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뱃속: 미국의 건국 상징과 비밀결사, 마지막 세계 왕국에 관한 해석
자유와 번영을 약속한 나라의 다른 얼굴
7월 4일 독립기념일의 불꽃놀이, 잘 가꾼 잔디밭과 하얀 울타리는 미국인들이 기대해 온 삶을 떠올리게 한다. 아메리칸드림은 성공과 번영을 뜻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 약속은 국가에 대한 신뢰 위에 서 있다. 미국은 기원부터 기독교 국가이며 ‘하나님 아래 하나 된 나라’이고, 정부는 국민을 위해 국민에 의해 운영된다는 믿음이다. 미국인들은 정당 체제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마련되었으며, 지도자들이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지키고 보전한다고 배워 왔다. 기독교적 건국에 대한 확신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내일도 평온한 삶이 계속되리라는 안도감을 준다.
저스틴 폴과 웨스 폴 형제는 《벨리 오브 더 비스트》 감독판에서 이 익숙한 국가상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두 형제가 주목하는 미국에는 기독교적 유산과 이교 신화의 형상이 함께 존재하며, 공개된 정치제도 곁에서 유력자들의 비공개 모임이 열린다. 수도 한가운데 서 있는 오벨리스크와 의사당 돔도 자유와 공화국의 이상을 기념하는 건축물로만 보지 않는다. 그들은 이 건축물들이 고대 신들의 귀환을 준비하는 장치일 수 있다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대한 기만에 불과했다면 어떻겠습니까?
두 형제의 의심은 일부 지도자가 공익을 저버렸을 가능성에 머물지 않는다. 국민이 국가의 기원과 목적에 관해 배워 온 이야기 자체가 전혀 다른 목적을 감추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와 번영을 보장한다고 믿었던 제도가 정반대의 일을 위해 마련되었다면, 그 아래서 누리는 평온한 일상은 오히려 국가의 실제 목적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폴 형제는 특정 비밀결사의 활동만을 문제 삼기보다, 미국에 관해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믿음 전체를 이 가정 아래 다시 묻는다.
그들은 역사 수정주의의 ‘어두운 금고’에 묻혀 있던 이미지와 시각 자료가 미국의 감춰진 실상을 드러낸다고 강하게 내세운다. 오랫동안 받아들여 온 국가관을 뒤집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신들의 말을 그대로 믿으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부디 저희 말을 그대로 믿지만은 마십시오.
폴 형제가 요청하는 것은 열린 태도와 직접 조사다. 그들이 근거로 삼는 자료는 역사 서술과 문헌 해석, 개인의 증언에 걸쳐 있다. 지도자들을 둘러싼 중대한 혐의뿐 아니라 초자연적 존재에 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예측도 이 안에 포함된다. 이 글은 그 자료와 발언을 바탕으로 두 형제와 참여자들이 미국의 과거와 미래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정리한다.
마지막 세계 통치자를 위해 준비된 땅이라는 의혹
폴 형제는 미국의 건국과 세계적 영향력에서 비밀결사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목적을 찾으려 한다. 그들이 묻는 것은 미국이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는가를 넘어, 마지막 세계 통치자의 출현을 위해 준비된 땅인가이다. 고대의 ‘새 아틀란티스’ 구상, 보헤미안 그로브의 의례, 딥 스테이트와 세계정부 운동, 크롤리의 마술 사상, 워싱턴의 건축 상징이 모두 이 질문에 얽혀 있다. 그들이 지목하는 비밀결사는 고대의 믿음을 보존하는 조직이며, 딥 스테이트는 그 의제를 정치적으로 실행하는 숨은 권력이다. 의례 역시 전통을 되풀이하는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영적 존재와 접촉하고 그 존재가 현실에 나타날 길을 마련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따라서 지도자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만큼이나 무엇을 숭배하는가가 중요하다. 폴 형제는 미국의 수도에서 정부 지도자들이 은밀히 섬기는 신이 실은 국민의 적이라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많은 지도자가 신비로운 의식으로 그 신을 숭배하면서, 고대의 존재가 육신을 입고 나타날 무대를 오랫동안 마련해 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들이 상정하는 정치권력은 영적 목적을 실현하는 도구이며, 비밀 의례는 그 존재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다.
이 의혹의 규모는 개별 지도자의 은밀한 활동이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기만보다 훨씬 크다. 위대한 나라 미국에 관해 알고 있다고 여긴 모든 것이 사상 최대의 음모를 실현하도록 설계되었고, 그 목표가 인류의 영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국가에 보내는 신뢰와 충성까지도 그 영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 폴 형제는 이러한 종말론적 전망 속에서 워싱턴을 요한계시록의 바빌론이자 적그리스도가 부활할 장소로 지목한다.
미국을 누가 세웠는가에 대한 의심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폴 형제는 가장 어두운 엘리트 비밀결사들이 미국을 세웠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건국자 가운데 비밀결사 구성원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나라가 처음부터 어떤 존재를 맞이하고 어떤 질서를 세우기 위해 준비되었다면, 기독교 국가라는 기원 설명과 국민을 보호하는 정부라는 믿음 모두를 다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목적을 찾으려면 건국 당시의 결정뿐 아니라, 그런 구상이 건국보다 얼마나 오래전부터 전해졌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여긴다.
숨은 권력과 기만에 관한 경고에는 정치적 폭로를 넘어선 종교적 목적이 있다. 폴 형제에게 권력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는 다가올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인간에게는 소망을 둘 다른 대상이 필요하다. 이들이 제시하는 구원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며, 그분을 믿고 삶을 맡기라는 초청이다.
서쪽 대륙에 맡겨졌다는 오래된 계획
미국의 건국 목적을 고대 오컬트 전통에서 찾는 사람들에게 1776년은 출발점이 아니다. 훨씬 오래전에 세워진 구상을 물려받은 세력이 미국을 건설했고, 그 잔존 세력이 오늘날에도 고위직에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 오래된 목적을 이어받는다는 뜻으로 횃불을 넘겨받는 표현이 쓰이며, “순수한 애플파이는 그저 꿈이었습니다”라는 비유도 등장한다. 애플파이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익숙한 미국의 모습 뒤에 다른 목적이 감춰져 있다는 의혹을 드러내는 말이다.
H. P. 블라바츠키의 《비밀 교리》(1888)에 귀속된 문장은 미국에 부여되었다는 특별한 운명을 압축한다.
“변혁이 일어날 곳은 미국이며, 그 변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블라바츠키의 《비밀 교리》(1888)에 귀속된 문구는 미국을 변혁의 장소로 지목한다.
이 문구에서 변혁은 언젠가 일어날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일이다. 저스틴 폴은 그 기원을 고대 오컬트 철학자들이 품었던 세계 민주주의의 꿈에서 찾는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수천 년 전 이집트의 신비주의 조직들은 서반구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특히 그곳의 거대한 대륙 아메리카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언젠가 그 땅을 세계 철학 제국의 터전으로 삼겠다는 대담한 결의까지 내렸다고 한다.
그 비밀스러운 선언이 언제 이루어졌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를 다루는 학자와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연대가 일치하지 않으며, 플라톤의 저술에 남은 암시를 근거로 그보다 앞선 시대에 선언이 있었으리라고 추정할 뿐이다. 아메리카가 미래의 정치적·철학적 실험을 위해 미리 선택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처럼 연대가 불확실한 전승과 고대 문헌의 암시에 기대고 있다.
웨스 폴은 고대인들이 그 먼 땅을 알게 된 경로로 항해를 제시한다. 그가 인용하는 그리스의 전기 작가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해안에 상륙하고, 오대호 지역 일부까지 탐사했다. 웨스 폴에게 이 항해담은 서쪽 대륙에 관한 지식이 상상이나 상징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이동과 탐사에서 얻어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 지식을 후세에 전한 또 하나의 통로는 신화였다. 웨스 폴의 설명에서 다신교를 믿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메리카를 축복받은 땅으로 불렀다. 후세대가 민주적 공동체라는 인류의 거대한 실험에 참여하도록 고대부터 따로 구별된 장소였다는 것이다. 신화는 먼 대륙의 존재뿐 아니라 그곳에서 이루려던 미래까지 전해 주었다. 그에게 아메리카는 신세계이자 새 아틀란티스다. 대륙의 발견은 앞선 역사와 무관한 시작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맡겨진 역할이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예레미야가 말한 ‘민족들 중에서 맨 끝’을 아메리카에 적용하는 성경 해석이 더해진다.
예레미야 50:12 너희 어미가 극심한 수치를 당하며 너희를 낳은 여인이 부끄러움을 당하리라. 보라, 민족들 중에서 맨 끝이 광야와 건조한 땅과 사막이 될 것이라.
아메리카를 지목하는 근거로 쓰이는 것은 구절 전체가 아니라 민족들 가운데 차지하는 위치를 나타내는 짧은 표현이다. 고대의 서쪽 대륙 구상과 이 표현을 함께 읽는 사람들에게 ‘신세계’는 지리적 이름에 머물지 않는다. 새 아틀란티스의 이상을 실현하고 새로운 질서를 펼칠 땅이라는 예언적 의미까지 갖는다.
고대 요새와 원주민 형제단, 이름에 남았다는 종교의 흔적
아메리카에 특별한 미래가 예정되어 있었다는 믿음에는 잊힌 과거가 있었다는 믿음도 따라붙는다. 폴 형제가 소개하는 선행 문명설은 이 대륙이 고대 세계에서 아틀란티스로 알려졌는지는 유보한다. 그러나 원주민이 살기 훨씬 전부터 고도로 발달한 문명의 사람들이 북아메리카 전역에 널리 거주했다는 입장은 강하게 내세운다. 19세기 초의 많은 관찰자도 이 견해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거론되는 드윗 클린턴은 1811년 뉴욕 역사학회에서 선행 문명의 존재를 충분히 입증된 사실로 여기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소개 자료에 붙은 ‘요크의 주지사’라는 직함은 지명의 정확한 범위와 해당 연도의 직함이 불명확하다. 클린턴에게 귀속된 주장의 근거는 미국 곳곳에서 발견된 수많은 고대 요새 유적이다. 그처럼 넓은 지역에 많은 요새를 남겼다면, 한때 그 땅에 살았던 인구도 원주민 인구를 훨씬 웃돌았으리라는 추론이었다.
선행 문명설의 옹호자들은 사람들이 이런 과거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을 ‘인지 부조화의 시대’에 역사가 은폐되고 잊히는 현상으로 비판한다. 아틀란티스였는지는 열어 두면서도, 앞선 문명의 존재만큼은 사람들이 외면해 온 역사로 다룬다. 그 문명이 남겼다는 유산에는 요새뿐 아니라 후대에 전해진 종교적 전통도 들어 있다.
그 사례가 19세기 이로쿼이 원주민 부족들 안에 존재했다는 비전적 형제단이다.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전수하던 이 조직들은 오컬트 비밀결사로 소개되며, 그 존재에 관한 보고는 클린턴의 기록에 근거한 역사적 사실로 다뤄진다. 여기에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연구자들이 고대 프리메이슨이라는 해석을 보탰다고 한다. 원주민 형제단이 아메리카에 널리 퍼져 있던 프리메이슨의 한 형태였다는 견해다. 클린턴의 기록은 형제단의 존재에 관한 근거로, 후대 연구자들의 견해는 그 형제단을 프리메이슨과 잇는 근거로 사용된다.
두 전통을 잇는 구체적인 물건으로는 메달이 등장한다. 세네카 지도자 레드 재킷과 뉴욕 지역의 다른 원주민들이 직각자와 컴퍼스 모양의 프리메이슨식 메달을 착용한 모습이 목격되었고, 이 때문에 원주민 형제단과 프리메이슨의 관련성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용되는 문헌은 고고학자 윌리엄 M. 보챔프가 쓴 1903년 뉴욕주립박물관 전문 연구서 《뉴욕 원주민의 금속 장식물》이다. 선행 문명설의 옹호자들에게 요새는 앞선 주민들의 수와 거주 범위를 짐작하게 하는 흔적이고, 형제단과 메달은 그들의 종교가 후대까지 살아남았다는 근거다.
오컬트적 건국론은 종교의 형태뿐 아니라 숭배 대상도 이어졌다고 단언한다. 프리메이슨의 신을 루시퍼적 존재로 규정하고, 건국의 아버지들이 정부를 공식 출범시키기 훨씬 전부터 미국 땅에서 그 신을 숭배하고 섬기는 일이 번성했다고 본다. 누가 처음 그 숭배를 들여왔는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 둔다. 초기 정착민이나 원주민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서쪽 대륙에 먼저 존재했던 문명들의 오컬트 전통을 물려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와 현대의 여러 문명이 같은 땅에서 동일한 악령의 권세 아래 살며 활동했다는 영적 연속성을 주장한다.
톰 혼은 《제니스 2016》에서 대륙의 이름에도 그런 계승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유명한 신지학자들과 역사가들의 저술을 토대로, ‘아메리카’라는 이름에 미국의 비밀스러운 운명을 가리키는 풍부한 역사적 단서가 암호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목하는 이름은 일부 사람들이 아메리카의 어원으로 제시하는 아마루카다.
혼이 소개하는 어원설에는 메소아메리카의 역사, 뱀 숭배, 거인이 함께 등장한다. 프리메이슨의 설명으로 전해지는 주장에서는 이 전통이 미국 건국과 수도 설계에 참여한 인물들에게까지 닿는다. 그들이 물려받은 지혜의 근원을 타락한 날개 달린 세라프에게서 찾기 때문이다. 혼은 대륙의 이름을 통해 고대 종교와 근대 미국의 설계자들이 공유했다는 지식을 추적한다.
맨리 P. 홀에게 귀속된 설명은 아마루카를 깃털 달린 뱀 신 아마루와 직접 연결한다. 아메리카 전역에서 같은 신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숭배했다는 전제 아래, 멕시코의 케찰코아틀, 키체의 구카마츠, 페루의 아마루를 지역별 명칭으로 나열한다. 아마루에서 아메리카라는 말이 나왔으며, 아마루카를 직역하면 ‘깃털 달린 뱀의 땅’이라는 뜻도 제시한다. 이 뜻은 화면 문구로도 등장하지만, 어원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문헌 출처와 키체·구카마츠의 정확한 표기는 불명확하다.
혼과 홀에게 귀속된 어원설에서 아마루카는 원주민 메달의 직각자와 컴퍼스처럼 오래된 종교의 흔적이다. 이들이 미국의 기원을 정부 수립만으로 설명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국 이전부터 이어졌다는 뱀 숭배와 종교적 유산, 그리고 그것을 물려받아 국가와 수도를 설계했다는 사람들까지 미국의 역사 안에 포함한다.
