자는 지식 자체는 계속 이어졌다고 답했다. 더 이상 산업 규모로 활용되지는 않았지만, 비밀스러운 지식과 의식을 전하는 고대의 비전 전수 집단 안에 은밀히 남아 소규모로 실천되었다는 것이다. 대규모 시설의 가동은 중단되어도 지식은 남을 수 있다는 답이었다.

그 지식이 왜 제한된 집단 안에 남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했다. 화학 물질은 산업적으로 널리 쓰여 사회 전체에 이익을 주었겠지만, 신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은 애초부터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보았다. 특히 자기장 신전과 수명을 늘리는 의식에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었다는 생각이다. 당시에도 오늘날과 같은 권력 구조가 있었고, 수명 연장 의식에는 특정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기술이 처음에는 공개되어 있다가 나중에 비밀 집단으로 옮겨 갔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널리 쓰이는 산업적 생산물과 일부에게만 허용된 신전 활동이 함께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회 전체가 화학 생산물의 혜택을 누리더라도, 누구나 특정 시설에 들어가거나 의식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구분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남은 기술의 흔적

소규모로 지식을 전수했다면, 대규모 화학 시설의 가동은 왜 중단되었을까? 진행자는 헬레니즘 시대를 비롯한 그리스·로마 문명으로 질문을 좁혔다. 그 문명들이 같은 방식으로 지구의 힘을 활용하거나, 환경을 대규모로 바꾸는 지구공학을 수행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의문이었다. 산업 규모의 기술과 후대 문명 사이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아직 별개의 질문으로 남아 있었다.

드럼 연구자는 번개의 신 제우스에 관한 신화를 앞선 문명과의 연결점으로 들었고, 진행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언급했다. 그러나 진행자가 찾는 것은 신화만이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에 대해서는 드럼 연구자가 물리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으니, 그보다 후대에도 같은 종류의 증거가 있는지를 물었다.

드럼 연구자는 아직 그리스·로마 시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회원 전용 채널에서 사람들이 살펴볼 장소를 제안하면, 구글 어스로 그곳을 실시간 조사하는 방식으로 다른 지역의 유적을 탐색하고 있었다.

로마 유적의 거리 배치와 테오티우아칸의 연금술 상징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로마 유적에서도 5,300미터와 2,300미터라는 동일한 거리 관계를 찾았으며, 영국 윌트셔의 백마 언덕과 같은 구성을 가진 언덕 비탈도 있다고 설명한다. 고대 시설이 자연 전기를 이용했다는 가설을 이집트 밖의 유적에도 적용한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각지의 유적을 조사해 보라고 제안하지만,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연구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테오티우아칸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한 것도 인터뷰 당시에는 아주 최근의 일이었다.

테오티우아칸의 세 피라미드 이름을 낙뢰 동력과 금·은 처리 기능으로 읽는 해석.

테오티우아칸에서 눈여겨본 것은 피라미드의 이름과 상징이었다. 드럼 연구자는 여기에 시설의 동력원과 처리 대상을 알려 주는 연금술 정보가 담겨 있다고 보았다. 케찰코아틀을 번개의 신으로 설명하면서, 케찰코아틀 피라미드는 신전 안에서 번개가 내리치는 위치와 시설에 동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는 각각 처리하는 금속을 가리킨다. 연금술에서 태양은 금을, 달은 은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피라미드연결하는 상징시설의 기능으로 읽는 의미
케찰코아틀 피라미드번개의 신낙뢰가 들어오는 위치와 동력원
태양의 피라미드태양과 금금의 처리
달의 피라미드달과 은은의 처리

세 피라미드의 이름을 함께 읽으면, 번개를 동력으로 삼아 금과 은을 처리하는 시설이라는 그림이 나온다. 드럼 연구자가 테오티우아칸에 적용한 번개로 가동되는 금·은 처리시설이라는 해석이며, 대화에서는 이를 중앙아메리카의 연금술로 표현했다.

고대 시설을 직접 재현할 실험 공간

유적의 배치와 상징에서 추론한 원리대로 시설을 만들어 실제로 작동시킬 수 있을까? 진행자는 적합한 입지를 골라 작은 공동체를 조성하고, 고대인의 생활방식까지 재현해 보자고 제안했다. 피뢰침 같은 구조물을 세우고 오로지 지구의 에너지로 가동되는 화학 생산시설을 짓자는 구상이다.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시도할 만한 일이라는 뜻도 분명히 했다.

드럼 연구자도 프로젝트를 그런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했다. 다만 당시에는 자비 출판과 유튜브 활동으로 비용을 마련하며 독립적으로 연구를 이어 가고 있었다. 인터뷰가 공개될 무렵 구독자가 약 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활동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비와 연구비를 함께 충당해야 했다. 활동 규모가 조금씩 커지고 있어도 곧바로 대형 시설을 마련할 형편은 아니었다.

장기적인 목표는 대규모 연금술 실험실을 갖추는 것이다. 드럼 연구자는 대니 존스의 새 스튜디오와 커져 가는 활동 규모를 떠올리며, 자신도 연구를 확장할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실험을 먼 미래의 계획으로만 남겨 둔 것은 아니다. 이미 Brainstorm 채널의 벤과 일련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 내용을 일반 공개와 회원 전용 콘텐츠로 나누어 발표했다.

화학공장 엔지니어의 지지와 공동 연구

연구를 이어 가는 데 특별한 격려가 된 사람은 Thunderbolts Project의 엔지니어이자 연구자인 앤디 홀이었다. 드럼 연구자의 소개에 따르면, 홀은 평생 화학공장과 발전소를 설계하고 건설하고 운영해 온 엔지니어다. 고대 구조물을 산업시설로 이해하려는 연구였기에, 실제 공장과 발전소를 다뤄 온 사람의 평가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홀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긴 글을 올려 드럼 연구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고, 피라미드가 지구의 전기로 가동되는 화학 생산시설이었다고 보는 이유를 뒷받침했다. 글의 형식은 학술논문이 아니라 웹사이트 게시글이었다. 드럼 연구자는 홀의 인정을 자신의 피라미드 연구 경력에서 아마 가장 큰 찬사였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Thunderbolts는 ‘전기 우주’와 관련된 활동으로 소개되었다. 드럼 연구자는 그 맥락에서 벨리코프스키를 언급했으며, 진행자가 도널드 스콧도 같은 쪽 인물인지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의 연구 활동과 Thunderbolts 팀을 통해 연락이 닿은 벤은 이 프로젝트에 전기·플라스마 실험으로 기여하는 협력자였다. 두 사람은 고대 시설에 부여한 여러 작동 원리를 함께 시험하기 시작했다.

돌 사이의 방전으로 시험하는 강압 변압기 가설

최근 수행한 공동 실험 가운데 하나는 서로 떨어진 돌 사이로 전기를 전달하는 시험이었다. 이는 일정한 간격으로 돌을 늘어놓은 고대의 통로가 낙뢰를 분배하고 전압을 낮추는 장치였다는 강압 변압기 가설과 관련된다. 이 가설을 시험하려면 우선 전기가 돌 사이의 틈을 건너 전달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실험과 가설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돌 사이 방전 시험이 고대 돌 통로의 강압 기능까지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님을 구분한 그림.

  1. 한 돌에 전압을 유도하고 전류를 흘려보낸다.

  2. 전기가 틈을 건너 다음 돌로 전달되면서 아크, 곧 돌 사이를 잇는 전기 방전이 발생하는지 살핀다. 드럼 연구자는 실험에서 이러한 방전을 분명히 보였다고 설명했다.

  3. 이 전달 현상을 바탕으로, 간격을 두고 늘어선 고대의 돌 통로가 낙뢰를 분배하고 전압을 낮추는 장치였다는 가설을 시험한다.

공동 실험은 돌 사이의 방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표면 시험에 관한 화학 실험과 붉은 화강암에서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드럼 연구자는 가설을 구성하는 각 단계의 작동 원리를 뒷받침하는 학술논문들을 확보했으며, 이제 그 원리들을 직접 시험해 실험 증거를 쌓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축적되는 증거도 결국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리라는 확신이 강하다.

진행자가 실험에 기대를 건 이유는 가설을 제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작동 여부를 시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시험을 거치면 연구가 가설만 세우는 애매한 경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드럼 연구자도 필리포 비온디의 탐사 연구를 논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음을 인정했다. 이 연구에 인생의 9년을 쏟아 지금의 단계에 이르렀지만, 앞으로 도달하고 싶은 수준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친다. 더 큰 실험 공간과 공동 연구는 그 목표를 향해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하다.

90% 이상의 확신과 일부만 옳아도 남는 연구의 가치

피라미드가 화학 생산시설이었다는 가설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숫자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90% 이상이라고 답했다. 진행자가 90%를 넘느냐고 재차 물었을 때도 답은 같았다. 그렇다고 모든 답을 알고 있다거나 이 구조물들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설명이 100% 옳다는 주장도 거듭 거부했다. 가설에 대한 강한 확신과 모든 것을 알아냈다는 선언은 그에게 서로 다른 일이었다.

이와 함께 제시한 10%는 현재의 확신을 낮춰 표현한 수치가 아니라, 먼 훗날 연구의 일부만 옳다고 평가되더라도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었다. 대화에서 나온 수치는 각각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닌다.

수치대상과 의미
90% 이상피라미드가 화학 생산시설이었다는 가설에 대한 드럼 자신의 현재 확신
100%모든 답을 알고 있거나 자신의 설명이 전적으로 옳다는 뜻으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수치
10%훗날 연구 전체를 분석했을 때 옳았던 부분이 이 정도뿐이어도 큰 진전이 될 것이라는 가정
20%비온디의 연구에 열어 두었다고 말한 가능성으로, 그 부분만 맞아도 큰 도약이 된다는 비교

드럼 연구자는 지금까지 축적한 연구가 방대하며, 투입한 노력의 양과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의 가치가 모든 결론을 그대로 인정받는 데 달려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자신의 생애가 끝난 뒤일 수도 있는 먼 미래에 누군가 연구 전체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 가운데 옳았던 부분이 고작 10%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 10%가 엄청난 진전을 가져온다면 연구는 중요한 성과를 남긴다.

필리포 비온디의 연구에 20%의 가능성을 열어 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 가능성에 해당하는 부분만 옳더라도 지금까지 가능하리라고 꿈꾸지 못했던 영역으로 크게 나아갈 수 있으며, 진행자도 이 취지에 동의했다. 드럼 연구자에게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 일에는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가 필요했다. 고대 구조물의 기능을 새롭게 이해하려면 틀릴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이미 알려진 설명의 한계를 계속 넓혀 가야 한다.

황산칼슘 피막과 왕비의 방에 남은 움푹 팬 흔적

피라미드를 새롭게 이해하는 방법에는 새로운 기술로 내부를 탐사하는 길과 구조물의 작동 원리를 다시 생각하는 길이 있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필리포 비온디와 합성개구레이더(SAR) 연구팀을 존중하는 이유는 이들이 새로운 기술로 이집트 피라미드를 조사하려 하기 때문이다. 드럼 연구자의 화학 생산시설 가설은 피라미드를 무덤으로 보는 기존 설명뿐 아니라 크리스토퍼 던의 가설과도 다르다. 무엇을 생산했느냐만이 아니라 시설이 작동하는 방식, 설계에 깔린 사고방식, 건설 동기와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전혀 다르게 본다.

보호 피막 손상 후 산과 재반응하고 새 피막이 생기면서 함몰 자국이 남는다는 설명.

진행자가 앞서 거론한 ‘화석화된 번개’와 붉은 피라미드의 암모니아를 짚으며 화학 생산시설 가설의 근거를 쉽게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드럼 연구자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대피라미드의 왕비의 방과 대회랑 안에 있는 황산칼슘 염이었다. 그는 이 염을 묽은 황산이 방을 이루는 탄산칼슘 석회암과 반응해 생긴 직접적인 결과로 본다.

드럼 연구자는 여러 차례 비공개 관람으로 대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갔으며, 왕비의 방에서 작은 함몰 흔적을 관찰했다. 그가 이 흔적을 황산칼슘 피막과 연결하는 이유는 피막이 손상된 자리에 산이 다시 닿으면 석회암이 추가로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막의 일부가 벗겨져 아래의 석회암이 조금 드러났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움푹 팬 자리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1. 황산칼슘 피막의 일부가 손상되어 석회암이 노출된다.

  2. 방이 묽은 황산으로 다시 채워지면 산이 노출된 석회암과 반응한다.

  3. 그 반응으로 새로운 염 피막이 형성되면서 추가 반응이 멈춘다.

  4. 이미 반응한 석회암 표면에는 그만큼 작게 패인 자리가 남는다.

이렇게 보면 황산칼슘 피막과 함몰 자국은 별개의 흔적이 아니라, 산과 석회암의 반응이 피막의 손상과 재형성에 따라 재개되고 멈추는 과정에서 함께 생긴 흔적이다. 드럼 연구자는 두 특징을 함께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대피라미드 내부의 화학 반응을 뒷받침하는 특히 중요한 근거로 평가한다.

같은 황산 생산설, 서로 다른 반응 원리

대피라미드가 황산을 생산했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같은 공정을 상정하는 것은 아니다. 드럼 연구자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던의 신작 부록에 등장하는 화학 박사 브렛 코언도 황산 생산설에 동의한다. 그러나 코언 박사가 제안하는 작동 원리와 반응 단계는 드럼 연구자의 설명과 완전히 다르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생산물은 황산이지만, 무엇을 생산했는가와 어떻게 생산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드럼 연구자와 코언 박사는 예정된 대화에서 각자의 이론을 비교할 계획이었다. 비교 대상에는 두 사람의 공정뿐 아니라 던의 원래 가설도 포함된다. 각 이론이 던의 가설과 어디에서 달라지고 어느 부분을 반박하는지 함께 검토하려는 자리였다. 따라서 던의 연구와의 관계도 단순한 계승으로 볼 수 없다. 황산이라는 생산물에 대한 동의와 구체적인 작동 체계에 대한 차이를 놓고, 원래 가설에서 받아들이는 부분과 반박하는 부분을 살피려는 것이다.

기자 고원의 금속 자원과 황산 동굴 형성

피라미드가 화학 생산시설이었다면, 내부의 반응 흔적뿐 아니라 원료를 얻을 수 있는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소개한 기자 고원 철광맥의 화학 분석 자료에는 철, 니켈, 납, 주석, 백금, 티타늄과 함께 네오디뮴 같은 희토류 원소, 금·은 같은 귀금속이 나타난다. 드럼 연구자는 이 자료를 근거로 기자 고원에 가치 있는 금속 자원이 존재한다고 본다.

지하 가스의 이동과 황산 형성 과정을 다룬 연구로는 하난 S. 바다위(Hanan S. Badawy)의 논문 「동굴이 발달한 중기 에오세 지층 내 황산 동굴 형성 관련 퇴적물의 발달: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고원의 탄화수소 가스 누출에 관한 추론」이 있다. 저자는 이집트 베니수에프대학교 이학부 지질학과 소속이다. 드럼 연구자는 이 논문을 피라미드 아래에서 탄화수소가 누출된다는 지질 조사로 소개한다.

기자 고원의 황산 동굴 형성과 탄화수소 누출을 연결하는 논문의 제목과 초록.

논문의 초록은 기자 고원의 동굴이 발달한 중기 에오세 지층에 쌓인 광물 퇴적물을 탄화수소 가스 누출과 연결한다. 연구에는 현장 관찰, 현미경과 전자현미경 조사, X선 회절 및 X선 형광 분석이 사용되었다. 이를 통해 퇴적물의 형태와 암석학적 특징, 화학 조성을 조사하고, 지하에서 올라온 물질이 황산 동굴을 형성하는 모델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백악기 저장층에서 탄화수소와 함께 상승하는 황화수소에서 시작한다. 환원 조건에서 올라온 황화수소는 산화되어 황산으로 바뀌고, 지표에서는 탄산이 풍부한 용액이 내려온다. 두 산은 석회질·점토질 모암과 반응한다. 석고가 다른 물질을 대체하며 형성되는 영역에서는 나트로알루나이트, 알루미늄 인산염·황산염, 수화 할로이사이트, 철·망간 산화물 등의 부산물이 생긴다. 인근에 층상 공동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하는 응력은 암석에 균열과 작은 광맥을 형성하고, 그 틈을 섬유상 석고가 채운다.

왕비의 방에 남은 황산칼슘 피막이 방 안에서 일어난 반응의 흔적으로 해석된다면, 이 연구는 고원 아래에서 가스가 이동하고 산화되어 산을 만들고, 그 산이 암석과 반응하는 과정을 다룬다. 서로 다른 규모의 현상이지만, 기자 고원의 황 함유 가스와 산성 용액이 암석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이해하는 데 함께 참고할 수 있다.

테티스해의 해저에서 형성된 기자의 기반암

드럼 연구자는 기자 고원 아래의 자연적인 카르스트 동굴과 통로에서 황화수소 가스가 올라온다고 설명하며, 지하 환경과 광물 분포의 기원을 고대 해저의 열수 활동에서 찾는다. 수백만 년 전 기자의 기반암이 형성되던 곳은 테티스해의 바닥이었다. 기자의 석회암에 조개껍데기가 박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폐석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고원에는 어디를 걸어도 조개껍데기를 찾을 수 있을 만큼 해양 생물의 흔적이 흔하다. 드럼 연구자는 기반암에 박힌 다양한 수생 생물 화석을 직접 발견하기도 했다.

당시 해저에는 뜨거운 물이 솟아 나오는 열수 분출공이 있었다. 해수가 암석의 틈으로 들어가 지하에서 가열되고, 대류하면서 다시 솟아오르는 동안 광물이 침전해 해저와 암석 내부에 쌓인다. 드럼 연구자의 가설에서 중요한 것은 이때 만들어진 금속·광물 침착물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기자 고원의 석회암 기반암 속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해저 암석 틈을 순환하는 열수의 광물 침전 과정과 기자 석회암 속 해양 화석

열수 분출공 설명도는 해수 순환과 광물 침전 과정을 보여준다.

가지 모양의 광물과 자연 배선망

열수가 지구의 핵에서 올라오는 것인지 진행자가 묻자, 드럼 연구자는 열의 기원을 핵으로 특정하지 않고 기자에 남은 지형과 광물 형성물에 주목했다. 그가 아는 한 자신 외에 이 형성물에 주목한 사람은 로버트 쇼크뿐이며, 이 문제는 지금까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럼 연구자가 소개한 쇼크의 설명에는 낙뢰와 열수 광물 분출공이 함께 등장한다. 쇼크는 기자 고원이 태양 플레어에 맞아 리히텐베르크 무늬가 생겼다고 본다. 리히텐베르크 무늬는 유전체 물질에 극도로 높은 전압이 가해질 때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방전 흔적이다. 드럼 연구자는 이를 나무 조각에 빗대어 설명했다. 유전체인 나무에 고전압 전류가 흐르면 방전이 가지처럼 갈라져 퍼지면서 표면을 태워 무늬를 남긴다. 쇼크는 기자의 형성물도 이와 같은 흔적으로 해석한다.