신세계의 종교적 피난처와 세계 철학 제국
고대 가르침을 보존하는 것과 그 가르침에 따라 살 수 있는 땅을 얻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폴 형제가 소개하는 오컬트적 건국론에서 신세계의 매력은 넓은 영토나 새로운 정치적 기회에만 있지 않다. 오래된 비술을 전수하고 의례를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는 안식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배경으로 거론되는 시기는 1600년대 말이다. 서구에서 여러 종교 전통이 뒤섞이고 신세계에 오컬트가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정착민들은 고대 비술을 탐구하고 실천할 곳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널리 퍼져 있었다고 열거되는 전통은 바빌론과 이집트의 여러 마술, 점성술, 카발라, 다신교적 이교 신앙이다. 기독교도 그 가운데 있었으며, 다른 종교적 요소를 받아들인 신비주의적 기독교 역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이 그리는 신세계는 기독교가 없었던 땅이 아니라, 기독교와 여러 신앙·비술이 공존하며 뒤섞이던 땅이다.
건국자들에 대한 평가는 훨씬 단호하다. 폴 형제의 오컬트적 건국론은 오늘날 칭송받는 건국의 아버지들 대부분을 비밀결사의 오컬티스트와 이신론자, 보편적 영성주의자가 뒤섞인 집단으로 규정한다. 기독교는 그들의 사상에 일부 곁들여졌을 뿐이며, 교묘하게 추진한 목표도 독립국가와 정부를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계몽의 새 질서가 세계 모든 나라에 등불처럼 빛을 비추는 ‘예언된 신세계’를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건국은 앞선 문명과 종교 전통이 품었다는 오랜 구상을 현실에 옮길 출발점이었다.
그런 나라를 세우려면 신앙을 드러내고 의례를 행할 자유가 필요했다. 이 건국론이 전하는 구세계에서는 수세기 동안 종교적 박해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어둠의 마술과 오컬트의 비밀 가르침을 전수하는 조직들이 그 대상이었으며, 여러 왕국이 정치적 이유로 그런 행위를 공개적으로 금지하는 일도 흔했다고 한다. 아무리 오래된 가르침을 간직했더라도 실천할 때마다 금지와 박해에 부딪힌다면, 그 가르침에 담겼다는 미래의 질서를 세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 건국 당시 선언된 종교의 자유는 바로 그 제약을 없애 준 원칙으로 해석된다. 폴 형제는 종교의 자유가 기독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는 통상적인 설명을 전면 부정한다. 오컬트 단체들이 오랫동안 예언해 온 세계 철학 제국을 자유롭게 세울 수 있도록 그 활동을 보호하는 장치였다는 주장이다. 세계의 옛 종교를 믿고 실천할 권리가 보장되자, 과거 왕국들이 금지하던 신앙과 의례도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그들에게 종교의 자유는 여러 신앙의 공존을 허용하는 원칙인 동시에, 오래된 세계 제국 구상을 실현할 정치적 조건이다. 서반구의 ‘위대하고 복된 대륙’에는 세계를 새로운 시대 질서로 이끄는 빛의 등대가 되리라는 사명이 주어졌고, 미국은 그 사명을 수행할 철학적 민주주의의 제국으로 그려진다. 건국자들이 선언한 표현으로 소개되는 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은 이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가리킨다. 모든 종교 활동을 법으로 보장하고 보호하는 피난처가 마련되었기에, 미국은 그 질서가 동틀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안전한 피난처가 첫 번째 조건이었다면, 두 번째 조건은 구세계에서 전해 온 비밀 가르침이 그곳에 모여 집대성되고 정점에 이르는 일이었다. 종교의 자유가 활동할 공간을 열어 주고, 비밀결사는 고대의 가르침을 가져와 새로운 국가에 뿌리내리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맨리 P. 홀의 이름과 함께 소개되는 비밀결사 역사에서는 그런 조직이 어느 한 시대나 문명에만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미개인’과 ‘문명인’이라는 구분을 사용하면서도, 기록된 역사가 시작된 이래 모든 사람들 사이에 비밀결사가 있었으며 모든 시대에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 대목의 정확한 문헌 출처와 홀의 인용 범위는 분명하지 않다.
건국자들 가운데 영향력이 컸던 일부 인물과 비밀결사의 관계도 그 오랜 활동의 연장선에 놓인다. 폴 형제가 묘사하는 비밀 조직들은 그늘에 머물면서 정치뿐 아니라 문화와 종교에도 권력과 권위를 행사해 왔다. 이들에게 고대 오컬트 가르침과 의례를 보존하는 일과 당대 사회를 움직이는 일은 별개가 아니었다. 지식을 다음 세대에 넘기면서 그 지식으로 자신들이 사는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다. 비밀결사들이 역사적으로 차이트가이스트, 곧 시대정신까지 통제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평가에는 제도권 정치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움직여 왔다는 의심이 담겨 있다.
‘여럿으로부터 하나’와 미국의 두 종교적 토대
이름도 조직 형태도 다른 비밀결사들이 같은 미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들이 비밀리에 전수하는 가르침과 깨달음에 근거한다. 앞서 제시된 오컬트적 건국론에 따르면, 결사들은 통합된 인본주의적 미래를 이루기 위해 세계 질서라는 공동 목표 아래 모든 신앙과 신조를 하나로 모으려 한다. 미국의 원칙인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 곧 ‘여럿으로부터 하나’도 그런 종교 통합의 뜻으로 읽힌다. 미국은 여러 신앙이 나란히 살아가는 나라를 넘어, 모든 길이 신에게 이른다는 종교관을 실현할 땅이었다는 것이다.
이 건국론은 ‘신 아래 하나의 나라’에서 말하는 신도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건국자들의 언급과 화폐에 등장하는 신을 보편적인 ‘위대한 건축가’로 지목하고, 고위 프리메이슨들이 그 정체를 빛을 가져오는 자이자 뱀 신인 루시퍼라고 밝힌다고 주장한다. 문화마다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숭배 대상은 같으며, 그 신은 참된 성경적 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신앙을 받아들인다는 종교적 판단이다. 서로 다른 분파의 비밀결사들이 하나의 큰 집단으로 공존하는 까닭도 같은 신을 섬기며 같은 미래를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컬트 신세계 체제에 영향을 미친 조직으로는 프리메이슨, 전통 장미십자회, 헬파이어 클럽, 스컬 앤 본즈, 고대 신비 장미십자회(Ancient Mystical Order Rosae Crucis), 동방성전기사단(Ordo Templi Orientis), 황금새벽회, 예수회가 열거된다. 이 조직들을 함께 묶는 기준은 고대 가르침을 전승하고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그 역할은 종교와 의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미국이 고대 오컬티스트들이 예고한 철학적 제국이라면, 세계 질서를 위한 결정도 언제나 미국의 정치와 무력을 통해 승인되어야 한다는 단정이 뒤따른다. 종교의 자유가 결사들의 활동을 보호하고 비밀결사가 가르침을 보존하는 동안, 미국의 정치력과 군사력은 그 구상을 세계에 적용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기원을 오컬트 전통과 연결하는 사람들 모두가 기독교적 토대를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신들의 게임》의 저자 칼 테이히립은 미국이 다른 서구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두 종류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고 본다. 하나는 계몽주의와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고대 신화에서 재료를 가져온 오컬트적·비전적 전통이다. 다른 하나는 기독교 윤리, 더 넓게는 기독교·유대교 윤리다. 두 전통의 긴장은 사실상 온 세계에 걸쳐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 충돌이 독특한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테이히립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십자가와 공공 기념물이다. 미국 전역에는 ‘기독교 십자가의 땅’이라 부를 만큼 십자가가 많다. 그에게 십자가는 기독교 정신과 기풍이 미국 문화의 일부를 이룬다는 증거다. 동시에 각 주의 주도와 국가의 수도, 거대한 고층 건물에는 이교의 남신과 여신을 위한 신상과 기념물도 자리한다. 민주주의와 국가 정체성을 나타내는 조각상에 고대 세계의 신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기독교 문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십자가가 널리 퍼진 나라의 정치적·도시적 중심에 다른 종교 전통의 상징도 함께 서 있기에 미국의 두 토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축사 사역자 러스 디즈다르는 이런 공존의 배경을 건국에 참여한 조직들에서 찾는다. 개인적 판단임을 밝히면서도, 미국이 탄생할 때부터 프리메이슨과 다른 비밀결사들이 관여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그 참여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였다는 확신도 덧붙인다. 따라서 디즈다르에게 미국의 고대 신상은 옛 신화를 본뜬 장식에 그치지 않는다. 건국에 참여한 조직들의 사상과 그들이 만들려 했던 나라의 모습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 미국의 종교적 토대를 보는 입장 | 기독교의 위치 | 비밀결사와 고대 상징의 의미 |
|---|---|---|
| 앞서 제시된 오컬트적 건국론 | 건국자들이 내세운 신은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 여러 신앙을 통합하고 세계 질서를 세우려는 공동 목표의 표현이다. |
| 칼 테이히립 | 기독교·유대교 윤리는 미국을 세운 실제 토대 가운데 하나다. | 오컬트적·비전적 전통이 기독교 전통과 공존하며 충돌한다. |
| 러스 디즈다르 | 기독교 상징과 고대 신상의 공존 배경에 주목한다. | 비밀결사들의 건국 참여와 의도된 설계를 드러낸다고 확신한다. |
새 아틀란티스의 꿈과 맨리 P. 홀의 미국관
오컬트 조사 연구자 윌리엄 램지는 미국에 부여된 오컬트적 역사와 운명이 1776년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그 출발점은 구세계가 품었던 ‘새 아틀란티스’의 꿈이다. 플라톤과 프랜시스 베이컨 경의 저술을 바탕으로, 아메리카가 새 아틀란티스가 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믿음에서 새 아틀란티스는 상상 속의 국가 모형이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실현해야 할 미래였다.
램지는 워싱턴 D.C.의 도시 설계에서 그 꿈이 구체적인 모습을 얻었다고 본다. 구세계의 사상과 지식이 수도의 공간에 깊이 새겨졌고, 비밀리에 전해 온 정보와 오컬트적 운명은 건국 당시를 넘어 미국의 미래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고대 문헌의 구상을 비밀결사가 물려받아 현대 국가에 구현했다는 역사에서 맨리 P. 홀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미국이 어디로 나아갈지 알고 그 실현 과정까지 내다본 신비주의적 예언자로 거론된다.
홀에게 그런 권위를 부여하는 근거는 프리메이슨 내부의 지위와 저술의 영향력이다. 미국의 오컬트적 기원을 추적하는 이들은 그를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었던 프리메이슨으로 평가하고, 단순한 입문자가 아니라 33도에 오른 ‘대주권총감찰관’으로 소개한다. 프리메이슨 조직을 ‘루시퍼적’이라고 비판하는 종교적 시각도 이 소개에 함께 담겨 있다. 한편 홀의 저술은 비전적 지식, 곧 비밀리에 전수되는 지식과 오컬트 철학을 풍부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중시된다. 프리메이슨과 오컬트 철학에 관한 그의 연구가 지금까지도 여러 비밀결사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토대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홀의 저술에 나타나는 미국은 비밀스러운 운명을 지닌 특별한 국가다. 어떤 식으로든 세계를 앞으로 이끌도록 따로 구별되었으며, 그 사명은 미국 자신과 세계 전체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요구한다. ‘빛나는 도시’와 ‘세계를 위한 등대’라는 비유가 그 역할을 드러낸다. 미국은 온 세계가 바라볼 도시이자 새로운 시대 질서의 정점에 설 철학 제국이다. 고대 문헌이 이미 그 미래를 가리켰고 홀도 미국의 진로를 알고 있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그의 저술은 새 아틀란티스의 오래된 꿈이 현대 미국에서 실현된다는 믿음을 뒷받침한다.
그 특별한 사명의 근거로 거론되는 자료는 유럽의 저술만이 아니다. 홀의 설명으로 전해지는 내용에는 고대 아메리카 문화의 사제 조직과 의례도 포함된다. 프리메이슨의 상징 체계와 신비 철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이 의례들은 아메리카에 고대부터 신성한 권능으로 세워진 신비 전수 조직이 존재했음을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한다고 한다. 단지 여러 문화에 비슷한 신화가 남아 있다는 뜻이 아니다. 비밀 지식과 의식을 보존하고 전해 온 조직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확신이다.
세계 민주주의의 중심에서 ‘어둠의 메시아’의 구유로
미국의 오컬트적 기원을 종말론과 연결하는 이들은 고대의 의례와 조직에서 미래 통치자를 맞이할 준비를 읽어 낸다. 지난 수 세기의 저명한 오컬티스트들이 아메리카를 고대 비전적 예언의 성취라고 선언했으며, 고대 아메리카의 신비 전수 조직과 후대 오컬트 전통 사이의 연관성이 그 선언을 뒷받침하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예고했다는 미래에서 아메리카는 세계 민주주의의 중심지가 된다. 동시에 성도들과 전쟁을 벌일 ‘어둠의 메시아’를 기다리는 땅이기도 하다. 그를 맞이할 ‘구유’라는 비유에는 단지 세계를 이끄는 국가를 넘어, 미래 통치자가 나타날 자리를 준비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요한계시록 13:7 그가 성도들과 싸워 그들을 이기는 권세를 받았으며 모든 족속과 언어와 민족을 다스리는 권세를 받았더라.
요한계시록 13:7이 짐승에게 주어진 권세를 말한다면, ‘어둠의 메시아’와 미국의 ‘구유’라는 표현은 그 통치자의 도래를 미국의 운명에 적용한 말이다. 이 종말론적 건국론을 따르는 사람들은 그러한 비밀스러운 운명이 이미 건국자 다수의 생각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미국의 짧은 국가 역사 전반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들이 지목하는 준비는 홀의 저술에만 남아 있지 않다. 건국자들의 목적과 후대 권력자들의 회합, 그들이 참여하는 의례까지 같은 국가적 사명을 이어 왔다고 본다.
보헤미안 그로브에 모이는 권력자들
북부 캘리포니아의 레드우드 숲에는 여름마다 세계 각지의 유력 인사들이 모이는 야영지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보헤미안 클럽에 딸린 보헤미안 그로브다. 회원들이 소유한 수백 에이커의 숲에 캠프가 마련되어 있고, 몇 주 동안 이어지는 모임에는 세계적인 거물과 그에 버금가는 인사들이 초대되었다고 한다. 초대객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전직 대통령들도 이곳을 찾았다. 도심의 클럽과 숲속의 그로브는 같은 조직에 속한 서로 다른 장소다.