반면 드럼 연구자는 자신들이 가진 화학 분석 자료를 근거로, 기자의 가지 모양 형성물을 반드시 리히텐베르크 무늬로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 자연적인 열수 활동으로 생긴 금속·광물 침착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형성물의 전기적 기능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침착물이 유전체 물질을 통해 고전압 전류를 전달하므로, 전류가 퍼지는 방식은 리히텐베르크 무늬가 형성될 때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고 본다.

비교 항목드럼이 소개한 쇼크의 설명드럼의 설명
형성에 관여한 요소낙뢰와 열수 광물 분출공고대 해저의 열수 활동
가지 모양 형성물의 성격태양 플레어로 생긴 리히텐베르크 무늬화학 분석 자료에 비추어 본 자연적인 금속·광물 침착물
전기와의 관계고전압 방전이 남긴 흔적유전체 물질을 통해 고전압 전류를 전달하는 통로

드럼 연구자의 가설에서 이 금속·광물 침착물은 과거의 지질 활동이 남긴 흔적이자, 기자 고원의 모든 구성 요소를 전선처럼 연결하는 자연 배선망이다. 주변의 석회암 기반암은 유전체 역할을 하고, 그 안에 박힌 광물망은 전류를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질 구조를 시설의 전기적 연결에 이용했다는 구상이다.

진행자는 이를 위와 아래 양쪽에서 필요한 것이 공급되는 체계로 이해했다. 위에서는 낙뢰가 작용하고 아래에는 열수 분출공이 있다는 정리에 드럼 연구자도 동의했다. 이어 고대 해저의 열수 활동이 먼저 금속·광물 침착물을 만들었고, 그 침착물이 지금의 석회암 기반암에 박혀 있다는 형성 순서를 짚었다. 이 가설에서 기자가 시설의 입지로 선택된 이유는 지하 가스와 금속·광물 자원뿐 아니라 전류를 전달할 연결망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요한 자연자원을 두루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는 설명이다.

환상열석에서 피라미드까지, 기술이 발전할 시간

환상열석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돌 구조물에서 화학 생산과 야금·채굴을 수행하는 산업시설까지 발전하려면 얼마나 큰 도약이 필요할까? 인터뷰 진행자가 제기한 이 질문에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두 시설의 공통 원리와 그 사이에 주어진 시간으로 답했다. 그의 가설에서 환상열석과 피라미드를 잇는 것은 외형이나 규모가 아니라 지전류와 낙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지전류는 지하 샘물, 금속 광석, 광물 침착물 같은 천연자원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전류가 축적되는 곳에는 낙뢰가 치기 좋은 조건이 갖추어진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따른다면 환상열석과 피라미드는 서로 단절된 발명이 아니라, 같은 고대 문명이 서로 다른 시대에 발전시킨 기술이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돌 구조물로 자연 전기를 이용하다가, 그 작동 원리를 확장해 더 복잡한 산업시설에 적용할 수 있다. 시설의 규모와 기능이 크게 달라져도 에너지를 얻는 출발점은 같다는 설명이다.

물론 공통 원리가 있다고 해서 복잡한 시설을 곧바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행자가 여전히 엄청난 기술적 도약처럼 보인다고 하자, 드럼 연구자는 그 사이에 수천 년의 발전 시간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근대 이후의 변화다. 1500년대부터 2025~2026년까지 약 500년 동안 인류는 거대한 기술적 도약을 이루었으며, 불과 150년 전만 해도 머스킷총을 사용했다. 고대인에게도 오늘날의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이 있었다면, 천 년 동안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인류가 앞으로 살아남는다면 천 년 뒤 어디까지 발전해 있을지 떠올려 보는 것도 같은 비교다. 문명이 충분히 오래 존속했다는 조건 아래에서는 환상열석에서 훨씬 복잡한 시설로 발전하는 일이 분명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식량 확보에서 시작하는 문명 재건

기술을 처음부터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던 지식을 다시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드럼 연구자는 마지막 빙하기 이전에 문명이 존재했다면, 그 사람들이 재건에 필요한 지식을 이미 갖고 있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단순한 시설부터 세운 이유도 달라진다. 더 복잡한 시설을 만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장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 당장 가장 절실한 필요를 채워 주는 시설을 먼저 지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식량이었다.

이 재건 구상은 빙하기 이후 농사지을 땅을 되살리는 데서 시작한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모든 것이 얼어 있었다면, 농사를 짓기 위해 우선 땅을 녹여야 한다. 단순한 시설로 번개를 땅속에 흘려보내 얼어붙은 농경지를 녹이고, 비가 내리게 하며, 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가설이다. 자연 전기는 훗날 산업 공정에 쓰이기 전에 식량을 생산할 환경을 회복하는 데 먼저 쓰였을 수 있다.

땅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 그곳에서 식물이 잘 자라도록 돕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다. 후자에 해당하는 용도로 제시된 것이 전류를 식물 재배에 활용하는 전기재배(electroculture)다. 드럼 연구자는 이를 식물을 키우는 분야에서 이미 확립된 재배법으로 소개하며, 낙뢰의 에너지가 농경지에 전달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번개를 땅으로 끌어들여 지전류를 자극한다.

  2. 지전류 에너지가 낙뢰보다 훨씬 낮은 전압의 전류로 농경지에 전달된다.

  3. 농경지에 도달한 전류가 전기재배를 촉진한다.

이처럼 단순한 시설을 먼저 세웠다는 구상에는 건설의 용이성과 식량 확보의 우선순위가 함께 들어 있다. 필요한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문명을 재건하려면 먼저 먹고살 기반부터 마련해야 했다는 것이다.

기술의 규모와 외계 개입에 관한 질문

지하와 대기의 전기를 함께 활용하는 기술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열수 분출공이 지하에서 해저로 이어지는 자연 배선망을 만들고, 여기에 대기의 전기까지 끌어다 쓸 수 있었다면, 고대인에게 상당한 기술적 역량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터뷰 진행자는 그 규모에 놀라움을 표하며, 이런 구상을 접하면 고대 외계인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의 방송에서 관련 주제를 다룬다고 해서 늘 그 입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도 어느 쪽에 서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영국 작가 그레이엄 핸콕과 건축 디자이너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랜들 칼슨을 거론했지만, 누구의 설명을 받아들일지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기술적 도약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것은 수천 년에 걸친 발전 시간과 고대인도 현대인과 동등한 지적 능력을 지녔다는 점, 빙하기 이전의 지식이 이어졌을 가능성이었다. 진행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두 가지를 물었다. 고대에 이처럼 발전한 기술이 존재했다면 외부의 개입이 있었을까? 또 그 지식은 왜 사라졌을까?

연구를 소개하고 전문가의 검토를 구하는 이유

드럼 연구자는 외계 개입과 지식의 상실에 답하기에 앞서, 자신이 ‘잃어버린 고대 첨단기술’을 다루는 집단을 비판했을 때 핸콕과 칼슨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깊이 존경한다고 밝혔다. 특히 칼슨과는 친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연구를 꼭 소개하고 싶어 했다.

진행자는 두 사람이 어떻게 아직 이 연구를 접하지 못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왜 이를 인정하지 않는지 물었다. 드럼 연구자도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다만 두 사람을 아는 지인들을 통해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었으며, 진행자는 실제로 전날 칼슨을 자신들의 대화에 초대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소개하려는 목적은 더 많은 사람이 내용을 살펴보고 분석할 기회를 마련하는 데 있었다. 드럼 연구자는 특히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의 검토를 원해 화학 박사와 전기공학자들과도 교류하고 있었다. 석유산업 관계자들에게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고대 기술의 활용 방식을 설명하는 여러 조건에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드럼 연구자는 이런 분야별 검토를 반겼고, 핸콕과 칼슨에게도 같은 연구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배 구덩이의 화학 성분과 철광맥의 금속

피라미드에서 생산했다는 화학 물질이 농업·야금·채굴에 유용하다면, 고대 이집트에서 실제로 그런 산업 활동이 이루어졌다는 증거는 무엇일까? 진행자는 피라미드별 생산물과 연쇄 반응에 관한 설명을 받아들이더라도, 물질의 쓰임새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짚었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가 답으로 제시한 것은 기자 고원의 배 구덩이에서 채취한 시료의 화학 분석이었다. 구덩이 내부의 여러 지점에서 시료를 얻고, 고원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교할 대조 시료를 채취했다. 같은 성분이 고원 전역에 널리 나타나는지, 배 구덩이에 특히 집중되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드럼 연구자는 비교 결과 배 구덩이에 특유한 화학 성분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료를 채취한 위치드럼 연구자가 설명한 화학 분석 결과
대피라미드에 인접한 배 구덩이황산염 화합물이 더 많이 발견된다.
중앙 피라미드에 인접한 배 구덩이염화물 화합물이 발견된다.
기자 고원의 다른 지역배 구덩이의 성분이 그곳에 특유한지 비교하는 대조 시료로 사용된다.

드럼 연구자는 대피라미드 옆 배 구덩이의 황산염을 대피라미드 내부에서 황산을 생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보았다. 여기에 구덩이가 회로 차단기로 쓰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화학 물질이 남은 장소일 뿐 아니라 피라미드의 생산시설을 작동시키는 전기 회로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이 뜻밖의 기능에 놀라며, 왜 배 구덩이를 회로 차단기로 보아야 하는지 물었다.

그 답을 이해하려면 먼저 자연 배선망으로 지목된 철광맥의 성분을 살펴야 한다. 드럼 연구자는 철광맥 시료의 원소 조성에서 주석, 니켈, 납, 백금을 열거했으며, 한 시료에는 백금이 35%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프라세오디뮴과 네오디뮴도 분석 항목으로 짚었고, 토륨이 들어 있는 시료도 소개했다.

철광맥 시료의 원소 조성을 설명하며 제시한 분석 자료.

토륨은 붉은 피라미드 내부의 얼룩뿐 아니라 철광맥에서도 나타났다. 드럼 연구자는 토륨이 이집트 북부 해안의 검은 사광 모래 퇴적층에도 존재하며, 현재 핵물질을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진행자는 중국의 토륨 원자로를 사례로 덧붙였다. 분석 자료에는 농도가 서로 다른 은과 금, 그리고 은과 금이 자연적으로 섞여 형성된 일렉트럼 입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철 침착물에서는 섬전암에서 나온 용융 실리카 미소구체도 발견되었다고 했다. 아래 확대 사진의 둥근 입자들이 그 대상이다. 원소의 종류와 농도뿐 아니라, 철 침착물 속에 남은 물질의 형태까지 살핀 자료다.

철 침착물에서 발견된 용융 실리카 미소구체라는 설명과 함께 제시된 구형 입자 사진.

철 침착물에서 발견된 용융 실리카 미소구체라는 설명과 함께 제시된 구형 입자 사진.

자연 배선망을 끊고 잇는 배 구덩이

배 구덩이의 회로 차단기 가설은 철광맥이 기자 고원의 구조물들을 잇는 자연 배선망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드럼 연구자는 배 구덩이를 이 배선망이 끊기는 지점으로 보았다. 구덩이에 묽은 황산이나 묽은 염산을 채워 차단기를 열고 닫음으로써, 연결된 회로를 제어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피라미드 옆 배 구덩이 가운데 하나에 직접 내려가 있는 자신의 사진도 소개했다.

이 배선망은 개별 피라미드 주변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앙 피라미드와 대피라미드의 중심에서 뻗어나온 철광맥망이 기자 고원 전역으로 퍼져 여러 구조물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아래는 드럼 연구자가 그 연결을 나타내려고 직접 만든 지도다. 두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뻗는 붉은 선들이 주변 시설까지 이어지며, 배 구덩이는 이 망 안에서 회로를 끊고 잇는 지점으로 자리한다.

두 피라미드에서 주변 구조물로 철광맥망이 뻗는다는 드럼의 해석을 나타낸 지도.

두 피라미드에서 주변 구조물로 철광맥망이 뻗는다는 드럼의 해석을 나타낸 지도.

별을 향한 통로와 천체 주기에 맞춘 작업은 다르다

피라미드의 배치와 천체의 관계를 살피려면, 통로가 특정 별을 향한다는 설명과 구조물의 배치가 별자리에 대응한다는 설명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진행자는 피라미드들이 오리온자리 허리띠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말을 사람들이 종종 잘못 인용한다고 지적하며, 그 정렬에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왕의 방 공기 통로를 특정 별자리로 향하는 ‘별의 통로’로 보는 설명에 반대했다. 근거로 든 것은 원래의 고고학 기록에 나타난 통로 끝부분의 형태다. 통로가 끝까지 비스듬히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는 평평하고 수평으로 이어지므로, 그 끝이 특정 별을 가리킨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구조물의 배치가 오리온자리 허리띠와 연결된다는 오리온 대응설 자체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구조물과 별자리의 대응을 인정한 것이지, 진행자가 문제 삼은 ‘정확히 일치한다’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천체의 움직임은 구조물의 방향뿐 아니라 작업 시기를 정하는 기준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중세 연금술사들은 특정한 달의 위상에 맞춰 이슬을 모으거나, 금성이나 다른 행성과의 합을 기다렸다가 작업했다. 특정 천체 정렬에 맞추면 화학 반응과 분자 변환이 더 효과적으로 일어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드럼 연구자가 구분한 것은 그 믿음이 실제로 옳았는지와 연금술사들이 그 믿음에 따라 작업했는지였다. 천체 주기를 작업에 이용했다는 설명이 곧 그 효과까지 옳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진행자는 사람들이 천체 정렬을 고대 외계 우주비행사설의 근거로 자주 사용하지만, 그 목적은 아주 실용적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응답했다. 외계인의 개입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화학 작업에 적합하다고 여긴 시기를 선택하기 위한 배치였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화학 생산시설 가설은 천체와의 관계뿐 아니라 피라미드 내부에 남은 물질적 흔적도 살핀다. 붉은 피라미드의 석벽에는 짙은 얼룩과 세로 줄무늬가 남아 있다. 드럼 연구자는 이 무늬를 내부에서 유체가 흘렀던 흔적으로 해석한다.

붉은 피라미드 내부 얼룩으로 소개된 사진. 드럼은 이 무늬를 유체 흐름과 연결한다.

붉은 피라미드 내부 얼룩으로 소개된 사진. 드럼은 이 무늬를 유체 흐름과 연결한다.

붉은 피라미드의 유체 흔적과 하버 장치의 배치

붉은 피라미드의 석벽에 남은 짙은 얼룩과 줄무늬에서 주목할 것은 유체가 흐르며 어떤 무늬를 만들었느냐는 점이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이를 유체 흐름의 흔적으로 해석하며, 실험에서도 같은 유체역학적 얼룩 무늬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실험에서 생기는 무늬와 벽면의 흔적을 비교하면 피라미드 안에서 유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붉은 피라미드 내부 얼룩으로 소개된 사진. 드럼은 이 무늬를 유체 흐름과 연결한다.

유체의 이동 경로를 생각할 때는 방들의 상대적 위치도 중요하다. 비교 대상은 프리츠 하버가 만든 초기 장치다. 금속 용기들이 관으로 연결되어 있고 압력계와 받침대가 결합된 이 장치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세 번째 장치가 놓인 높이다. 드럼 연구자는 세 번째 장치를 굳이 그처럼 받침대 위에 올려놓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 배치가 붉은 피라미드의 세 방 배치와 똑같다고 주장한다. 벽면에 남은 흐름의 무늬뿐 아니라 방들의 높이와 위치도 화학 장치와 비교할 대상으로 삼는다.

하버의 초기 장치로 소개된 사진. 비교의 초점은 세 번째 장치를 받침대에 올린 배치다.

하버의 초기 장치로 소개된 사진. 비교의 초점은 세 번째 장치를 받침대에 올린 배치다.

낙뢰를 동력원으로 삼고 천체 주기로 예측한다는 구상

고대 화학 생산시설에 필요한 동력을 어디서 얻었을까?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지구의 천연자원을 동력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을 카르다쇼프 척도와 연결하면서, 구체적인 동력원으로 낙뢰를 지목한다. 그의 고대 기술 구상에서 어핑턴 백마 언덕을 비롯한 백마 언덕들은 뇌우를 일으키는 적란운을 만드는 시설이다. 그곳에서 발생한 낙뢰가 에이브버리 같은 구조물에 동력을 공급하며, 원형으로 돌을 세운 칼라니시 환상열석 역시 주변 환경을 바꾸는 테라포밍 기능을 맡는다.

환경을 바꾸는 규모는 사하라 습윤기의 변화에 견준다. 사하라는 1만 4000년 전에는 사막이었지만, 약 7000년 전에는 몬순 강우가 사실상 아프리카 전체를 바꾸고 있었다는 것이다. 드럼 연구자는 이를 거대한 테라포밍으로 보되, 자연적인 변화였는지 고대 기술을 적용한 결과였는지는 열린 논쟁으로 남겨 둔다. 그 자신은 적란운과 뇌우를 발생시키는 시설에 화학 물질을 결합해 의도적으로 환경을 바꾸었다는 쪽을 지지한다.

낙뢰를 동력으로 쓰려면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에이브버리 같은 구조물에 태양·달·조석 계산 장치가 들어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드럼 연구자는 보름달 때 낙뢰가 25%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하며, 그 원인을 지구 자기장의 변조와 달이 지구에 가하는 조석력에서 찾는다. 달의 주기에 따라 낙뢰 발생이 달라진다면,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장치는 동력을 얻을 시점을 알아내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소개한 자료는 R. C. A. Pinto와 O. Pinto의 2015년 논문 「달이 낙뢰에 미치는 영향」이다. 초록에 실린 선행 연구는 보름달 이틀 뒤 뇌우 활동이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한편 이 논문 자체의 분석에서는 신월기에 낙뢰 활동이 증가했으며, 드럼 연구자도 논문을 소개하면서는 신월기의 증가를 언급한다. 앞서 말한 보름달의 낙뢰 증가와 함께, 여기에는 서로 다른 연구가 다룬 보름달 이후의 뇌우 활동과 신월기의 낙뢰 활동이 등장한다.

논문 초록은 보름달 이후 뇌우 활동에 관한 선행 연구와 신월기 낙뢰 증가라는 해당 연구의 결과를 구별한다.

고대 구조물의 천체 계산 장치는 이 구상에서 태양·지구·달의 합, 곧 세 천체가 일렬로 정렬하는 관계를 추적하는 장치다. 그 목적은 낙뢰 발생 시점을 정확히 예측해 자연에서 얻는 전기를 시설의 동력으로 이용하는 데 있다.

전기를 초음파로 바꾸는 역압전효과

자연 전기를 확보했다면 구조물 안에서 그 전기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던의 모델과 제프리 드럼 연구자의 화학 생산시설 가설은 모두 압전효과를 다루지만, 입력과 출력의 방향이 반대다. 진행자가 던의 모델에 쓰이는 압전효과의 역할을 묻자, 드럼 연구자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대신 전기를 넣어 초음파를 얻는 역압전효과를 제시한다.