그로브의 정치적 영향력을 비판하는 인터뷰 인물들은 이곳에서 누가 누구를, 어떤 조건에서 만날 수 있는지를 문제 삼는다.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금융계 인사와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언론의 카메라 없이 어울리며 각자의 정부 활동과 정부 사이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설명하고 정보를 나눈다. 평소 정당과 업계의 경계로 나뉘어 있던 사람들이 대중의 감시 밖에서 인맥을 쌓고 서로 영감을 얻으며 정책과 의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로브를 종교적으로 비판하는 쪽은 이 모임을 ‘비밀결사들의 유엔’이라고 부른다. 국내외 여러 비밀결사에 속한 정치인과 기업 지도자들이 매년 여름 성경에 등장할 법한 거대한 숲에 모여 피의 제사를 지내고 공동 목표를 대담하게 모의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결사 하나의 지배보다는 여러 조직 사이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회합에 주목하는 표현이다. 그곳에 영적 권세들이 나타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 일부가 국제무대의 중대한 움직임과 변화를 계획한다는 확신도 드러낸다. 비공개 정치 협력에 대한 우려에 초자연적 개입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는 지점이다.
회원들의 비밀 유지 의무를 보여 주는 상징으로는 네포무크의 성 요한이 거론된다. 그로브의 관행을 전하는 설명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보헤미안 클럽에 있는 그의 조각상을 해마다 그로브로 옮기며 이를 조각상의 ‘순례’라고 부른다. 성 요한과 보헤미아의 지리적 배경은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성 요한은 그로브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입술 부근에 손가락을 댄 조각상의 자세는 여기서 오컬트의 침묵 표지로 읽힌다. 그 뜻을 풀이하는 이야기는 성 요한이 왕비의 고해 비밀을 지키다가 죽음을 맞았다는 전승이다. 비밀을 밝히느니 죽음을 택하는 헌신이 비밀결사에서 요구하는 기본 태도이며, 그로브에서는 회원뿐 아니라 손님도 침묵 서약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호성인의 조각상은 그 의무를 눈앞에 드러내는 상징이 된다.
의례에 관한 설명은 비밀을 지킬 사람을 고르는 일뿐 아니라 참석자의 지위에도 주목한다. 오컬트의 좌도를 따르는 이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례 가운데 하나를 치르기 전에 반드시 세계의 유력자들을 확보하거나 초청하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어떤 의례들을 가리키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유력자의 참석 자체에 중요성을 부여한다. 참석자들의 이름과 명단, 오래된 흑백사진을 비롯한 수많은 사진이 이미 공개되어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때 쓰는 샌프란시스코의 ‘보헤미안 그로브 클럽’이라는 명칭은 도심의 클럽과 숲속 시설을 합쳐 부른 표현이다.
온갖 비밀결사와 정당, 유명인과 세계 지도자가 참여한다는 그로브를 종교적 비판자들은 ‘루시퍼 숭배 모임’으로 강하게 규정한다. 특히 데이비드 거겐의 거리 인터뷰를 실상을 고발하는 자료로 내세워, 그로브와 의례의 존재뿐 아니라 회원들의 비밀 유지 규범까지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한 인터뷰 인물은 숲속의 거대한 올빼미 앞에서 근심을 내려놓는 공동 의례를 설명한다. 콜린 파월이 그로브를 방문한 뒤 작성한 이메일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되었고, 거기에 참석자들이 올빼미 앞에 모여 모든 근심을 맡기는 모습이 언급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메일의 문구를 직접 인용하는 대신 내용을 자신의 말로 전한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행동의 기이함만이 아니다. 올빼미 앞에서 근심을 내려놓는 모습은 우스운 놀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참여자들은 대부분 50대나 60대의 성인 남성이었고 그 모습도 상당히 널리 보도되었다고 말한다. 할리우드 거물과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 대통령들이 참여층으로 거론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덧붙이지만, 국가나 참석자의 이름을 더 밝히지는 않는다.
그로브를 “일종의 기괴한 비밀결사”라고 부르는 이 인물은, 오랫동안 지속된 모임에서 생긴 사적인 유대가 공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정부 활동과 정책을 논의하는 사람들이 침묵 서약 아래 함께 의례를 치르고 동료애를 쌓는다면, 그 관계가 숲을 떠나는 순간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로브 안에서 직접 내린 결정뿐 아니라 그곳에서 나눈 대화와 친분도 정부와 산업계의 정책 및 재정 결정에 반영되었으리라고 본다. 특정 정책의 결정 과정을 추적하기보다는 참석자들의 지위와 관계를 근거로 공적 권한에 미칠 영향을 판단한다.
그림과 목걸이로 전해진 의례와 학대의 제보
보헤미안 그로브에 관한 한 회고는 도움을 구하러 사무실을 찾아온 방문자에게서 시작된다. 이 만남을 전하는 인물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도 그로브라는 이름을 전혀 들어 보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그곳을 이야기해 준 사람은, 그의 표현을 빌리면 매우 어두운 사탄 의례와 학대에서 벗어나던 방문자였다. 그로브 내부에 관한 이야기는 회고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일이 아니라 이 방문자에게서 들은 내용이다.
어느 날 방문자는 보헤미안 그로브를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는 대답을 듣자 자리에 앉아 큰 종이들을 요청했다. 종이 위에 오두막과 오컬트 상징, 나무들이 그려졌고, 작은 호수 같은 장소와 커다란 올빼미가 더해졌다. 회고자의 기억에 따르면 그림에는 두건 달린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 남자를 불 속으로 던지는 모습도 있었고, 맞은편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는 방문자가 들려준 이야기에 크게 놀랐다고 회상한다.

오두막과 상징, 나무를 그렸다는 회고에 곁들여진 손그림. 작성자와 당시 원본인지 여부, 실제 지형과의 일치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대형 형상 앞의 불꽃이 제보 속 의례 묘사와 함께 제시된다. 촬영 장소와 시기, 재현 여부는 불명확하다. 사람을 불에 던지거나 실제 인신 제사를 치르는 장면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방문자는 올빼미가 달린 목걸이도 건넸다. 자신이 1960년대 그로브에 있을 때 착용했던 물건이라는 설명이었다. 회고자는 목걸이를 직접 받았다고 말하지만, 착용 시기와 장소에 관한 내력은 방문자에게서 들었다. 종이에 그려진 장소와 손에 건네진 물건은 처음 듣는 그로브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모습으로 기억하게 했다.
1990년대 초에 들었다는 제보에는 성적 의례와 착취에 관한 심각한 혐의도 담겨 있었다. 방문자는 정치계·군부·언론계와 부유층의 엘리트들이 그곳을 찾았으며, 광범위한 성적 타락과 성적 의례, 성적 착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들이 이용되었고 일부는 매수 목적으로 이용되었다는 주장도 했다. 이러한 혐의 역시 도움을 요청한 방문자의 증언을 회고자가 전한 것이며, 회고자 자신의 목격담은 아니다.
훗날 알렉스 존스의 영상으로 보헤미안 그로브가 알려지자 그는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영상을 보자마자 관련 서류를 찾아보고, 처음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도 다시 찾아갔다고 한다. 재접촉 뒤 무엇을 더 알아냈는지, 개별 혐의가 입증되었는지까지는 이 회고에 담겨 있지 않다.
데이비드 거겐과 알렉스 존스의 거리 문답
알렉스 존스가 보헤미안 그로브에 관해 직접 질문한 상대는 데이비드 거겐이었다. 존스의 《계엄령 9-11: 경찰국가의 부상》에 담긴 거리 문답에서 거겐은 닉슨·포드·레이건·클린턴의 대통령 고문을 지낸 인물이자 그로브의 오랜 회원으로 소개된다. 존스는 여러 해 전 워싱턴 타임스에서 읽었다는 기사를 꺼내고,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다른 신문들도 이 모임을 다뤘다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클린턴의 고문으로 합류할 당시 공화당으로부터 그로브 문제로 비판받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존스는 “1996년이었나요?”라고 되물었다. 연도를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거겐이 당시 비판에 반박하면서 “난 숲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니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느냐는 질문에 거겐은 어떤 인용을 가리키는지 모르겠고, 그런 말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문답 사이에 제시된 워싱턴 타임스 기사 지면은 이 공방의 배경을 보여 준다. 기사에 곁들인 해설은 거겐의 발언을 “나는 그들처럼 벌거벗고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라고 전한다.

기사에 따르면 거겐은 연례 보헤미안 그로브 야영 모임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니지 않겠다고 말하고 탈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나, 사흘 뒤 남성 전용 보헤미안 클럽을 탈퇴했다. 백악관 대변인 디 디 마이어스는 그가 클럽뿐 아니라 다른 17개 이익단체·자선단체·공공 이사회에서도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삼각위원회와 베리 스페셜 아츠 재단이 그 예로 실려 있다.
거겐은 존스가 제시한 인용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그로브의 회원이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았다. 회원으로서 만족하며 그곳에 오는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임에 관해 더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문답을 끝내려 했다. 존스가 ‘근심의 화장’ 의례에 참석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거겐은 참석 여부 대신 답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솔직히 그건 당신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스가 “정말요?”라고 되물었을 때도 거겐은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침묵 서약을 설명하거나 의례 참석을 인정한 대답은 아니었다. 존스는 그제야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2000년에 그로브에 몰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알 권리와 비공개 약속의 충돌
존스는 고위 공직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장소라면 시민에게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거겐은 존스나 그의 영상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비공개 약속을 하고 들어간 뒤 영상을 공개했다면 그런 행동을 존중할 수 없다고 맞섰다. 존스가 참석자들의 공적 지위를 근거로 공개를 요구한 데 비해, 거겐은 입장할 때 지켜야 한다고 여긴 약속을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은 곧 그런 약속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놓고도 충돌했다. 거겐은 처음에는 존스가 촬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취지로 비판하다가, 입장할 때 그런 약속을 했느냐고 직접 물었다. 존스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이어 무단으로 들어갔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거겐이 출입금지 표지판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존스는 자신이 방문한 뒤에 설치된 것이며 당시에는 그냥 걸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무단출입은 인정했지만 비공개 약속을 맺었다는 전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겐은 자신도 그곳에 가 봐서 사정을 안다며 약속 위반이라는 비판을 거두지 않았다. 존스의 행동이 신사답지 못하다고 하자 존스는 “그럼 그 의례는요? 그 의례는 신사답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두 사람 모두 ‘신사다움’을 말했지만, 거겐이 따지는 것은 잠입과 영상 공개였고 존스가 답을 요구하는 것은 그 안에서 치러지는 의례였다.
거겐이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자 존스는 답해 줘서 감사하다고 응수했다. 거겐은 거리에서 갑자기 질문을 던지는 방식도 기습 취재라고 비판하며, 그 점에서도 존스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사 인사와 함께 대화를 마치려 했지만 존스는 의례에 참석한 적이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거겐은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 젠장.”이라고 쏘아붙였다. 참석했다거나 참석하지 않았다는 답은 하지 않았다.
거겐에게는 사람들과 한 약속을 어기거나 거리에서 상대를 기습하는 것이 부적절한 언론 활동이었다. 자유로운 미국인으로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존스의 선택이지만, 무례하고 신사답지 않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존중을 요구하거나 그들이 순순히 받아들이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존스는 다시 모임의 공적 영향력을 겨냥했다. “거겐 씨, 여러분은 거기서 정책을 결정하잖아요.”라는 말에 거겐은 분명하게 부인했다.
“미안하지만, 거기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거겐은 자신들은 신사답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며 존스는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의례 참석 여부에는 답하지 않았으나, 그로브에서 정책을 결정한다는 주장은 명시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 쟁점 | 존스의 질문과 입장 | 거겐의 답변과 입장 |
|---|---|---|
| 내부 활동의 공개 | 고위 공직자가 참석하므로 시민에게 알 권리가 있다 | 비공개 약속을 어긴 촬영과 공개는 존중할 수 없다 |
| 입장 당시의 약속 | 무단출입은 인정하지만 비공개 약속은 하지 않았다 | 현장 사정을 안다며 약속 위반이라는 비판을 유지했다 |
| 의례 참석 여부 | 참석한 적이 있는지 거듭 물었다 | 답변할 의무가 없다며 밝히지 않았다 |
| 정책 결정 여부 | 그로브에서 정책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부인했다 |
문답 말미에는 “거미줄을 치는 거미들이여, 이곳에 오지 말라.”라는 문구도 등장한다. 내부 공개와 취재 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거셌지만, 거겐의 의례 참석 여부와 의례의 의미에 관한 질문은 답을 얻지 못했다.
모의 희생이라 해도 남는 참여의 문제
한 논평자는 취재 방식보다 의례 자체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반응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가 묘사하는 ‘근심의 화장’은 거대한 연극을 닮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근심의 화장을 이야기하며 “물러가라” 같은 말을 외치면, 관객으로 모인 대통령과 상원의원, 세계의 유력자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비판의 대상은 그 광경을 함께 지켜보고 호응하는 권력자들이다.
그는 세계 지도자와 대통령, 왕, 언론계 거물과 군 장성까지 한자리에 초대할 수 있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라고 요구한다. 특정 주최자나 지휘자를 지목하지는 않지만, 참석자의 지위와 범위만으로도 그들을 불러 모으는 배후의 힘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왜 응했고 의례 끝에 왜 박수를 보냈는지도 같은 맥락에서 따진다. 설령 실제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 모의 인신 제사라 해도, 그 자리에 참석해 호응하는 행동까지 아무 의미 없는 일로 볼 수는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 희생의 여부와 별개로 참여 자체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참석자가 같은 내용을 알고 같은 의도로 찾아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일부는 의례의 영향을 받도록 초대되지만 정작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반면 많은 사람, 어쩌면 대부분은 알고 참여한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알고 참여하는 사람과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 함께 있다면, 행사를 준비하는 쪽은 그 청중에게 무엇을 하려는가. 의례의 영적 목적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 나온다.
올빼미의 형상과 영적 세계를 향해 열린다는 문
보헤미안 그로브를 구약의 산당과 “말 그대로 다를 바 없다”고 보는 신학적 해설은 이곳을 실제로 임재하는 악령의 우상을 위한 야영지로 규정한다. 캘리포니아 러시안강에 오래전부터 자리한 그로브가 스컬 앤 본즈를 비롯해 그보다 더 어두운 성향의 비밀결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로브의 올빼미를 이해하는 열쇠는, 우상이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실제 영적 존재를 눈에 보이게 드러낸다는 믿음이다.