기계적 힘에서 전기로 가는 압전효과와 전기에서 진동으로 가는 역압전효과의 방향 비교.

압전효과는 기계적 힘을 전기로 바꾸는 현상이다. 소리의 진동도 입력이 될 수 있으며, 석영을 기계적으로 압축하면 전기 방전이 일어난다. 역압전효과는 그 방향을 뒤집어 전류를 입력하고 진동을 얻는 방식이다. 드럼 연구자가 고대 시설의 작동에 적용하는 것은 이 진동으로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구분입력출력연결하는 작동 방식
압전효과소리의 진동이나 기계적 압축전류·전기 방전기계적인 힘으로 석영을 압축해 전기를 얻는다.
역압전효과전류초음파전기를 넣어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초음파 변환기도 역압전효과를 이용해 작동한다. 따라서 이 가설에서 초음파는 전기를 얻기 위한 출발점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전기로 만들어 내는 결과다. 그 초음파의 용도를 이해하는 열쇠는 소리를 이용해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분야인 음향화학(sonochemistry)에 있다.

초음파로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방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서 대피라미드의 왕의 방과 전실은 음향화학의 원리를 활용하는 음향 촉매실이다. 이곳에서는 이산화황과 산소가 반응해 삼산화황으로 바뀌는 과정을 촉진하고, 이를 거쳐 황산을 생산한다. 방 안에서 소리가 울리는 현상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소리가 특정 화학 반응을 돕는다는 점이다. 왕의 방과 전실은 황산 생산 공정의 일부로 기능한다.

초음파를 황산 생산 반응 촉진과 물 분해라는 서로 다른 공정에 이용했다는 가설.

드럼 연구자는 현대의 음향화학 연구가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고 답하면서, 자신이 읽은 논문에 1970년대의 연구가 언급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러 화학 반응에 초음파를 활용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라는 설명과 함께 든 구체적인 사례가 소노하이드로젠(Sonohydrogen)이다. 초음파로 물 분자를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얻는 방식이다.

거대한 석함들이 놓인 지하 통로망인 세라페움에는 이 물 분해 기능을 부여한다. 세라페움이 초음파로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시설이었다는 가설이다. 대피라미드에서는 황산 생산에 필요한 반응을 촉진하고, 세라페움에서는 물을 분해하므로 처리하는 물질과 반응은 다르다. 그러나 두 시설 모두 소리를 이용해 천연자원을 화학 제품으로 전환한다. 오늘날의 산업시설과 목적은 같지만, 자원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랐다는 것이다.

천연가스와 지전류를 이용하는 생산 체계

계단 피라미드는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시설로 본다. 드럼 연구자는 나일강 주변의 메탄 매장 밀도를 나타낸 자료를 근거로 그곳의 가스를 ‘신성한 불꽃’과 연결하며, 그 불꽃이 계단 피라미드를 건설하게 된 계기였다고 설명한다. 아래 작동 가설 도식에는 지하에서 갈라지는 연결 구조와 수직갱 11개가 표시되어 있다.

계단 피라미드의 작동 가설을 설명하는 도식으로, 수직갱 11개와 연결 구조가 표시되어 있다.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처리할 자연 전기를 얻는 일이다. 이 가설에서는 지각을 흐르는 전류인 지전류가 낙뢰뿐 아니라 지하 천연자원과도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다. 지전류는 낙뢰가 발생하는 위치와 연결되고, 낙뢰는 다시 지전류의 맥동을 더 많이 일으킨다. 전류가 한 방향으로 흐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낙뢰와 지전류가 서로를 자극하며 순환하는 체계다. 드럼 연구자는 지구 안에서 전류가 되풀이해 순환하는 이 관계를 연금술의 우로보로스와 연결한다.

이러한 자원과 동력을 이용하는 각 시설은 서로 다른 생산 공정을 맡는다.

시설가설에서 부여한 공정이용 자원 또는 생산물
계단 피라미드천연가스 활용메탄을 포함한 천연가스
세라페움초음파로 물 분해수소와 산소
대피라미드황과 공기를 이용하고, 이산화황과 산소의 반응을 촉진해 삼산화황을 거쳐 황산 생산황산
붉은 피라미드수소와 질소를 변환해 암모니아 합성암모니아

각 시설의 생산물을 결합하면 또 다른 화학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대피라미드에서 생산하는 황산과 붉은 피라미드에서 생산하는 암모니아를 결합해 얻는 황산암모늄이 그 예다. 황산암모늄은 비료로 유용하므로, 두 시설의 생산물은 농업에 필요한 화학 제품의 원료가 된다.

드럼 연구자는 이집트 밖에서도 낙뢰 이용의 흔적을 찾는다. 일본의 한 언덕에 있는 돌에서는 표면에 패인 자국과 녹아내린 윗부분을 지목하고, 그 돌에 직접 떨어진 낙뢰가 남긴 흔적이라고 설명한다. 지하의 자원과 전류를 이용하는 생산 체계뿐 아니라, 지상에 놓인 돌의 손상에서도 낙뢰가 작용한 자취를 찾는 것이다.

가설이 예측하는 기자 고원의 얕은 지하망

화학 생산시설 가설은 이미 알려진 구조물의 용도를 설명하는 데서 더 나아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시설의 위치와 형태도 예측할 수 있을까? 인터뷰 진행자는 두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발견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설을 뒷받침할 가장 중요하고 대담한 예측을 물었다. 예시로 든 것은 필리포 비온디의 탐사 연구처럼 피라미드 아래에서 새로운 구조물을 찾는 일이었다. 다만 비온디의 주장을 반복하기보다 화학 생산시설 가설 자체에서 나오는 별도의 예측을 요구했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생전에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되짚으며, 지금까지 누구도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피라미드가 산업용 화학 물질을 생산했다면, 지상의 공정을 뒷받침하는 추출망과 지하 기반시설도 있어야 한다. 드럼 연구자는 첫 이집트 방문 때부터 지상에 보이는 부분이 실제 시설의 50%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기자 고원 아래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통로와 방, 수직갱이 분명히 있다고 확신한다. 비온디의 탐사 연구와도 연결되는 예측이지만, 예상하는 위치는 지하 1킬로미터가 아니라 지표 아래 비교적 얕은 곳이다.

구체적인 연결 지점은 스핑크스 구역 뒤쪽의 개구부 세 곳이다. 드럼 연구자는 이집트 유물 당국 소속 친구에게서 그중 하나가 대피라미드의 왕비의 방과 연결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한다. 그가 예상하는 경로는 왕비의 방에서 추출갱 체계로 이어진 뒤 스핑크스 구역에 도달한다. 이 생산 체계에서 스핑크스 구역은 기자 고원의 작업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는 장소다.

지하에서는 기반암에 뚫린 수직갱들 사이로 수평 갱도망이 뻗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직갱이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 통로로 연결되어 하나의 산업 기반시설을 이룬다는 것이다. 따라서 숨겨진 방 하나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 수직갱이 어디로 이어지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사해야 지상의 생산시설과 지하의 추출 체계가 함께 작동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연결망을 찾는 일이 화학 생산시설 가설을 이해하고 입증하는 핵심 과제다.

붉은 피라미드의 최종 합성실 아래에서 찾을 추출갱

붉은 피라미드에서는 탐사할 위치가 더 구체적이다. 화학 생산시설 가설에 따르면 최종 합성실 아래에서 이어지는 추출갱이 있어야 한다. 내부와 지하를 들여다보는 탐사 기술로 그 위치를 조사해, 예상한 구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발견된 갱도에 용도를 부여하는 설명이 아니라, 가설에 따라 앞으로 발견할 구조를 지목하는 예측이다. 드럼 연구자는 그곳에서 추출갱을 찾는다면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는 데 엄청난 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붉은 피라미드 최종 합성실 아래에서 추출갱을 찾자는 구체적인 탐사 예측.

조사 대상가설에서 예상하는 구조조사의 초점
기자 고원의 비교적 얕은 지하기반암의 수직갱들을 연결하는 수평 갱도망과 방들지상의 생산 공정을 지원하는 추출망의 연결 관계
붉은 피라미드의 최종 합성실 아래합성실 아래에서 이어지는 추출갱예측한 위치에 추출 구조가 있는지 여부

탐사 기술보다 먼저 부딪히는 조사 승인 문제

추출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를 정하더라도, 실제 조사를 시작하려면 유물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이 절차부터 어렵다고 지적한다. 피라미드를 파라오의 매장시설로 보는 기존 가설에 배치되는 조사 사업은 당국이 승인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필리포 비온디의 합성개구레이더(SAR) 팀원들이 발굴 사업에 관여하면 승인 절차에서 즉시 탈락하므로, 이들은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진행자는 이런 제약 때문에 비온디가 한발 물러나 다른 사람이 사업을 지원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이해했다. 대안으로 거론한 방법은 거창한 발굴이 아니라 간단하고 비침습적인 정비 사업이었다. 수직갱 안에 쌓인 쓰레기를 걷어 내고 바닥까지 내려간 뒤, 그곳의 통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자는 구상이다. 유적을 정리하는 건설적인 작업으로 접근하면 지하 구조를 조사할 기회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그러나 드럼 연구자는 그 정도의 작업조차 허용될 것 같지 않으며, 승인된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답했다. 진행자도 이런 조사마저 어렵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피라미드를 화학 물질 제조시설로 보는 가설이나 크리스토퍼 던의 발전소 가설처럼 고대 첨단기술을 전제로 한 설명이 맞는다면, 조사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반증을 통해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가려내기

두 가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맞는다면, 피라미드의 역사는 파라오의 무덤이라는 설명과 전혀 달라진다. 진행자는 그런 가능성이 무덤설보다 훨씬 흥미로우며, 이집트의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끌어올릴 만한 발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럼 연구자도 이에 동의하며, 앤디 홀에게서 자신의 연구 중 어느 하나라도 맞으면 기념비적인 발견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연구의 가치가 모든 설명의 옳고 그름에 한꺼번에 달린 것은 아니다. 드럼 연구자는 생애를 마칠 때까지 수행한 연구 전체에서 설령 10%만 맞더라도 그 부분만으로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여기서 10%는 가설에 대한 확신의 정도가 아니라, 평생의 연구 가운데 일부만 옳은 것으로 남는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나머지가 반증되더라도 잘못된 설명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진실에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된다.