이때 악령 신들은 서로 다른 범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어떤 존재는 지역을, 다른 존재는 부족과 가족을, 나아가 국가를 지배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신’은 하나님이 아니라 영어에서 소문자 g로 표기하는 신을 뜻한다. 따라서 올빼미는 장식이나 친목 모임의 표식이 아니라 그곳에 임재한다고 여기는 존재의 형상이다. 올빼미를 두고 여러 준비 의례를 행한다는 설명과 좌도를 따르는 이들에게도 같은 종류의 준비 관행이 있다는 주장은, 모두 의례를 영적 접촉의 수단으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의례의 기원에 대해서는 몰록보다 수메르에 무게를 둔다. 더 구체적으로는 세미라미스, 가장 오래된 고대 신들의 숭배,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례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고대 신들 역시 하나님과 구별되는 존재들이다. 그런 기원을 전제로 하면 근심의 화장은 옛 종교를 흉내 낸 상징극에 그치지 않는다. 영적 존재가 들어올 통로를 여는 행위가 된다.
닫힌 문을 조금씩 열면 문 너머의 존재가 통과할 수 있듯이, 의례가 영적 세계를 향한 문을 연다는 것이다. 의례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접촉하려는 영적 세계의 영감을 받고, 그 영감에 따라 마련한 절차로 그 세계의 존재를 불러들인다고 한다. 따라서 참석자 명단이나 행사 기획자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는 목적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고 본다. 더 중요한 문제는 어떤 존재를 불러들이며 그 존재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에 있다.
이와 유사한 영적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요한계시록 16장이 인용된다.
요한계시록 16:13 또 내가 보니, 개구리 같은 더러운 세 영이 용의 입과 짐승의 입과 거짓 선지자의 입에서 나오는데
요한계시록 16:14 그들은 기적들을 행하는 마귀들의 영들이라. 그 영들은 이 땅과 온 세상의 왕들에게로 가서 전능하신 하나님의 위대한 날의 전쟁을 위하여 그 왕들을 모으더라.
그로브에 이 구절을 적용하는 해설은 적그리스도를 언급하면서, 더러운 영들이 왕들에게 가서 그들을 초자연적으로 모으고 움직이게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본문이 그로브를 직접 지목하는 것은 아니지만, 왕들을 모으는 영들의 활동이 그곳에서도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의례로 세계 지도자들에게 영향력과 영감을 불어넣어, 마침내 같은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준비시킨다는 해석이다.
이후에는 모의 의례에 대한 비판을 넘어, 실제로 사람이 제물로 바쳐진다는 혐의가 제기된다. 이 혐의를 전하는 발언자는 불 속에 던져지는 사람이 아마 살아 있으며 약물에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한다. 그 사람이 산 채로 타는 동안 문 앞에 있던 마귀들이 청중에게 다가온다는 초자연적 묘사도 덧붙인다. 앞서 문이 열린다고 표현한 순간을 장막이 내려가는 모습으로도 묘사한다.
그가 루시퍼 숭배자들로 지목하는 사람들은 소환한 영들을 청중으로 모인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낸다고 한다. 그 목적은 지도자들에게 영향력과 영감을 주어 공동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 참석자들이 행사장 밖에서 행사하는 권력 때문에, 그로브의 의례도 한 지역의 비밀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 규모의 행위가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는 경악과 함께 그 숲을 강력한 ‘산당’으로 부르는 까닭도, 그곳을 지도자들을 통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영적 권력의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비밀결사의 성소와 세계 왕을 기다리는 사람들
보헤미안 그로브를 영적 소환의 장소로 지목하는 해설은 그곳을 그림자 정부가 초창기부터 지극히 거룩하게 여겨 온 성소라고 부른다. 여러 형제단이 모이는 ‘형제단들의 형제단’에서, 세계를 좌우하는 오컬티스트들이 피의 의례를 통해 마귀의 힘이 깃든 능력과 위안을 얻어 왔다는 주장이다. 그들에게 의례는 영적 존재와 접촉하는 절차인 동시에, 오랜 세월 권력을 함께 행사해 온 사람들의 결속을 다지는 행위다.
그로브에 모인다는 권력자들의 정치적 실체로는 그림자 정부가 지목된다. 오래전부터 결탁해 의사 결정과 정책 수립에 관여해 온 비밀 집단이 한때는 음모론의 대상으로 취급되었지만, 이제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는 이름으로 주류 담론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존재가 드러날 때의 충격을 줄이려고 명칭을 바꾸었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름을 바꾼 동기는 추정에 머물지만, 그로브와 딥 스테이트는 같은 권력의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뤄진다. 그로브는 그 권력이 영적 결속을 다지는 장소이고, 딥 스테이트는 오늘날 정치 영역에서 쓰는 이름이다.
딥 스테이트를 향한 혐의는 구체적이고 강하다. 해당 해설은 이 집단이 위장 테러 공격의 배후에서 국제 테러 조직에 자금을 대고, 사회적 봉기를 일으키며, 주류 언론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당이 우세하든 정치·문화적 담론을 통제하고 배후에서 권력을 움직인다는 비난도 포함한다. 비밀결사가 의제를 정하면 딥 스테이트가 이를 현실로 만드는 ‘요람을 흔드는 손’, 곧 ‘일을 실행에 옮기는 팔’이 된다는 묘사다.
궁극적인 목표로 지목하는 것은 개별 정책에 대한 은밀한 개입보다 크다. 각국을 단일 세계 체제로 이끄는 일이다. 비밀결사가 목표를 정하고 딥 스테이트가 정치적 수단을 제공한다면, 그로브의 의례는 지도자들에게 영향력과 영감을 불어넣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이 오래된 목표를 설명하는 자료로 탐구의 결사(Order of the Quest)에 관한 인용문이 등장한다. 수천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존재했으며, 이들이 ‘탐구의 결사’라 부를 만한 조직으로 결속해 왔다는 내용이다. 또한 ‘부를 만한’이라는 표현은 정식 조직명을 가리키는지, 오랫동안 이어진 집단의 성격을 나타내는지 여지를 남긴다.

뒤따르는 낭독은 이들을 지적·영적 통찰을 통해 문명에 비밀스러운 운명이 있음을 깨달은 사람들로 묘사한다. 그들이 기다리는 미래에는 초자연적 능력을 가진 한 왕이 세계 질서를 다스린다. 이어 맨리 P. 홀(Manly P. Hall)의 말로 소개되는 인용문에서는 그 왕이 신적 종족의 후손이자 깨달은 이들의 조직(Order of the Illumined)에 속한 존재로 묘사된다. 지혜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 역시 영웅들의 가문, 곧 완성된 인간들의 집단에 들어간다고 서술한다.
그들이 기다린다는 왕은 여러 나라를 통합할 정치 지도자에 그치지 않는다. 초자연적 능력과 신적 혈통을 지니고, 지적·영적 깨달음으로 결속한 집단과 함께 세계를 이끌 통치자다. 이 왕에 관한 인용을 그로브의 의례와 결부하는 해설은, 의례로 지도자들을 준비시키고 정치 조직으로 각국을 하나의 체제에 모으는 목적이 마침내 세계를 이 왕 아래 두는 데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 성경적 의미를 부여해, 딥 스테이트가 문자 그대로 ‘짐승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아타튀르크의 비밀 작전에서 미국 건국기의 권력까지
딥 스테이트의 기원을 다루는 인터뷰는 공식 정부 안에 있으면서도 공개된 지휘 체계 밖에서 움직이는 인적 연결망에 주목한다. 정부를 약화시키는 은밀한 세력을 설명하는 가운데 등장하는 인물이 튀르키예 지도자 무스타파 아타튀르크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1923년 자신의 정부를 보존하려고 정부 내부의 비밀 작전을 이용했다. 정부를 약화시키려는 연결망과 정권을 지키려는 작전은 목적이 다르지만, 공식 통치 구조 안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작동하는 사례로 함께 다뤄진다.
미국에서 그러한 권력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한 계기로는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은 2016년 대통령 선거가 꼽힌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나타났던 현상의 증거가 미국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는 판단이다. 여기서 2016년은 딥 스테이트가 생겨난 해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존재하던 권력을 알아보기 시작한 시점을 뜻한다.
미국사를 다루는 별도의 발언은 그 기원을 훨씬 앞당긴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때부터 그림자 정부가 존재했다고 단언하며, 오랫동안 이를 음모론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이제야 그 존재를 깨닫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역사가 건국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치적 갈등에서 드러난 권력의 뿌리를 찾으려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누가 새 정부를 설계하고 운영했는지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독립으로 얻은 자유와 국민이 행사하는 정치적 권력을 구분한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의 형태를 정하고 실제 권력을 쥔 사람들은 소수의 엘리트였다고 비판하며, 초기 미국을 과두정(oligarchy), 곧 소수 지배층이 이끄는 정부라고 부른다.
그 사례로 드는 것이 헌법제정회의에 참석한 건국 인사 55명과 닫힌 회의장이다. 발언자는 독립선언서 작성에 뒤이어 헌법을 마련하던 참석자들이 일반 시민에게 논의를 들키지 않으려고 창문을 잠갔다고 말한다. 이들은 선출되지 않은 부유층이었고 대부분 법률가였으며, 시민들이 회의장 밖에 머무는 동안 안에서 새 국가의 틀을 정했다는 비판이다.
새 정부의 구조도 미국이 벗어나려 했던 영국 체제와 매우 비슷했다고 지적한다. 양원제의 상원은 영국 귀족원에 대응했고, 처음에는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할 예정이 아니었다. 하원은 영국 서민원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조직되었다. 국민은 독립을 통해 이전보다 많은 자유를 얻었지만, 정부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권력까지 넘겨받지는 못했다는 것이 이 비판의 요지다.
소수의 통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으로는 앤드루 잭슨의 집권을 든다. 잭슨이 대통령이 되어 오늘날의 체계로 이어지는 정당들을 조직한 뒤에야 국민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국민이 정부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게 된 변화를 딥 스테이트의 후퇴로 읽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 건국기와 잭슨의 집권을 소수의 통제와 국민 참여가 맞서는 역사로 바라본다.
워싱턴의 정치 계층과 자금을 공급하는 사람들
워싱턴의 권력 구조를 설명하는 한 인터뷰 참여자는 딥 스테이트를 세 층위로 나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첫 번째 층위는 정치 계층이다. 유권자가 워싱턴으로 보내는 연방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대통령의 행정부, 연방정부 관료조직이 여기에 속한다. 선거로 권한을 얻은 정치인뿐 아니라 그들을 위해 일하며 일상적인 행정을 수행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범주다.
미국이 과두정이라는 비판은 어느 한 정치 진영에서만 나오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한다. 무소속 정치인이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도 미국의 정치 현실을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정치적 위치가 서로 다른 인물들을 나란히 거론하는 까닭은 정부와 워싱턴의 기성 정치권을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과두정은 소수가 통치하는 체제를 뜻한다.
함께 제시된 사전형 자료는 과두정을 소수의 통치로 정의하며, 특히 작은 집단이 부패하고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정부를 통제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통제하는 집단 자체나 그 지배를 받는 조직도 같은 말로 부를 수 있다. 예문에는 소수가 지배하는 기업과 국가, 군사 과두정의 수립이 등장한다. 워싱턴을 향한 비판에서는 이 넓은 개념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좁혀진다. 공식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누가 돈을 대며, 그들은 누구의 이해관계를 위해 움직이는가.
인터뷰 참여자의 답은 가장 많은 돈을 대는 사람이 정치권의 행동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성 정치권을 운영하는 소수는 자신들의 특정한 이해관계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자금 제공자의 요구에 따라 움직인다고 비판한다. 관료조직 안에서도 정치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 중 일부가 배후에서 실질적인 결정을 좌우하려 한다고 본다. 모든 관료를 하나의 음모 조직으로 묶는 설명이라기보다는, 정치인의 공식 권한과 관료의 행정상 영향력에 후원자의 요구가 맞물리는 구조를 지목한 것이다.
그 후원자들과 정부 밖에서 정책 자료를 공급하는 조직들이 두 번째 층위를 이룬다. 중심에는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부유층이 있다. 그는 조지 소로스 같은 인물들이 비정부기구에 120억 달러를 기부하고, 이 기구들을 통해 미국의 정치 계층과 연방 관료조직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자금 제공자가 직접 정책을 집행할 필요는 없다. 지원받은 조직이 정부에 접근해 결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로는 기부 외에도 많다. 워싱턴에 수천 명이 있다는 로비스트들은 정치인과 관료에게 직접 접근한다. 싱크탱크로 불리는 비정부기구와 학계는 정책 문서를 작성해 특정 정책을 채택하도록 설득한다. 돈과 자료, 인맥이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쳐 정부의 결정에 닿는 것이다.
이들의 활동을 판단할 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미국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가다.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지만, 모든 기부와 정책 제안을 잘못이라고 규정하지는 않는다. 후원자와 정책 제안자가 원하는 방향이 국민의 뜻과 어긋나는데도, 자금과 접근성을 가진 쪽의 요구가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정치인을 후원하고 키워 낸다는 비밀결사
두 번째 층위에 포함되는 비밀결사는 이미 권력을 얻은 정치인에게 요구를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뷰 참여자는 대중이 이들의 성격과 영향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빌더버그 그룹이 특정 인물을 발탁한 뒤 자금과 정치적 메시지를 제공해 유력 정치인으로 키운다고 주장한다. 선거운동을 후원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정치 무대의 중심에 설지, 어떤 의제를 내세울지까지 관여한다는 의혹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빌 클린턴을 든다. 발탁 시점은 1991년으로, 발언 도중 처음 말한 1997년을 곧바로 정정했다. 당시 클린턴은 잘 알려지지 않은, 별 볼 일 없는 아칸소주 주지사였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빌더버그 그룹은 그런 클린턴을 끌어올리면서 많은 돈을 지원하고 대중에게 내세울 메시지까지 주었다고 한다. 메시지의 중심에는 무역이 있었고, 구체적인 의제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었다. 클린턴이 이 협정을 자신의 의제로 삼았다고 지적하면서, 그 밖에도 여러 나쁜 구상을 추진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덧붙인다.
버락 오바마에 대해서도 빌더버그 그룹이 그를 키우며 자금과 언론의 관심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이어지는 후원 사례에서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정치인이 같은 지원을 받아 사실상 무명에서 후보 지명에까지 올랐다고 말한다. 이 인물은 집권 뒤 매우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했으며, 그 방향은 두 번째 층위에 속한 세계주의자와 진보주의자 대다수가 바라던 바였다고 한다. 그가 제기하는 의혹에서 후원은 선거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인을 성장시키는 데 쓴 돈과 메시지가 집권 뒤 정책으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에 접근하는 세력에는 외국 정부도 있다. 같은 인터뷰에서는 사우디 측이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억 달러를 들여 로비했다고 전한다. 국내의 부유한 후원자와 비밀결사, 외국 정부를 비롯한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미국 정치권에 접근한다. 따라서 두 번째 층위는 하나의 조직을 가리키기보다, 정부 밖에서 자금과 자료, 인맥을 동원해 결정에 관여하는 여러 주체를 아우른다.
세계정부라는 목표와 성경의 세계 통치체제
딥 스테이트에 힘을 공급한다는 마지막 층위를 설명하기에 앞서, 인터뷰 참여자는 이 정치적 영향력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을 세계주의라고 지목한다. 여기서 세계주의는 국가 간 협력을 넓히자는 생각이 아니라 세계적 통치체제를 세우려는 목표다. 정치인에게 돈을 대고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도 각자의 이해관계를 좇는 일로만 보지 않는다. 그 배후에는 세계정부라는 공동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다니엘 7장과 요한계시록 13장이 적그리스도가 통치권을 잡을 세계 체제를 명확하게 묘사한다고 믿는다. 특정 절을 직접 인용하기보다 두 장에 나타난 세계적 통치를 오늘날의 세계주의에 적용한다. 그에게 세계정부 수립은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일이 아니라 성경에 묘사된 통치체제를 현실에 마련하는 과정이다.
비밀결사의 목적도 단호하게 규정한다. 세계정부 수립은 이들이 추구하는 논란의 여지 없는 목표이며, 바로 그 비밀결사들이 딥 스테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세우려는 나라는 루시퍼적 세계 왕국이고, 민주주의는 자신들의 이념을 세계 무대에 퍼뜨리는 수단으로 쓰인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정부 지지 조직들의 역사와 국제회의 참석 경험을 제시하며, 그 목표가 추상적인 이상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조직 활동으로 추진되어 왔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의 구호보다 오래된 신세계질서
‘신세계질서’라는 말은 아버지 부시가 즐겨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부시가 처음 만든 표현으로 받아들인 사람도 많았지만, 세계정부 운동의 역사를 짚는 인터뷰 참여자는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앞서 같은 말을 했다고 지적한다. 그가 추적하는 세계 통합의 꿈은 한 대통령의 외교 구호보다 오래되었고,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어져 왔다.
그 구상에는 세계 사법체계와 국제법, 세계적인 군대와 경찰, 집행부가 필요하다. 인류와 세계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이상을 법과 집행력을 갖춘 세계적 통치체제로 실현하려는 것이다. 교류와 협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 전체에 권위를 행사할 제도를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그가 소개하는 인물과 조직들을 관통한다.
초기 사례로 제시하는 것은 1873년 바하이 신앙 창시자의 발언이다. 당시 이미 신세계질서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세계 사법체계뿐 아니라 세계 도시와 세계 본부까지 구상했다고 전한다. 여러 나라가 함께 일할 방법을 찾는 데서 더 나아가, 통합된 세계를 운영할 중심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컬럼비아대학교 총장이었던 니컬러스 머리 버틀러도 신세계질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인물로 거론된다. 인터뷰 참여자는 버틀러를 왕과 총리, 대통령의 집무실을 드나들 수 있었던 국제무대의 대표적 인사로 묘사한다. 그가 전하는 버틀러의 생각에서 제1차 세계대전은 낡은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한 전쟁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국제 사법체계와 국제 경찰, 세계법을 갖춘 권력이 등장하리라고 기대했다. 국가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는 기구를 넘어 세계 전체에 권위를 행사할 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1940년대에는 세계연방주의자연합을 비롯한 여러 세계연방주의 조직이 등장했다. 세계적 권위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정치인과 전문 조직 밖에서도 나왔다. 그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후반인 1940년대 중반에는 침례교와 감리교를 비롯한 교회들이 미국 정치인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시 구체화되고 있던 유엔이 이름뿐인 기구에 머물지 않도록 권위와 실효성, 실제 권한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 목표를 꾸준한 조직 활동으로 추진한 단체로는 세계연방주의협회(World Federalist Association)를 꼽는다. 그의 소개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 활동해 온 세계정부 지지 로비 단체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는 ‘연합세계연방주의자’라는 이름을 썼고, 발언에서 제시한 영문 명칭은 United World Federalist다. 이후 세계연방주의협회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발언 당시에는 ‘세계적 해결책을 위한 시민들’(Citizens for Global Solutions)이라는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름이 달라져도 세계정부를 실현하려는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세계연방주의협회와 그 국제 상위 조직인 세계연방주의운동(World Federalist Movement)은 오랫동안 조직을 유지하고 로비를 벌이며 세계적 권위의 수립을 추진해 왔다고 한다.
종교 지도자들의 지지도 중요한 사례로 다룬다. 1951년 세계연방주의자들을 만난 교황 비오 12세는 이들에게 열렬한 찬사를 보냈다고 전한다. 연설 원문을 인용하지는 않지만, 세계연방은 고귀한 생각이자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이며 그들의 계획이 꼭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소개한다. 앞서 미국 교회들의 편지가 유엔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라는 요구였다면, 이 만남에서는 세계연방 구상 자체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1965년 교황의 유엔 연설에서도 같은 기대를 읽는다. 이때는 교황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연설의 요지를 전한다. 세계가 유엔을 통해 하나로 모여 세계의 최종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두 연설을 통해 세계연방과 유엔을 중심으로 국가를 넘어서는 권력을 세우려는 움직임에 종교 지도자들도 힘을 실었다고 본다.
이 사람들이 요구했던 것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정부의 운영이 아니라, 앞으로 세계를 다스릴 권위를 세우는 일이었다. 종교적 이상과 전후 질서에 대한 기대, 국제기구에 실질적인 권한을 주라는 요구가 여러 시대에 걸쳐 나타났다. 2000년 유엔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했다는 한 인물은 그 목표를 위한 제도 설계가 회의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전한다.
밀레니엄 포럼에서 논의한 제도와 세계 조정자
한 참석자는 2000년 유엔 밀레니엄 포럼에 독립적인 공인 전문가 자격으로 참가했다고 회고한다. 여러 모임과 행사에 참여해 온 그는 당시 세계연방주의협회로부터 회원 자격도 받은 상태였다. 현장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행사를 운영하는 쪽이 자신이 속한 세계연방주의운동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회고에서 사용한 ‘우리’는 이 운동을 가리킨다.
그가 참여한 제6소그룹의 주제는 세계질서 재편이었다. 일주일 동안 패널 토론과 워크숍, 강연, 회의와 기획 회의가 이어졌다.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자는 원칙만 논의한 것이 아니었다. 세계적 과세 체제를 마련하고 국제 군대와 경찰을 창설하며, 세계 의회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까지 다루었다고 한다.
참석자는 이 제도들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세 체제와 군대·경찰, 의회 기구가 각각 세계를 포괄하면서 서로 맞물리도록 구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눈에는 국제 협력 기구를 하나 더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세계정부의 골격을 짜는 일이었다. 다만 그가 전한 당시의 활동은 제도를 논의하고 기획하는 단계였다.
같은 포럼에서 유통되던 ‘세계의 변혁’이라는 문헌은 그 권위를 행사할 인물까지 제안했다. 참석자는 작성자를 세계 튀르크계 민족 회의의 수장으로 소개했지만 개인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그가 문헌에서 읽어 낸 핵심은 여러 나라를 하나로 모을 권위 있는 지도자, 곧 ‘세계 왕’을 세우자는 구상이었다. 자신이 그 왕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접한 제안을 전한 것이다.
문헌의 ‘유엔의 전망’ 절은 이 지도자를 세계 조정자라고 부른다. 국제관계를 조정하고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명화된 조정자가 필요하며, 그 필요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조정자는 국가 사이의 의견 차이를 중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실제로 지상의 최후의 권위가 되어야 한다.

세계 조정자의 역할과 모든 개인·국가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건을 담은 문헌 발췌.
그 권위를 맡길 조건은 모든 개인과 모든 국가의 신뢰다. 문헌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든 조정자가 공정하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리라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하며, 그에게서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어느 나라든 자기 아들처럼 대해야 한다는 비유도 등장한다. 특정 국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모든 나라를 보살피고, 누구나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을 바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뿐 아니라 권한을 행사하는 태도까지 그 자격에 포함된다.
개방의 약속과 소수 엘리트의 통치
세계주의를 받아들이는 많은 사람은 세계 어디서든 즉각 소통하고 열린 시장에서 교역하며, 때로는 국경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미래를 기대한다. 통신과 교역,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추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세계정부에 반대하는 한 인터뷰 발언자는 그 뒤에 훨씬 어둡고 사악한 목적이 숨어 있다고 단언한다. 그가 세계주의를 인본주의 종교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개방 정책을 반대해서가 아니다. 세계주의가 인류의 궁극적인 미래를 정하고, 그 미래를 다스릴 자격까지 특정한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신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테드 터너 같은 세계주의자들이 지구 인구를 발언 당시 ‘현재’의 수치로 제시한 80억 명에서 5억 명으로 줄이려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이 자신을 유전적으로 타고난 세계의 엘리트로 여기며, 그 우월성 때문에 세상을 운영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비난한다. 그가 묘사하는 계획에서 인구 감축과 세계정부는 별개의 목표가 아니다. 인구가 크게 줄어든 세계를 하나의 정부 아래 통합하고, 스스로 우월하다고 여기는 소수가 남은 사람들을 다스리는 구상이다.
이런 통치관의 사상적 뿌리는 19세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에게서 찾는다. 그는 헤겔의 차이트가이스트, 곧 시대정신에 대한 믿음을 시간이 흐르면 인간이 마침내 완전해진다는 기대와 연결한다. 세계주의자들은 그 완성된 세상을 자신들이 다스리리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완성을 약속하는 이상이 소수 엘리트의 지배권을 정당화하고, 끝내 인구가 크게 줄어든 단일 세계정부를 지향한다는 비판이다.
세계주의자들을 향한 평가는 거침없다. 이들을 상당히 흉악한 집단으로 묘사하며, 그 이념을 오컬티즘·루시퍼주의·도덕적 상대주의로 요약한다. 키신저, 데이비드 록펠러, 힐러리를 지목해 “사이코패스적 루시퍼주의자들”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임상적 진단이 아니라 강한 정치적·종교적 비난이다. 권력의 집중과 함께, 그 권력을 정당화하고 이끄는 믿음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
반면 세계 조정자를 제안한 문헌은 최종 권위를 맡을 지도자를 보호자로 그린다. 나라 사이의 분쟁을 중재하고 사람들에게 이해와 공감을 주며, 어느 나라든 자기 아들처럼 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지만, 그 자격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상의 형제들이 자신을 신뢰할 수 있도록 실제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각국을 돌보는 태도와 그로써 얻는 신뢰를 중재 능력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문헌을 소개하는 대목에는 “세계 공동체가 조정자 없이 지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과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라는 답도 나온다. 이 문답이 문헌 인용의 연속인지 소개자의 논평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이를 소개자 자신의 세계 왕 지지 발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소개된 지도자상에는 세계 공동체가 최종적으로 의지할 한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대가 담겨 있다.
바벨의 왕권과 정치권력 뒤의 영적 세력
한 왕 아래 세계를 묶으려는 이상을 신학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은 그 기원을 바벨의 님롯에게서 찾는다. 님롯은 하나의 종교 체제와 정부, 언어, 왕으로 세계를 통합하려 한 최초의 인물로 제시된다. 종교와 정치, 언어가 모두 한 왕권 아래 놓였다는 점에서 바벨을 장차 올 적그리스도 체제의 예표로 보는 것이다.
그 왕국을 떠받친 힘도 인간의 권력욕만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전수하는 비전적 종교의 영적 존재들이 님롯을 지원하고 행동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당시의 종교 관행은 오늘날 바빌론 신비 전수 조직이라 부르는 전통을 이루었고, 딥 스테이트를 움직이는 여러 비밀결사의 믿음과 의례에도 남아 있다고 말한다. 고대로부터 이어졌다는 것은 사상이나 의식만이 아니다. 님롯에게 힘을 주었던 바로 그 악령들이 지금도 살아서 딥 스테이트를 지원한다고 확신한다. 바벨의 왕권과 현대의 세계 통합 구상이 비슷한 제도를 추구할 뿐 아니라 동일한 영적 세력의 도움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로써 앞서 제시한 권력의 세 층위 중 마지막 층위가 드러난다. 눈에 보이는 정치권과 관료조직 뒤에는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영적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각 층위의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층위 | 포함되는 주체 | 발언에서 부여한 역할 |
|---|---|---|
| 정치 계층 | 연방 상·하원의원, 대통령의 행정부, 연방 관료조직 | 공식 권한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행정을 수행한다. |
| 정부 밖의 영향력 행사자 | 부유한 후원자, 로비스트, 싱크탱크와 학계, 비밀결사, 외국 정부 | 자금·정책 자료·인맥을 통해 정치인과 관료의 결정에 관여한다. |
| 보이지 않는 영적 세력 | 님롯을 지원했던 존재들과 동일하다고 보는 악마적 세력 | 영향력 행사자들에게 끊임없이 작용하며 정치권과 관료조직에도 힘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
돈과 막강한 권력이 모이는 워싱턴은 이런 믿음 속에서 영적 충돌이 집중되는 장소다. 한 인터뷰 발언자는 영적 활동이 벌어지는 ‘우주의 중심’이 실제로 워싱턴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지리적 중심을 뜻하기보다는 큰돈과 권력이 행사되는 곳에서 필연적으로 영적 전쟁이 벌어진다는 개인적 확신을 표현한 말이다. 성경적 근거로는 에베소서 6장 12절을 든다.
에베소서 6:12 이는 우리의 싸움이 혈과 육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정사들과 권세들과 이 세상 어두움의 주관자들과 높은 곳들에 있는 영적 악에 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는 이 구절이 말하는 영적 싸움을 워싱턴의 정치 활동에 적용한다. 공적 조직과 그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세력이 움직인다고 믿기 때문에, 권력이 집중된 수도에서는 영적 활동도 그만큼 강하게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이어지는 발언은 눈에 보이는 딥 스테이트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야 ‘실제로 작동하는 딥 스테이트’에 도달한다고 단언한다. 초자연적 측면을 빼놓고는 역사의 종말도, 정치 세계의 근본적 변화도, 신세계질서도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세계질서는 초자연적 기반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의례를 통해 영적 영역에 참여한다는 믿음
딥 스테이트의 배후에 영적 세력이 있다는 주장은 음모의 시작점도 인간의 정치 조직 너머에서 찾는다. 인간이 살아가는 네 차원 바깥에 초자연적 영역이 있으며, 악마와 악령이 그곳에 거주한다는 믿음이다. 계시를 통해 드러나는 사탄의 계획과 그 전개 순서를 가리키는 ‘사탄적 진화 과정’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성경의 직접적인 문구가 아니라, 사탄의 계획이 단계적으로 펼쳐진다는 뜻으로 쓰인 비유다.