검토 결과는 다음 연구의 출발점이 된다.

  1. 제안한 설명을 검토해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는지 가려낸다.

  2. 맞는 요소는 새로운 모델에 반영하고, 틀린 요소는 버린 뒤 다른 설명을 시도한다.

  3. 이 과정을 거듭하면서 판단의 틀을 세우고, 실제로 무엇이 진실인지에 관한 최종 결론에 다가간다.

그런 검토를 대피라미드 하나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 가장 유명한 구조물의 기능만 설명하고 나면, 나머지 피라미드가 왜 존재하며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여전히 남는다. 어떤 원리로 대피라미드의 기능을 설명했다면, 그 원리가 다른 피라미드에도 적용되는지 살펴야 한다.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까지 설명해야 한다. 다른 피라미드들도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제안한 기술 체계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대안 역사 공동체의 문턱과 대화의 가능성

새로운 가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도, 실제로 그 가설에 관심을 기울이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인터뷰 진행자는 그레이엄 핸콕이나 로버트 쇼크처럼 고대 문명과 고고학을 다루는 인물들이 피라미드를 화학 생산시설로 보는 가설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물었다.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대안 역사 공동체에서 거의 인정받지 못했으며, 유명 인사들은 자신의 연구를 다루려고조차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의아해한 이유는 이들이 피라미드를 무덤으로 보지 않는다는 출발점을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대안 기능을 제안하는 크리스토퍼 던의 발전소설과 드럼 연구자의 화학 생산시설설을 모두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한쪽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른 쪽은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질문의 핵심이었다. 드럼 연구자는 대안 역사 공동체가 폐쇄적이라고 비판했다. 서로 끈끈하게 묶여 내부에서만 교류하고, 모두 던의 이론을 지지한 채 사실상 그 대안이 되는 설명은 무엇이든 거부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며, 들어갈 생각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동체와 거리를 두겠다는 태도가 던과의 대화까지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진행자가 던과 논쟁할 의향을 묻자, 드럼 연구자는 필리포 비온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논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로의 연구에 관해 대화하는 자리라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했다. 상대와 논쟁을 벌이는 것과 연구를 놓고 질문을 주고받는 것은 달랐다. 던이 자신의 연구를 알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안다고 했지만, 랜들 칼슨에게도 이야기가 전해졌는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한다고만 밝혔다.

연구는 유명 인사의 지지나 채널의 폭발적인 성장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퍼져 나갔다. 드럼 연구자는 그 정도로 알려졌다면 주요 인사들도 연구의 존재를 알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당시 채널 구독자는 7만 명이었지만, 일부 대형 채널에 비하면 작은 규모였다. 채널은 느리고 꾸준하게 성장했고,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만큼 힘겨웠다고 회고했다. 팟캐스트에 출연할 때마다 관심과 구독자가 조금씩 늘었을 뿐, 연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적은 없었다.

화려한 가설보다 연구 내용을 평가하는 자리

드럼 연구자는 화학 생산시설설이 발전소설만큼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차이도 느꼈다. 앤디 홀 역시 이를 아주 평범하고 실용적인 이론이라고 평하면서, 사람들이 고대 기술에서 원하는 것은 그런 설명이 아니라고 말했다. 진행자는 그래도 사실이 이끄는 방향을 따라야 한다며 소크라테스식 원탁 대화를 제안했다. 서로 열린 마음으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견해를 비교할 자리를 마련하자는 뜻이었다.

그런 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드럼 연구자는 고대 대안 역사 분야의 사람들이 대체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연구를 인정하거나 언급하는 것조차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반응을 던 개인의 태도로 돌리지는 않았다. 진행자가 던이 대화에 응하거나 팟캐스트에 함께 출연할 것 같으냐고 묻자,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던과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고,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구를 지지하고 공개적으로 설명할 기회를 마련해 준 사람들도 있었다. 드럼 연구자는 휴 뉴먼, 루크 캐번스, 대니 존스, 이 인터뷰의 진행자, 그리고 Limitless 팟캐스트의 맷 벨을 꼽았다. 이들의 지원과는 별개로, 자신은 연구를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대안 역사 공동체 전체의 인정이나 평가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 이유도 거침없이 표현했다. 대체로 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으며, 일부와는 아예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엔지니어인 크리스토퍼 던과 랜들 칼슨은 예외로 들었고, 특히 칼슨에게는 큰 존경심을 나타냈다. 공동체의 모든 사람을 똑같이 평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하는 것은 집단의 승인보다 연구 자체에 대한 평가였으며,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연구를 언급하지 않아도 좋다는 태도였다.

드럼 연구자는 연구 내용보다 자신에 대한 호오가 반응을 갈라놓는다고도 느꼈다.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거나 극도로 싫어하는 양극단으로 나뉜다는 불만이었다.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을 다음과 같이 재현했다.

“이런 얘기를 할 자격도 없다. 전부 터무니없는 개소리다.”

그는 이를 연구 내용에 답하는 대신 발언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이는 허수아비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진행자는 그런 사람들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응답했다. 드럼 연구자는 유튜브를 비롯해 자신들이 활동하는 공동체에서도 이런 유해한 분위기를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하와라의 지하 미로와 발굴을 막는 물

하와라(Hawara) 아래에 거대한 미로와 길이 40미터의 틱택 사탕 모양 물체가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인터뷰 진행자는 UnchartedX의 벤 밴 커크윅과 관련해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앞서 제프리 드럼이 출처로 지목했던 블로그 글을 다시 물었다. 드럼에 따르면 그 글은 실제 스캔 작업에 참여한 사람 중 한 명이 쓴 것이었다.

하와라 지하 방을 덮는 석회암 지붕과 침수로 인한 접근·보존상의 어려움.

드럼은 하와라 지하의 미로 자체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그 존재를 두고 고고학계에서도 전혀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스캔이 흥미롭더라도 지하 구조물의 존재까지 새로운 발견처럼 다룰 일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전 조사로는 이집트 하와라에서 이루어진 지질고고학 조사인 마타하 탐사(Mataha Expedition)를 들었다. 탐사 연도는 자신의 기억으로 2008년이라고 밝혔다.

당시 탐사팀은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이용해 거대한 석회암 판을 발견했다. 드럼의 설명에서 중요한 점은 그 판이 바닥이 아니라 여러 지하 방을 덮는 지붕이었다는 것이다. 하와라에는 이미 본격적인 탐사와 발굴의 이력이 있었으며, 석회암 판은 그 조사에서 발견한 지하 구조의 일부였다. 한편 진행자가 물었던 40미터 물체에 관해서는 스캔 참여자의 블로그를 출처로 들었다.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조사 내용으로 다뤄졌다.

지하 구조를 찾아내는 일과 그 안에 직접 들어가 조사하는 일은 달랐다. 하와라에서는 유적을 가로질러 판 운하 때문에 지하 구조 전체가 물에 잠겨 있었다. 내부로 접근하려면 작업자의 위험뿐 아니라 작업 중 구조물이 손상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장비나 인력을 더 투입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조사 단계하와라에서 제기된 구체적인 문제
지하 구조 탐지마타하 탐사는 지표투과레이더로 거대한 석회암 판을 찾았으며, 이를 지하 방들의 지붕으로 설명했다.
지하 접근유적을 가로지르는 운하 때문에 지하 구조 전체가 물에 잠겨 있었다.
발굴 승인접근과 발굴 작업이 구조물을 손상할 수 있어 유적 보존이 우선되었다.

드럼은 이집트에서 구조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발굴은 결코 승인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훼손 위험을 감수하며 내부로 들어가기보다 유적을 보존하는 쪽을 택한다. 하와라의 발굴을 가로막는 것은 지하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 부족이 아니라, 물에 잠긴 구조물을 손상하지 않고 접근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었다.

하와라 발굴의 제약과 기술이 사라진 시점

하와라의 지하 구조를 발굴하려면 유적을 훼손하지 않을 방법뿐 아니라 상당한 작업 준비와 자금도 필요하다. 제프리 드럼에 따르면 당시에는 그 비용을 내놓는 사람이 없었다. 보존을 우선하는 당국의 방침과 함께, 실제 작업을 뒷받침할 자금도 발굴의 제약이었다.

고대 시설의 용도를 밝히는 데에는 또 다른 질문이 따른다. 자연 전기를 이용하는 기술이 있었다면, 그 기술은 언제 일상에서 사라졌을까? 인터뷰 진행자는 특히 널리 쓰이던 기술이 어느 시점에 비밀 지식을 전수하는 집단 안으로 옮겨갔는지를 물었다. 시설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는 것만큼, 그 지식이 어떻게 이어지고 어디서 끊겼는지를 밝히는 일도 드럼의 연구에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드럼은 대안 역사 분야에서 흔히 쓰는 ‘잃어버린 고대 첨단기술’이라는 표현부터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보기에 이는 독창적인 내용이 없는 사람들이 기대는 구실이었다. 진행자는 그런 비판만으로 기술 상실의 문제에 답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고대에 그 기술이 있었다면 왜 오늘날에는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지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명을 에너지 이용 수준에 따라 구분하는 카르다쇼프 척도를 끌어온 질문도 같은 문제를 겨냥했다. 만 년 전에는 1단계 문명이었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왜 지금은 그 단계에 있지 않을까?