에베소서 6:12 이는 우리의 싸움이 혈과 육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정사들과 권세들과 이 세상 어두움의 주관자들과 높은 곳들에 있는 영적 악에 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이러한 영적 통치론은 에베소서 6장 12절의 “정사들”과 “높은 곳들에 있는 영적 악”을 정치권력에 적용한다. 딥 스테이트 공모자들이 오컬티즘에 깊이 물든 이념을 따르며, 의례를 통해 그 영역에 접근해 힘을 얻는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의례는 비밀결사 모임에 덧붙이는 장식이 아니다. 조직의 ‘심장이자 영혼’이며, 영적 영역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열쇠로 여겨진다.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마술의 이론과 실제》에 나오는 정의로 소개된 문구는 마술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보여 준다.
“마술은 의지에 부합하는 변화를 일으키는 과학이자 예술이다.”

의지에 맞는 변화를 실제로 일으키려는 사람에게 의례는 믿음을 표현하는 상징이나 구경거리에 머물지 않는다. 영적 존재와 접촉하고 그 힘을 얻으려면 자신이 직접 의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바탕이 되는 믿음은 인간과 자연과 신이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연속성’의 관념이다. 참여자는 이 고대의 관념을 머릿속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존재가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몸으로 재현하며 하나됨을 신비롭게 체험한다고 한다.
그 체험은 시간 바깥으로 나가 선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일로 묘사된다. 모든 것이 순환하고 서로 의존하며 얽혀 있는 질서에 들어가, 자연과 신과 인간이 하나라고 선언되는 영적 영역에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참여자 자신도 그 연속성과 순환의 일부가 된다. 의례를 ‘영적 연극’이라고 부르는 것은 허구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됨의 질서를 재현한다는 뜻이며, ‘영적 계약’이라는 이름에는 그 재현을 통해 영적 존재와 관계를 맺는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영들이 알려 준 접촉 방법과 세계 권력
의례의 기원을 설명하는 한 인터뷰이는 인간이 접촉 방법을 스스로 고안한 것이 아니라 영들이 먼저 알려 주었다고 단언한다. 비교 대상으로 드는 것은 구약과 신약에서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다가오고, 자신을 부르고, 경배하는 방법을 먼저 알려 주신 일이다. 경배의 대상은 다르지만, 부름을 받는 쪽이 먼저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공통점에 주목한다.
인터뷰이는 실제 오컬트 의례가 모두 반대편 영들의 영감을 받아 생겼다고 말한다. 자신이 보거나 읽은 책 가운데 그쪽에서 먼저 영감을 주지 않은 의례는 없었다는 경험적 판단이다. 이를 ‘전화번호를 알려 주는 일’에 비유한다. 영들이 원과 언어, 상징들, 인장(sigil)을 통해 자신들을 부를 수단을 인간에게 건네주었다는 뜻이다. 영들이 무언가를 ‘지정해 준다’는 표현도 나오지만 그 대상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다른 영역에 연락할 열쇠나 전화번호를 받는다는 것이 비유의 요점이다.
영들의 입장에서 풀어낸 관계는 이렇다. 먼저 인간에게 연락 방법을 알려 주고, 정해진 절차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수행하면 나타나겠다고 약속한다. 실제 대화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영들과 인간의 관계를 재현한 비유다. 인간이 먼저 의례를 시도하다가 우연히 응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이 건넨 초대와 지시를 실행한다는 순서가 ‘영적 계약’이라는 말에 담겨 있다.
위자 보드 역시 영들이 건네준 접촉 수단이자 문으로 풀이된다. 영들은 그 문이 열리기를 원하고, 인간이 열어 주면 그곳을 통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인터뷰이는 성경의 그리스어 ‘토포스(topos)’를 여기에 연결한다. 특정 구절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지만, 문을 열어 주는 행위를 영적 존재에게 법적인 진입 권리를 내주는 일로 이해한다.
비밀결사의 의례에 관한 주장은 이런 접촉이 개인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권력에도 작용한다고 본다. 가장 강력한 고대 의례들이 고대 세계의 비밀 조직 수장들을 통해 전승되었고, 흠 없이 보존되어 왔다는 것이다. 영들을 부르려면 절차를 정확히 지켜야 한다는 믿음에서, 의례가 온전히 남아 있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같은 영들을 소환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소환된 옛 신들은 인간 세계로 넘어와 자신의 하수인들에게 힘을 주고, 하수인들은 그 힘으로 세계 무대에서 신들의 계획을 실행한다고 한다. 비밀결사가 의례를 조직의 핵심에 두는 이유도 단순히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사용할 힘을 얻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특히 고위 프리메이슨들이 관여한 종교 의례에는 ‘가장 광적인’이라는 강한 평가가 붙는다. 이들을 비판하는 발언은 그 의례들이 워싱턴 D.C.의 중심부를 움켜쥐고 있으며, 마지막 시대의 영을 소환하려는 목적을 지닌다고 단언한다. 정치 조직과 인적 관계 뒤에서 고대부터 보존된 의례와 그 의례로 불러들인 영적 존재가 수도의 권력을 지탱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도로와 건축물에 담겼다는 의례적 설계
워싱턴 D.C.의 도로와 기념물을 고대 의례의 일부로 읽는 건축 해설에서 수도는 국가를 운영하는 장소이자 고대 신들의 힘을 불러들이는 공간이다. 이 해설을 맡은 발언자는 워싱턴 건축물 대부분이 구세계의 이교 신전을 재현했으며, 맨리 P. 홀이 살던 시대에는 이미 그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단언한다. 비교 대상으로 드는 로마의 바티칸 시국도 단순히 고전적인 건축 양식이 닮았다는 이유로 등장하지 않는다. 두 도시 모두 고대 신들의 힘을 되살리려는 목적 아래 조성되었다고 본다.
그 목적은 건물의 외형뿐 아니라 건물을 세운 위치, 도로가 뻗는 방향과 서로 만나는 지점에도 새겨져 있다고 한다. 기념물은 전략적으로 설계한 도로 위에 놓이고, 도로망은 고등 마술에 필요한 상징을 이룬다. 새 아틀란티스와 철학 제국이라는 미래 구상을 도시 전체에 펼쳐 놓았다는 것이다. 이때 수도는 미국의 비밀스러운 운명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운명을 실현할 의례를 치르는 장소가 된다.
미 국방부 선임 분석가로 소개된 로버트 L. 매기니스 중령은 조지 워싱턴이 고용한 프랑스인 설계자의 사고방식이 상당히 기이했다고 평가한다. 이름은 ‘라퐁’으로 소개된다. 그는 수도의 건물을 하나씩 살피기보다 도시 전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라고 제안한다. 설계 당시에는 비행기가 없었지만, 오늘날 비행기를 타고 조망하듯 도로망 전체를 보면 십자형과 여러 도형이 드러나며, 그 안에서 고대 오컬트의 형상과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대목에서는 오컬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오랜 세월 워싱턴으로 모여들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이 그들을 끌어들였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큰 위카 공동체가 있고 많은 악령이 활동한다며 워싱턴을 ‘세계에서 가장 악한 곳’이라고 부른다. 수도의 영적 성격에 대한 판단은 거리의 모양뿐 아니라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존재들까지 포괄한다.
별도의 건축 해설자는 거대한 규모 자체가 상징을 감추는 수단이었다고 단언한다. 설계자들이 오컬트 상징을 너무 크고 넓게 펼쳐 놓았기 때문에 거의 하늘까지 올라가야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지상에서 개별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은 그 건물이 다른 건물이나 도로와 합쳐 어떤 형상을 이루는지 놓치기 쉽다. 전체 모양을 발견한 뒤에도 상징의 뜻을 알아야 설계 의도에 다가갈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가 건축에 이처럼 큰 힘을 부여하는 까닭은 보이지 않는 실재를 눈에 보이는 구조물로 표현하고, 그 안에 영적 힘이 깃들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으로 구약의 성전과 출애굽기의 건축을 든다. 성전은 하나님과 하늘에 관한 것들을 나타내며, 출애굽기에서는 하나님의 영이 사람들을 이끌어 그러한 구조물을 짓게 하셨다고 풀이한다. 특정 구절의 직접 인용이 아니라, 영적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실재를 건축으로 드러낸 사례로 성경을 읽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오컬트 건축은 영적으로 그 반대편에 놓인다. 다른 실재를 표현할 뿐 아니라 그 힘을 해당 지역으로 끌어들인다고 본다. 설계자가 영들의 인도를 받아 건축한다면, 완성된 건축물도 그 영들의 힘을 불러들인다는 조건 아래, 궁극적으로는 그 영들이 지역에서 우위를 차지하도록 만든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건물에 어떤 상징이 있는지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설계자를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중요하게 다룬다.
새 아틀란티스의 재건과 로마 신전의 모형
워싱턴 기념비 앞에서 대담한 톰 혼은 수도 설계의 출발점을 미국 건국 인사들이 품었던 비전적 계획에서 찾는다. 토머스 R. 혼 박사이자 스카이워치TV 최고경영자로 소개된 그는 독립선언서 서명자 가운데 적어도 44명이 프리메이슨이었다고 주장한다. 같은 미래 구상에 헌신한 이들이 수도 건설에도 그 뜻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대담에 나선 사람들이 현장을 ‘그라운드 제로’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계획의 핵심이 수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혼이 지목한 사상적 배경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 아틀란티스》다. 초기 건국 인사들에게 영향을 미친 유럽인들은 이 책에 바탕을 둔 오컬트 사상을 깊이 간직하고 있었고, 그 미래 구상이 프리메이슨에 속한 건국 인사들을 거쳐 수도 건설에 반영되었다고 말한다. 옛 아틀란티스의 위치에 관한 가설도 여기에 더해진다. 혼은 베이컨이 원래의 아틀란티스가 지금의 워싱턴 D.C.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글로 남겼다고 전한다. 그 위치를 가능성으로 제시하면서도, 바로 그곳에서 아틀란티스를 재건해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날’ 것을 기대했다고 말한다. 베이컨에게 귀속시킨 이 계획에서 새 수도의 건설은 사라진 고대 세계를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혼은 워싱턴 몰의 오벨리스크와 반대 방향에 있는 미 의사당 돔을 그 계획을 드러내는 한 쌍으로 읽는다. 워싱턴 기념비와 의사당이 각각 독립된 기념물과 공공건물이 아니라, 고대 이교 신들에게 다시 영예를 돌리려는 ‘오컬트 민주주의’의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 질서를 고대 신들에게 봉헌하려는 뜻이 두 건축물의 배치에 담겨 있다고 보며, 주변을 걷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기에 얼마나 치밀한 사전 구상이 있었는지 모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혼은 워싱턴 기념비의 오벨리스크와 미 의사당 돔을 고대 신들에게 봉헌하려던 도시 설계의 한 쌍으로 읽는다.
수도 건설 과정에 관해 혼이 근거로 드는 자료는 미 의회도서관 공식 웹사이트의 「가장 인정받은 설계안」, ‘The Most Approved Plan’이다. 관련 원본 서류도 모두 의회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공모 과정과 제퍼슨의 의도에 관한 다음 이야기는 문서 원문의 직접 인용이 아니라 혼이 그 자료를 근거로 전하는 내용이다.
수도 건설을 위한 국제 설계 공모가 열리자 프랑스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의 설계 업체에 공고가 나갔다. 업체들은 워싱턴의 건물과 대형 건축물을 짓는 수익성 좋은 계약을 따내려고 설계안을 제출했지만, 토머스 제퍼슨은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혼은 제퍼슨이 이미 원하는 모형을 정해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대 로마의 판테온을 본떠 이곳을 짓고 모든 이교 신들에게 봉헌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수도의 명칭도 같은 목적에 연결한다. 혼에 따르면 제퍼슨은 고대 로마 도시 ‘카피톨리누스’에서 수도의 이름을 따왔으며, 그곳에서는 주피터가 다른 모든 신을 다스렸다. 혼은 로마에서 가져온 이름, 판테온을 본뜬 설계, 모든 신에게 바친다는 목적을 함께 놓고 “그들이 원한 것이 그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지었다”고 단언한다. 워싱턴 몰의 오벨리스크 역시 이러한 도시를 완성하려고 세운 건축물로 본다.
오벨리스크와 돔, 오시리스의 죽음과 재탄생
톰 혼은 워싱턴 기념비를 같은 종류의 오벨리스크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소개하며, 형태뿐 아니라 치수에도 주목한다. 현장에서 높이는 “육, 육, 육, 육 인치”, 기단 둘레의 각 변은 “육, 육, 육 인치”라고 말한다.

혼이 오벨리스크와 짝짓는 돔은 이시스의 신전이다. 워싱턴 기념비와 반대편 의사당 돔을 같은 방식으로 읽으며, 두 건축물이 연금술이 작용하는 ‘생성 장치’를 이룬다고 말한다. 지하세계에서 오시리스의 씨를 끌어올려 파라오 안에 자리 잡게 하는 장치다. 신을 받아들인 통치자를 통해 이집트는 신을 대표하게 된다.
이시스는 오시리스의 누이이자 아내이며, 죽은 오시리스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마술의 여왕으로 등장한다. 혼에게 오벨리스크와 돔은 이 죽음과 재탄생 이야기를 기념하는 상징만이 아니다. 신화를 되풀이하여 지하세계의 신을 살아 있는 통치자 안에 들이는 도구다.
혼이 들려주는 신화에서 오시리스를 죽인 것은 사악한 형제 세트다. 세트는 ‘코스모크라토르’라고 불리는 악령 72명을 공모자로 모으고, 이들과 함께 오시리스를 붙잡아 상자에 가둔 뒤 못질로 봉한다. 이어 그의 몸을 14조각으로 잘라 나일강에 던진다. 이시스는 강기슭을 뒤져 남편의 몸을 찾지만 13조각만 회수한다. 끝내 찾지 못한 부위는 남근이다.