드럼은 인류가 자연 현상과의 연결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그 전환이 언제 일어났는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인정했다. 고대의 비의 전수 집단, 곧 비밀 지식을 이어 주던 집단은 자연 현상과의 연결을 어느 정도 유지했다고 보았다. 반면 더 넓은 사회에서 그 연결이 사라진 과정에는 현대 종교의 발전이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연이나 정령을 숭배하며 살지 않고, 지구뿐 아니라 지구와 태양계의 관계, 나아가 우주 전반과의 관계에서도 완전히 단절되었다는 것이 그의 답이었다.

안정된 직장을 떠나 이집트 연구로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이집트 연구에 전념하기 전, 대형 상업용 청소업체에서 한 주를 맡은 지역 책임자이자 주된 영업 담당자로 일했다. 책임자라는 직함은 있었지만 부하 직원을 여럿 거느린 것은 아니었다. 그 지역의 유일한 직원으로서 외근 영업부터 회사 운영, 고객 서비스와 관리까지 모두 직접 맡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며 많은 돈을 벌었고, 멋진 집과 자동차도 소유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누리는 삶이었다.

드럼 연구자는 그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직장을 그만뒀다. 집과 자동차를 팔고 나머지 소유물도 처분했다. 이집트에서 살며 자비로 책을 출판하는 저자이자 유튜버가 되기 위한 선택이었다. 삶의 방향을 바꾼 계기는 2017년 처음 떠난 이집트 조사 여행이었다.

당시 확인하려던 것은 훗날 발전시킨 화학 생산시설 가설이 아니라 대피라미드가 전기를 생산했다는 가설이었다. 크리스토퍼 던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그 설명이 실제 유적과 맞는지 직접 살펴보고 싶었다. 이를 위해 친구이자 이집트 관광 가이드인 유수프를 찾아갔다.

드럼 연구자가 이집트 대안 역사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가이드로 소개한 유수프는, 이집트에서 활발히 가이드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은 사람이었다. 드럼 연구자에게 유수프는 고대 이집트의 비밀을 지키는 ‘문지기’와 같았다. 고대 유적과 그 비밀을 알아보려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해 줄 인물이었고, 드럼 연구자도 그의 안내를 받아 조사에 나섰다.

이후 피라미드의 기능을 두고 던과 견해가 달라졌지만, 드럼 연구자는 던의 연구가 자신의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집트로 향한 목적부터 던의 발전소 가설을 검증하는 데 있었다. 필리포 비온디와의 의견 차이를 언급할 때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다른 연구자의 설명에 동의하는 것과 그 연구자를 대하는 태도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부시르의 도관과 집수 그릇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크리스토퍼 던을 피라미드의 기능과 기술을 탐구한 선구자이자 대부로 존중했다. 그러나 던 이후의 여러 설명이 대피라미드 하나에만 관심을 집중한 채, 그 산출물도 전기라고 되풀이하는 데에는 비판적이었다. 발전소설을 살펴보려 시작한 여행에서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 것은 아부시르에 남아 있던 액체 수집 구조였다.

2017년 첫 이집트 방문 때 드럼 연구자가 유수프와 함께 찾아간 첫 유적은 피라미드 단지가 있는 아부시르였다. 원래 자리에 남아 있는 유물들을 살피던 중, 니우사레 피라미드 옆 동쪽 신전에서 도관과 집수 그릇을 보았다. 붉은 규암으로 만든 도관은 신전의 검은 현무암 바닥 포장 아래를 지나 같은 붉은 규암으로 만든 그릇으로 이어졌다. 어떤 액체가 도관을 따라 흘러와 그릇에 모이도록 한 배치로 보였다.

도관과 집수 그릇의 연결 형태는 액체 수집이라는 해석의 근거다. 화학 물질 생산이라는 용도는 드럼의 추론이다.

드럼 연구자는 이 구조에서 피라미드가 전기를 생산하거나 모으는 곳이 아니라 화학 물질을 산출하는 시설일 수 있다는 첫 단서를 얻었다. 연금술이 고대 이집트에서 탄생했다고 알고 있던 그에게, 도관을 통해 무언가를 받아 모으는 그릇은 화학 물질의 이동과 수집을 떠올리게 했다. 피라미드가 무엇을 생산했는지에 관한 생각이 이 유물을 계기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검은 나일강 흙과 ‘화학의 땅’

고대 이집트의 안료·의약품·화장품 제조는 화학 생산시설이라는 발상을 뒷받침하는 배경이었다. 드럼 연구자는 화학의 기원을 왕조시대 이집트에서 찾으며, 이집트인들이 합성 안료뿐 아니라 의약품과 화장품도 처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안료인 이집션 블루(Egyptian blue)는 규산구리칼슘으로, 지구상 최초의 합성 안료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그대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낸 사례다. 그는 안료와 의약품, 화장품을 만드는 기술을 모두 연금술의 분야로 묶었다.

검은 나일강 흙, 이집트의 물질 제조, 연금술의 세 색과 석재를 연결하는 드럼의 해석.

‘화학’을 뜻하는 영어 chemistry와 이집트의 옛 이름 사이에서도 그 연관성을 찾았다. 드럼 연구자가 제시한 어원에서 켐(Khem)은 ‘검음’을 뜻하며, 나일강이 범람하면서 주변에 남긴 충적토를 가리킨다. 이 흙은 매우 비옥하고 색이 짙어 검게 보이므로, ‘켐의 땅’이라는 이름도 검은 충적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켐은 연금술을 뜻하는 alchemy의 어근이며, 여기서 현대의 chemistry라는 말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검정은 연금술의 첫 단계인 니그레도(nigredo)의 색이기도 하다. 그 뒤에는 흰색의 알베도(albedo), 빨강의 루베도(rubedo)가 온다. 드럼 연구자는 이 세 단계의 색을 피라미드 건설에 쓰인 석재와 직접 연결했다.

연금술의 단계색대응하는 피라미드 석재
니그레도검정현무암
알베도흰색석회암
루베도빨강화강암

여기서 석재의 역할은 색으로 연금술의 단계를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무암과 석회암, 화강암은 각각 고유한 물성을 지니며, 그 성질을 활용해 피라미드 안에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함께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를 실제로 작동하는 시설로 본다면, 석재는 건축 재료인 동시에 그 작동에 필요한 부품이 된다.

연구와 채널의 이름인 The Land of Chem에도 이러한 어원 해석이 담겨 있다. 이집트의 옛 이름인 ‘켐의 땅’을 가져오되, K-H-E-M을 C-H-E-M으로 바꾸어 ‘화학의 땅’이라는 뜻을 겹쳤다. 검은 나일강 흙을 가리키는 이름에 연금술과 화학의 역사를 함께 담은 말장난이다.

붉은 피라미드의 암모니아 냄새와 벽의 얼룩

아부시르의 집수 그릇은 제프리 드럼 연구자에게 피라미드의 산출물이 무엇인지 묻게 했다. 전기는 액체처럼 그릇에 모으지 않는다. 무언가를 받아 모으도록 만든 그릇이라면, 그곳에서 다루던 것은 전기 자체가 아니라 액체 상태의 물질일 수 있었다. 2017년의 이 방문을 계기로 드럼 연구자는 피라미드를 산업 규모의 화학 생산시설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드럼이 기억한 마지막 방의 강한 암모니아 냄새와 상부에 집중된 얼룩의 위치 관계.

다음 방문지는 다슈르의 붉은 피라미드였다. 내부에 들어갈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지만, 실제로 들어간 뒤에는 구조와 흔적을 살피며 원래 어떤 공정을 수행했을지 거꾸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역설계는 그렇게 출발했다. 층단형으로 쌓인 상부 천장 아래 벽 곳곳에는 화학적 얼룩이 있었고, 마지막 방에서는 강렬한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 드럼 연구자의 기억에 냄새는 분명히 마지막 방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방에서 멀어질수록 점차 약해졌다. 마지막 방에 도착했을 때도 동행자에게 순수한 화학 물질 암모니아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이후 대화에서 진행자가 암모니아라는 사실이 확실하냐고 묻자, 드럼 연구자는 “네, 100% 확실해요.”라고 답했다.

벽의 얼룩은 위쪽으로 갈수록 짙어졌다. 드럼 연구자는 처음부터 이를 화학적 얼룩으로 보았으며, 특히 방 상부에 구름처럼 퍼진 짙은 자국에 주목했다. 어떤 물질이 위쪽 공간으로 압축되어 들어가면서 남긴 흔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부를 반응실로 보는 가설은 이처럼 얼룩이 놓인 위치와 짙기의 차이에서 나왔다.

박쥐 서식지의 냄새와 달랐던 이유

얼룩을 박쥐의 흔적으로 보는 통상적인 설명에 대해, 드럼 연구자는 첫 방문으로부터 5년 뒤 확보된 화학 분석 자료가 박쥐와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가 소개한 분석 결과에서 벽의 얼룩을 이루는 물질은 여러 금속 산화물의 혼합물이었다.