이시스가 되찾은 조각들을 붙이는 장면에 혼은 ‘더 완전한 결합’이라는 표현을 붙이고, 미국의 13개 식민지가 ‘더 완전한 연방’을 이루었다는 말과 나란히 놓는다. 오시리스의 13조각과 미국의 13개 식민지가 대응하며, 흩어진 신체가 하나로 모이는 과정이 미국의 연방 형성에서도 재현되었다고 읽는다.
숫자 72도 신화와 미국 건축을 잇는 단서로 삼는다. 혼에 따르면 미 의사당 돔 내부에는 오각별 72개가 있고,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뒤 72년을 기다려 오벨리스크인 워싱턴 기념비를 조지 워싱턴에게 봉헌했다. 세트의 공모자 수가 돔의 장식과 봉헌까지의 기간에 거듭 나타난다는 것이다.

혼이 신화와 미국의 건국·건축 사이에서 찾는 숫자의 대응은 다음과 같다.
| 숫자 | 혼이 전하는 오시리스 신화 | 혼이 대응시키는 미국의 사례 |
|---|---|---|
| 13 | 이시스가 회수해 결합한 신체 조각 | 연방을 이룬 식민지 |
| 72 | 세트가 모은 악령 공모자 | 의사당 돔 내부의 오각별 수와 독립선언서 서명 뒤 기념비 봉헌까지의 연수 |
숫자뿐 아니라 돔과 오벨리스크의 배치까지 근거로 삼아, 혼은 고대 이집트 종교가 미국의 토대 속에 짜여 있다고 단언한다. 두 전통의 연관성과 상징적 관계는 절대로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가 이를 실제 의례의 전승으로까지 보는 데에는 이시스가 찾지 못한 남근과 그 대체물이 중요하다.
혼의 설명에서 이시스는 오시리스의 발기된 시신에서 사라진 남근을 대신할 마법의 오벨리스크를 만든다. 죽은 남편이자 형제의 시신에 놓인 오벨리스크 위에 앉아 최초의 ‘오시리스 일으키기’ 의식을 행하고, 지하세계에서 그의 씨를 불러올린다. 씨는 마법으로 오벨리스크에서 뿜어져 나와 이시스의 자궁으로 들어간다. 잃어버린 남근을 대신하는 오벨리스크가 지하세계와 자궁 사이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이시스는 죽고 되살아나는 신을 끊임없이 거듭 낳으며 영원히 임신한 상태가 된다.
혼은 이 죽음과 재탄생이 고대 이집트 마술 전체의 우주관을 이루는 중심이라고 말한다. 그 전통은 신비를 전수하는 조직들을 거쳐 장미십자회와 프리메이슨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후대에 전해진 것은 고대 건축의 외형만이 아니라, 그 형태를 통해 행하던 재생 의례와 마술까지 포함한다는 확신이다.
파라오가 인간으로 들어가 신으로 나온다는 의식
파라오의 즉위 의례를 설명하는 대담에 앞서, 제작진은 현장 녹음에서 겪은 이상 현상이 고도의 음성 감시로 판명되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 무선 마이크 주파수에 접속해 도청했고, 그 과정에서 때때로 송신 간섭이 생겼다는 증언이다. 뒤이어 들려주는 현상도 그 결과라고 말한다.
혼은 파라오의 즉위를 권력 승계이자 인간이 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모든 파라오의 즉위를 오페트 축제와 연결하며, 의식이 나일강의 행렬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파라오를 거룻배에 태워 상류로 끌고 가는 동안 일반 신도들은 강 양편을 따라 걸으며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신화를 재연한다. 목적지는 혼이 사상 최대의 종교 건축 단지로 소개하는 카르나크의 아문라 신전이다.
파라오는 배에서 내려 ‘이시스의 배’에 해당하는 돔 형태의 신전으로 들어간다. 돔 안에 선 왕은 광장과 안뜰 너머로 곧게 솟은 오벨리스크를 바라본다. 혼은 하늘로 솟아오른 태양신 라를 자위하는 신으로 묘사하고, 태양의 열기가 오벨리스크를 비추어 성적으로 흥분시킨다고 말한다. 돔이 이시스의 배를, 오벨리스크가 오시리스의 생식기를 맡고 태양의 작용이 더해져 신화 속 생식과 탄생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파라오가 돔 안에 서 있는 동안 이집트 마술사들은 이시스의 배 안에서 ‘오시리스 일으키기’의 주문을 낭송한다. 혼에 따르면 주문이 작동하면 오시리스의 씨가 지하세계에서 오벨리스크의 고환을 통해 끌어올려지고, 영원히 임신한 이시스의 배 안으로 마법적으로 방출된다. 그 안에 있는 파라오도 완전히 변모한다. 인간으로 건물에 들어갔다가 신이 되어 나온다. 이집트 온 나라는 이제 신을 대표하는 존재를 얻었다며 경축한다. 혼은 건축물의 배치와 형태에 마술사들의 주문이 결합할 때 이 변모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는 이를 단순한 연극으로 여기지 않는다. 고대 마술사들이 실제로 초자연적 능력을 지녔다고 믿으며, 출애굽기의 모세와 이집트 마술사 이야기를 근거로 든다. 모세가 지팡이를 들고 파라오 앞에 서서 백성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을 때, 이집트 마술사들도 하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거의 모두 재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상당한 오컬트 능력이 있었다는 판단이다.
출애굽기 5:1 그후에 모세와 아론이 파라오에게 들어가 말하기를 “이스라엘의 주 하나님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나니 ‘내 백성을 가게 하여 그들로 광야에서 내게 명절을 지키게 하라.’ 하시나이다.” 하니
출애굽기 5:1은 모세와 아론이 파라오에게 백성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같은 짧은 요구가 출애굽기 8:1에도 나오므로 혼의 언급을 어느 한 절의 인용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마술사들이 기적을 ‘거의 모두’ 재현했다는 말은 위 구절의 내용이 아니라 그들의 능력에 대한 혼의 평가다.
혼이 고대의 능력과 오늘날 워싱턴을 잇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주문의 전승이다. 당시 의식에서 정확히 어떤 말을 사용했는지는 모른다고 인정하면서도, 신비 전수 조직들이 그 말들을 보존해 왔다는 데에는 확신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곳은 워싱턴 현장의 반대편에 있다는 스코틀랜드 의례 프리메이슨 33도 본부다. 그는 이곳을 ‘헤러돔’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불확실하다.
혼은 그 조직이 오시리스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중요한 말과 주문, 주술문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주문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의례의 핵심 문구가 그 안에 남아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파라오의 신격화 마술과 워싱턴의 의례가 이어져 있다고 본다.
대통령 취임식과 워싱턴의 신격화
톰 혼은 대통령 취임식의 배치에서 고대 이집트 신전에 서 있던 파라오의 자리를 찾는다. 그가 보는 의사당 돔은 이시스의 임신한 배이며, 광장 너머 워싱턴 기념비는 오시리스의 생식과 부활을 매개하는 오벨리스크다. 돔 안에 서서 멀리 기념비를 바라보는 대통령은 이시스의 신전에서 안뜰의 오벨리스크를 바라보던 파라오와 겹쳐진다. 건물의 형태에 더해 통치자가 서는 자리와 바라보는 방향까지 고대 의례를 따르도록 배치되었다는 주장이다.

혼은 미 의회도서관 웹사이트를 다시 언급하면서 이 건축물들이 고대의 모든 이교 신들을 위해 설계되고 봉헌되었다고 말한다. 프리메이슨도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대통령이 취임하는 순간 도시 반대편에서도 의식이 열린다고 혼은 주장한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스코틀랜드 의례 프리메이슨 33도 본부에서 ‘오시리스 일으키기’ 의식을 거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실을 아는 미국인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묻는다. 공개적인 권력 이양과 비공개 의례가 동시에 진행되고, 돔과 오벨리스크가 그 의례에 쓰인다는 말이다. 의식을 수행하는 이들은 장차 올 ‘그날’을 기다린다고도 하지만, 혼은 아직 그날에 일어날 일을 밝히지 않는다.
대담이 이루어지는 장소 역시 그에게는 단순히 기념비를 바라보는 자리가 아니다. 혼은 자신들이 예언된 사건을 실제로 일으킬 ‘발생 장치’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단언한다. 기념비와 의사당, 그 사이의 공간은 신화를 기억하거나 재연하기 위한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물에 담긴 믿음이 예고한 사건을 현실로 불러오는 도구라는 것이다.

의사당 돔 안쪽에는 ‘조지 워싱턴의 신격화’가 그려져 있다. 돔을 이시스의 임신한 배로 읽는 혼에게 그 안의 워싱턴은 의례가 이루려는 변화를 보여 준다. 신격화(apotheosis)는 말 그대로 신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혼이 묻는 것은 워싱턴을 얼마나 높이 기렸느냐가 아니라, 그를 어떤 신으로 바꾸어 놓았느냐다.
그 답을 뒷받침할 인물로 미국 역사와 깊이 연결된 유명 시인 월트 휘트먼을 든다. 혼의 전언에 따르면 휘트먼은 워싱턴을 오시리스가 되는 인물로 설명했다. 혼은 이시스의 돔 안에서 워싱턴이 오시리스로 신격화되는 모습을 인간으로 들어갔다가 신이 되어 나오는 파라오의 의례와 연결한다. 그리고 그 의례의 기대는 과거의 워싱턴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미래의 대통령에게 고대 신이 깃드는 날을 향한다.
미국 국장의 문구와 고대 신의 귀환
혼이 말하는 ‘그날’에는 오시리스의 영이 지하세계에서 돌아온다. 혼은 그리스인들이 아폴로라고 부르는 이 존재가 미래의 미국 대통령에게 육화하리라고 말한다. 그 대통령은 미국 국장에 담긴 예언에 따라 자신이 마땅히 차지할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사에서 이 기대를 이어받은 인물로는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와 부통령 헨리 월리스를 지목한다. 혼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이 문제에 관해 글을 썼고, 특히 월리스는 자신의 전기에 루스벨트를 설득한 일을 기록했다. 설득의 핵심은 미국 국장의 문구 ‘Novus Ordo Seclorum’이 프리메이슨의 예언이라는 데 있었다. 혼은 이를 미국이 미래 어느 날 신세계질서의 수도라는 본래의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월리스가 그 공을 자신에게 돌리려 했던 것 같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혼이 국장 문구를 풀어내는 근거는 성경이 아니라 시빌라 예언이다. 그가 전하는 예언에서 아폴로는 지하세계에서 올라와 한 사람 안에 자리 잡고 새로운 이교 황금시대를 탄생시킨다. 혼은 그 사람을 미래의 미국 대통령으로, 새 시대의 중심지를 신세계질서의 수도가 된 미국으로 본다. 취임 때마다 반복된다는 의식은 그 귀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행위다.
건국의 프리메이슨 인맥과 ‘의례적 체스판’
다른 발언자는 수도를 설계하고 나라를 세운 사람들의 프리메이슨 소속에 주목한다. 조지 워싱턴은 이름만 올려놓은 회원이 아니라 회원 자격을 온전히 유지한 인물이었으며, 독립선언서와 연합규약의 서명자들, 워싱턴 휘하의 장군들 가운데 상당수도 잘 알려진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고 소개한다.
이 인맥의 중요성은 회원 명단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프리메이슨의 전승과 역사가 건국 과정에 깊이 배어 있었고, 세대를 거듭하며 미국의 역사와 문화적 바탕에까지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워싱턴 D.C.는 그런 전승을 건축으로 구현한 장엄한 이교 도시다. 프리메이슨 설계자들은 예정된 소환 의식에 필요한 모든 말을 제자리에 놓은 ‘의례적 체스판’으로 도시를 되살리려 했다고 주장한다. 개별 건축물에 상징을 새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도시 전체가 의식에 맞게 배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지목하는 최종 목적은 오시리스, 아폴리온의 영을 깨워 마지막 세계 왕에게 깃들게 하는 데 있다. 대통령 취임 때마다 거행된다는 의식 역시 당장 취임하는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수행자들은 때가 차면 미국에 관한 예언이 실제로 이루어지리라고 굳게 믿으며, 아직 오지 않은 최종 통치자를 맞기 위해 같은 소환 의식을 거듭한다는 주장이다.
하우스 오브 더 템플과 오벨리스크의 수비학
워싱턴 D.C.를 거대한 의례 공간으로 보는 이 발언자는 그 중심에 하우스 오브 더 템플(House of the Temple)을 놓는다. 프리메이슨의 ‘지성소’이자 전 세계 스코틀랜드 의례 프리메이슨들의 ‘메카’라고 소개하는 이곳에서 아폴로·오시리스의 귀환을 준비하는 ‘오시리스 일으키기’ 의식을 거행한다는 것이다. 헤러돔(Heredom)이라는 이름으로도 소개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예배실 한가운데 있는 제단 위에는 세계 주요 종교의 경전들이 모두 놓인다. 함께 제시된 사진에는 다섯 권의 책이 보이며, 중앙의 성경과 오른쪽 위의 《바가바드 기타》를 식별할 수 있다. 사진만으로 촬영 장소나 성경 판본까지 특정되지는 않는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경전들 위를 덮고 있다는 구조물이다. 햇빛을 양식화한 상부 구조의 패널들이 ‘아폴로의 마방진’, 곧 ‘666 마방진’과 정확히 같은 배열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마방진은 수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한 사각형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배열은 가로나 세로 어느 한 줄의 수를 더해도 111이 되고, 모든 수의 합은 666이 된다. 고대에 이 마방진이 유명했던 이유도 두 합계에 있다고 한다.
그는 상부 구조 전체가 고대의 가장 유명한 결박 장치 가운데 하나인 마방진을 양식화했다고 풀이한다. 장치가 수행한다는 역할은 두 가지다. 아래에 놓인 경전들을 의례적으로 결박하는 한편, 지하세계에서 아폴로의 영을 불러올린다. 고대부터 소환에 사용된 이 마방진은 거대한 오벨리스크와 돔을 이용하는 마술에서도 핵심을 차지했다고 전한다. 따라서 제단의 경전들은 여러 종교를 나란히 전시하기 위해 놓인 책이 아니라, 의례 수행자들이 힘을 묶으려는 대상이 된다.