냄새를 비교할 만한 경험도 있었다. 드럼 연구자와 아내 알렉사는 이집트에서 박쥐가 사는 여러 구조물에 들어가 보았다. 박쥐로 가득한 고대 무덤 마스타바 17호와 ‘새들의 무덤’, 사카라의 피라미드 동쪽 신전 아래에 있는 지하 미로, 그리고 그 피라미드 옆의 또 다른 지하 미로를 방문했다. 인접한 미로 역시 박쥐로 가득했다. 이런 장소에서 맡은 박쥐 동굴의 냄새는 설치류 우리에 가까웠다. 드럼 연구자에게 그 냄새는 붉은 피라미드 마지막 방에서 맡은 암모니아 냄새와 완전히 달랐다.

여행 첫 이틀 동안 집수 그릇과 붉은 피라미드를 연이어 살펴본 뒤, 호텔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생각은 계속되었다. 액체를 모으는 유물에 이어 벽 위쪽에 집중된 짙은 얼룩과 마지막 방에서 가장 강하게 나는 암모니아 냄새를 접하면서, 피라미드가 산업 규모로 화학 물질을 생산하던 시설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암모니아가 비료에 쓰인다는 사실은 생산물의 용도까지 생각하게 했다. 당시의 가설은 모든 피라미드가 같은 일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중 하나는 농업에 쓰일 암모니아를 생산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텔에서 만난 남성과 가설을 구체화한 질문들

피라미드가 화학 물질을 생산하던 시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호텔로 돌아온 제프리 드럼 연구자는 프런트에서 낯선 남성을 만났다. 객실 키를 다시 활성화하는 등의 일을 처리하려고 키를 건넸을 때, 뒤에서 뚜렷한 미국 남부 억양이 들렸다. 미국 북부에서 태어났지만 당시 남동부에 살던 그에게는 익숙한 말투였다. 돌아보니 혼자 여행을 온 남성이 이집트인 관광 가이드 또는 안내인과 함께 서 있었다.

드럼 연구자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남성은 그가 살던 마을의 이름을 댔다. 사는 동네까지 들어 보니 집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였다. 처음 이야기를 들은 진행자는 남성이 드럼 연구자의 거주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인지 되물었지만, 대화는 드럼 연구자가 먼저 출신지를 묻고 상대가 지명과 동네를 답한 순서로 이루어졌다. 멀리 떨어진 이집트의 호텔에서 가까운 이웃을 우연히 만난 셈이었다.

드럼 연구자의 기억에 특히 강하게 남은 것은 남성의 눈과 분위기였다. 눈은 크고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고, 카멜레온처럼 두 눈이 따로 움직이는 듯했다. 몇 차례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을 때도 한쪽 눈이 다른 방향을 보는 것 같았다. 눈이 특이한 사람도 있으므로 있을 수 없는 모습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지만, 무척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상대에게 강하게 끌리고 호기심이 생겼다. 가까운 곳에 산다는 우연에 특이한 눈과 묘한 분위기까지 겹쳐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저녁에 무엇을 할 예정인지 묻자 남성은 별다른 계획 없이 이제 막 호텔에 짐을 푸는 중이라고 답했다. 드럼 연구자는 함께 식사하면서 이집트에서 겪은 일과 각자 이곳에 온 목적을 이야기하자고 제안했고, 남성은 초대를 받아들였다. 드럼 연구자와 친구가 식사 자리에 앉은 뒤 남성도 내려왔다. 여러 음료와 훌륭한 음식이 차려진 푸짐한 식사였고, 두 사람은 계속 음식을 권했다. 그러나 그의 기억으로 남성은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은 채 질문을 시작했다. 드럼 연구자는 상대가 자신을 ‘탐색했다’고 표현했다. 외계인이 신체를 검사한다는 뜻이 아니라, 질문으로 자신의 생각을 파고들었다는 의미였다.

남성이 알고 싶어 한 것은 이집트에서 무엇을 조사하고 있는지였다. 피라미드의 기능을 알아보고 있다는 답을 듣자 흥미를 보이며 이론을 더 자세히 들려 달라고 했다. 당시 드럼 연구자는 전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던 데서 화학 물질 쪽으로 생각을 옮기고 있었다. 남성은 어떤 화학 물질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으며, 바로 그날 막 떠올린 가설에 대해 체계적으로 질문했다. 질문이 계속되자 드럼 연구자에게는 거의 심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진행자는 그런 질문이 가설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겠다고 짚었다. 그러나 드럼 연구자가 받은 인상에는 도움뿐 아니라 당혹감도 있었다. 해외에서 같은 고향 사람을 우연히 만날 수는 있지만, 이 남성에게서는 그 이상의 기묘함을 느꼈다. 질문은 핵심을 날카롭게 짚었고, 거의 자신의 생각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상대가 질문을 통해 자신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듯했다.

대화가 세라페움과 여러 시설의 기능으로 넓어지자 남성은 중간중간 다른 가능성을 제안했다. “이걸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니면 저걸 생각해 보면요?”라고 묻는 식이었다. 드럼 연구자는 그 제안들을 매우 흥미롭게 받아들였고, 계속 연락하며 지내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왓츠앱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번호를 교환했다.

하루뿐인 여행과 끊긴 연락

남성이 밝힌 여행 사정도 드럼 연구자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집트에 온 이유를 묻자, 남성은 TSA에서 일하며 프랑스에 배치되어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휴가를 받아 가족을 만나러 집으로 가는 대신 이집트에 왔고, 딱 하루 동안 피라미드를 보고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가족을 보러 가지 않고 그렇게 짧은 일정으로 이집트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드럼 연구자에게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들렸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흥미로운 대화였다는 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눴다. 드럼 연구자는 다시 연락하겠다며 귀국한 뒤에도 연락을 주고받자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메시지를 보냈을 때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가 남성을 두고 허공으로 사라진 것 같다고 한 것은 그렇게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진행자가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찾아보지는 않았는지 묻자 이름을 받아 검색까지 해 보았다고 답했다. 그 이름으로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프로필도 나오지 않았다.

진행자는 따로 움직이는 듯했다는 남성의 눈을 듣고 영화 《맨 인 블랙》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드럼 연구자도 그 장면을 보았다고 답했다. 낯선 남성의 모습과 날카로운 질문, 이후 닿지 않은 연락은 첫 이집트 여행의 유난히 이상한 경험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 그 만남을 이야기할 때도 목 뒤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남성의 정체와 연구에 남긴 영감

체계적인 질문으로 생각을 이끌어 준 그 남성은 누구였을까? 진행자는 연락이 끊긴 사정뿐 아니라 그 기묘한 만남을 세상을 이해하는 틀 안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했다. 여기서 연구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연구를 시작하게 한 영감은 별개의 문제였다. 이후 연구 내용과 뒷받침할 자료가 많이 쌓였으므로 호텔에서의 만남 자체가 연구의 토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영감의 출발점에 이상하리만큼 박식하고 신비로운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은 진행자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과의 만남이 준 영감과 이후 연구를 뒷받침할 근거는 별개라는 구분.

드럼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가 UFO 현상이나 차원 간 방문자, 어쩌면 영적 방문자에 관한 이야기와 맞닿아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남성이 누구였는지는 전혀 모르며, 그 만남을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채널 시청자인 빈스는 남성을 카치나(Kachina)라고 불렀다. 진행자가 뜻을 묻자 드럼 연구자는 아메리카 원주민 전통에 등장하는 존재로, 일종의 천사처럼 지켜보는 존재나 영적 안내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카치나를 ‘신성한 영적 존재’라고 소개하면서 빈스가 그 만남에 붙인 의미도 전했다.

‘당신이 올바른 길을 가는지 확인하러 온 카치나예요’

빈스의 설명을 듣고도 드럼 연구자에게 남성의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다만 평생 겪은 가장 섬뜩한 만남 중 하나였다는 감각은 분명하게 남았다. 그날 저녁 내내, 그리고 다음 날까지 마음 깊이 동요할 만큼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으며, 이제는 눈이 이리저리 따로 움직이는 듯한 신체적 특징을 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호텔에서의 만남이 떠올랐다.

특히 잊히지 않는 것은 남성의 질문이었다. 드럼 연구자에게는 상대가 대화하기도 전에 자신의 생각이 어디로 향할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질문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해외여행 중 같은 고향 사람을 우연히 만나 반가워할 수도 있고, 혼자 이집트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이해했다. 그런데도 혼자 와 있던 그 남성과의 만남에는 크게 당황했다. 캐묻는 듯한 질문 방식이 불편하면서도 상대에게 강하게 끌렸고, 함께 앉아 그가 이집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더 알아보고 싶었다. 남성은 그렇게 불편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인물로 기억에 남았다.

가설을 받아들이는 기준과 선행 연구의 공헌

드럼 연구자는 피라미드가 화학 생산시설이었다는 가설을 두고 뒷받침할 근거가 하나도 없다는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진행자는 근거가 풍부하다고 평가하며 연구를 계속하기를 바랐다. 진행자가 보기에 많은 사람의 거부감은 증거가 얼마나 있느냐보다 무엇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자신이 믿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사실일 리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오히려 화학 생산시설 가설이 크리스토퍼 던의 가설이나 다른 여러 가설보다 받아들이기 덜 어렵다고 보았다.

드럼 연구자는 그 비교에 답하면서 선행 연구자들의 공헌을 먼저 인정했다. 크리스토퍼 던, 로버트 보발, 그레이엄 핸콕, 랜들 칼슨은 이 분야의 대부이자 자신의 연구가 가능하도록 토대를 닦아 준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작업이 없었다면 자신과 같은 사람은 고대 유적에 아직 더 발견할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가설과 다른 설명을 내놓더라도, 새로운 탐구의 가능성을 열어 준 사람들에 대한 존중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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