아폴로·오시리스가 마지막 때에 돌아와 신세계질서를 이끌리라는 믿음은 프리메이슨과 장미십자회의 종말론적 구상으로 소개된다. 하우스 오브 더 템플의 일으키기 의식은 그 귀환을 실현하려는 시도이며, 마방진 아래 경전들을 두는 것도 같은 목적을 갖는다고 한다. 돌아올 존재를 불러들이면서 그에 맞설 힘은 미리 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념비의 치수에 담겼다는 111, 666, 12
건축물의 배열과 치수에서 영적 목적을 찾는 데 쓰이는 것은 수비학이다. 고대와 현대의 오컬트 의례에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수비학에서는 수마다 서로 다른 마술적·영적 힘이 있다고 여긴다. 특정한 수를 의도적으로 조합하면 원하는 마술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건축물의 치수도 단순히 공간의 크기만 나타내지 않는다. 설계자가 어떤 수를 골라 반영했는지에 그곳에서 이루려는 의례의 목적이 담겨 있다고 본다.
발언자는 조지 워싱턴을 기리는 거대한 오벨리스크인 워싱턴 기념비에서도 같은 목적을 찾는다. 프리메이슨들이 영향력이 있다고 여긴 수를 기념비에 유지했다며, 기단 각 변의 길이 666인치와 지상 높이 555피트를 근거로 든다. 제단 위 패널에 담겼다는 수가 기념비의 치수에도 등장한다는 점에서, 오벨리스크 자체를 하나의 마방진으로 생각해 보라고 제안한다.
수와 영적 존재를 대응시키는 사례로는 히브리 카발라의 마술 체계를 소개한다. 여기서는 각 행성에 수를 연결하고, 그 수에 대응하는 지성적 존재 또는 영을 둔다고 한다. 태양의 지성적 존재인 나키엘(Nachiel)에는 111이, 태양의 영인 소라트(Sorath)에는 666이 대응한다. 111은 빛과 어둠 양쪽의 삼위일체를 나타내는 수로도 풀이된다. 워싱턴 기념비가 아폴로의 영을 불러올리도록 설계되었다는 그의 주장은 이처럼 수마다 특정한 영적 존재와 힘이 대응한다는 믿음에 기대고 있다.
| 수 | 발언자가 제시하는 대응 관계 | 건축물과의 연결 |
|---|---|---|
| 111 | 마방진 한 줄의 합, 나키엘, 빛과 어둠 양쪽의 삼위일체 | 기념비 지하 부분의 값으로 제시 |
| 666 | 마방진 전체의 합, 소라트 | 기단 각 변의 666인치와 지상·지하 높이의 합에 연결 |
| 12 | 완전한 정부 | 지하의 작은 오벨리스크 높이 12피트에 연결 |
기념비의 전체 높이를 계산할 때는 지표면 아래까지 포함한다. 지상의 555에 지하의 나머지 111을 더하면 666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계산을 통해 아폴로 소환에 쓰인다는 마방진의 수가 기념비에도 들어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프리메이슨이 오벨리스크 기단에 만든 마방진은 태양신 ‘아폴로 오시리스’의 결박 사각형과 정확히 같은 값을 갖는다고 단언한다. 비교 대상은 하우스 오브 더 템플에서 오시리스 의식을 거행하는 장소의 천장 구조물이다. 서로 떨어진 두 건축물에 같은 수가 담겼다는 점을 동일한 영적 목적의 흔적으로 읽는다.
지하 공간에는 작은 오벨리스크도 있다고 소개한다. 지상의 큰 구조물과 똑같이 생겼지만 높이는 12피트에 불과하며, 그 12에 완전한 정부를 뜻하는 수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지하에 있는 높이 12피트의 작은 오벨리스크로 소개되는 구조물. 큰 기념비와 같은 형태에 완전한 정부를 뜻하는 수가 더해졌다고 풀이한다.
12를 미래의 정부와 연결하는 근거는 ‘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Novus Ordo Seclorum)’을 예언으로 읽는 데 있다. 그는 그 예언이 성취되고 ‘죄의 사람’이 육체를 입은 아폴로가 될 때, 12가 상징하는 완전한 정부가 구현된다고 주장한다. 작은 오벨리스크는 큰 기념비의 축소판인 동시에, 앞으로 나타날 통치자와 그가 세울 정부를 예고하는 상징으로 읽힌다.
‘죄의 사람’은 배교와 멸망의 아들이 나타나는 일을 말하는 데살로니가후서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데살로니가후서 2:3 아무도 어떤 모양으로든지 너희를 미혹하지 못하게 하라. 이는 먼저 배교하는 일이 이르지 않고, 또 그 죄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이 나타나지 않고서는 그 날이 오지 아니함이라.
발언자는 이 구절의 ‘죄의 사람’을 육체를 입은 아폴로와 동일시하며 적그리스도의 출현을 설명한다. 아폴로라는 이름은 구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결합한 오컬트 상징에서 온다. 마방진의 합계와 오벨리스크의 치수, 12가 뜻한다는 완전한 정부도 모두 이 미래 통치자를 가리키는 표지로 받아들인다.
성경을 결박하려는 의례와 매이지 않는 말씀
하우스 오브 더 템플의 경전들이 666 마방진 아래 놓이듯, 워싱턴 기념비에도 성경을 결박하려는 배치가 있다고 같은 발언자는 주장한다. 댄 브라운이 ‘잃어버린 상징’이라고 불렀다고 전하는 성경이 마술적 결박 사각형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미래 통치자를 불러올리는 건축물 안에서 성경은 힘을 억눌러야 할 대상으로 취급된다고 본다.
그는 워싱턴 기념비를 오시리스의 오벨리스크로 보고, 성경이 놓인 자리를 그 ‘고환’ 안이라고 표현한다. 이 신체적 비유를 따르면 성경을 그곳에 두는 것은 기념이나 존중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하우스 오브 더 템플에서처럼 성경의 영향력을 억누르는 동안 오시리스의 씨가 물질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하려는 배치다. 사각형은 성경의 영향력은 묶고 오시리스의 출현은 허용하려는 장치라는 주장이다.
의례 수행자들에 대한 그의 종교적 평가는 단호하다. 이들을 마술로 악마적인 뜻을 이루려는 강력한 기만자들로 규정하며, 그들이 영원한 적으로 여기는 성경의 하나님을 공격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들에게는 오시리스의 영을 불러올려 적그리스도의 왕국을 세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 때에 하나님과 대등하게 맞서려면 살아 계신 하나님의 능력까지 결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경을 사각형 안에 두어 그 왕국에 맞설 힘을 미리 억제하려 한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마술로 하나님의 능력을 묶을 수는 없다고 그는 단언한다. 그 근거로 디모데후서의 말씀을 든다.
디모데후서 2:9 이 복음으로 인하여 내가 악을 행하는 자처럼 매여서까지 고난을 받고 있으나 하나님의 말씀은 매이지 아니하느니라.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악을 행하는 자처럼 매여 고난을 받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은 매이지 않는다. 성경이라는 책을 특정한 공간에 가둔다고 그 말씀까지 결박할 수는 없다는 반박이다. 마방진 안에 성경을 놓고 자신의 의지를 현실로 이루려 해도, 지극히 높으신 분의 능력을 조금도 억제할 수 없다는 확신이다.
의지를 현실로 만들려 했던 알레이스터 크롤리
알레이스터 크롤리는 마술과 수비학으로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데 생애를 바친 20세기의 대표적 인물로 소개된다. 그를 비판하는 기독교적 발언자들은 의례로 지극히 높으신 분의 능력을 조금도 제한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크롤리가 사람과 문화에 남긴 영향은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가장 어두운 고대 마술의 율법과 이른바 ‘입증된 오컬트 성공 이력’을 지닌 ‘루시퍼주의의 모세’라는 호칭에는 그에 대한 종교적 비판과 영향력에 대한 평가가 함께 담겨 있다.
크롤리의 흔적이 남았다고 지목되는 곳은 비밀결사만이 아니다. 그의 마술과 사상은 유명인과 정치인, 대통령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으며, 여러 문화운동을 낳고 대중음악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화에까지 스며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크롤리를 20세기와 21세기의 영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꼽는다. 오컬트 예언들이 이 시대의 끝까지 이어지는 동안 그의 어두운 그림자도 인류 위에 계속 드리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밀결사에서 얻은 지식, 영적 존재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경험, 새 시대를 알리겠다는 사명감이 방대한 저술로 남아 그 영향력을 이어 간다는 것이다.
소개된 생애에 따르면 크롤리는 1875년 영국에서 양조업으로 큰 부를 이룬 가문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최고 수준의 예비학교들을 거쳐 케임브리지의 킹스 칼리지에 입학했다고 전해진다. 이 학교는 영국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대학 가운데 하나로 소개된다. 대학 시절 크롤리가 몰두한 분야는 시와 등산, 오컬트였다. 그는 세 분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두루 탐구했다.
오컬트에 빠져든 크롤리의 관심을 끈 것은 장미십자회원들이 비밀결사에 활용한다는 ‘보이지 않는 대학’이었다. 그 실체를 알아내려다가 황금새벽회에 가입했다고 전해진다. 황금새벽회는 프리메이슨을 넘어선 다음 단계의 비밀결사로 소개되며, 가입자들은 이미 프리메이슨의 모든 등급을 거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황금새벽회의 지식을 모두 흡수한 뒤 크롤리는 자신의 종교인 텔레마(Thelema)를 세웠다. 그 토대에는 《법의 서》를 전달받았다는 경험이 있었다. 크롤리는 1904년 이집트에서 아이와스(Aiwass)라는 존재로부터 그 내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비밀결사에서 배운 지식에 더해 초인간적 존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는 경험을 종교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아이와스는 그가 만났다고 기록한 여러 영 가운데 하나였다. 크롤리는 생전에 다양한 영적 존재와 접촉했다는 글을 남겼고, 다른 존재를 ‘마술사’ 또는 ‘마법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헌에서 배운 내용뿐 아니라 직접 겪었다고 여긴 만남이 그에게 가르침의 권위를 부여했다.
크롤리는 자신을 단순한 오컬트 연구자가 아닌 새 아이온의 예언자로 여겼다. 아이온은 세상을 이해하는 기존 방식을 바꾸어 놓을 우주론적 시대를 뜻한다. 영적 존재에게 가르침을 받은 자신에게는 그 가르침으로 새로운 시대를 알릴 사명이 주어졌다고 믿었다. 소개된 생애는 이후 1925년 그가 독일 비밀결사인 동방성전기사단(Ordo Templi Orientis)의 수장이 되었다고 전한다.
의례와 영적 접촉의 기록, 종교적 가르침, 예언자로서의 자의식은 방대한 저술에 담겼다. 크롤리를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는 개인적 평가도 그 글의 규모와 영향력을 근거로 삼는다. 생전에는 사상을 전파하는 수단이었던 책들이 사후에는 그의 영향이 어디까지 뻗어 갔는지를 살피는 중심 자료가 되었다.
호루스의 새 시대와 죽음 뒤에도 퍼진 가르침
크롤리의 가르침을 압축한 격언은 영어로 11단어이자 11음절이라고 소개된다.
네가 원하는 것을 행하라. 그것이 율법의 전부가 되리라.
기독교적 발언자들은 이 격언이 개인의 행동 원칙을 넘어 문화운동의 구호가 되었다는 점을 비판한다. 1960년대 티머시 리어리 같은 인물들이 이를 받아들여 방종과 약물 사용을 장려했고, 그 영향이 미국 사회를 거쳐 세계로 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지를 앞세우는 가르침이 사회의 가치관까지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변화를 크롤리가 불러오려 했던 호루스의 새 시대와 연결한다. 크롤리에게 새 시대는 ‘아이의 탄생’이자 새로운 가치체계의 탄생이었다. 기독교적 가치체계를 대신할 비기독교적 가치체계가 등장하는 시대를 꿈꾼 것이다. 비판자들은 그가 예고한 시대와 실제로 널리 퍼진 구호를 함께 짚으며 20세기 인류 문명의 변화에서 크롤리의 흔적을 찾는다.
이들의 평가에 따르면 크롤리의 영향력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기는커녕 사후에 더 커졌다. 그의 글은 생전에 닿았던 범위보다 훨씬 넓게 퍼져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책이 저자의 사상을 보존하고 새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글 자체에 실린 영적 힘과 그 안의 의례가 독자에게 계속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크롤리가 무엇을 썼는가만큼 누구에게 마음을 열었는가도 중요하게 다룬다. 그리스도를 완강히 거부한 그의 태도를 유다에 비유하며, 하나님께 마음의 벽을 쌓는 일이 반대편에는 마음을 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이 전하는 신학에서 사탄은 하나님께 대적하는 타락한 케룹이고, 그에게 속한 영적 존재들도 하나님을 적대한다. 사람의 마음이 그 방향으로 기울고 분노 같은 감정을 품으면 영적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어둠의 존재를 추구할수록 악령은 그 사람을 더 어두운 수단으로 이끌어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를 넓힌다는 것이다. 크롤리가 영적 존재에게 가르침을 받고 이를 글로 남겼다는 경험도 이러한 영적 개입으로 받아들인다.
이때 악령의 목적을 사람 안에 들어가 점유하는 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사람을 점유하기보다 이용하기를 더 좋아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 사람에게 가르침을 기록하게 하고 그 글을 널리 퍼뜨리면, 그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와 그의 수명을 모두 넘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롤리의 책을 단순한 문화적 유산이 아니라 영적 가르침이 전달되는 통로로 보는 이유다. 그 근거로 디모데전서의 경고를 인용한다.
디모데전서 4:1 이제 성령께서 분명히 말씀하시나니, 마지막 때에 어떤 자들이 믿음에서 떠나 미혹하는 영들과 마귀들의 교리들을 따르리라.
이 말씀을 크롤리에게 적용하는 발언자는 그를 악령의 가르침을 받아 기록하는 ‘그릇’이나 ‘통로’에 비유한다. 두 표현은 구절의 직접적인 문구가 아니라 크롤리가 맡았다고 보는 역할을 나타낸다. 생전에 접촉했다고 여긴 존재들의 가르침을 책으로 남김으로써, 죽은 뒤에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그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말란트라 의례와 람의 접촉담
크롤리에게 귀속된 활동에는 영적 존재에게서 글의 영감을 받는 일뿐 아니라, 의례를 통해 그 존재들을 인간 세계로 불러들이려는 시도도 있다. 그의 활동을 비판하는 해설자는 성적 의례와 성마술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인신 제사와 피의 제사까지 행해졌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의례의 목적은 어떤 상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른 존재가 실제로 넘어올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데 있다.
대표적인 접촉담은 1918년 뉴욕에서 수행했다는 ‘아말란트라’ 의례에서 나온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의례를 통해 ‘이쪽으로 넘어왔다’는 람(Lam, LAM)이 있다. 크롤리는 당시 접촉한 존재를 그림으로 남겼다고 한다. 머리 윗부분이 크게 부풀고 아래로 갈수록 턱이 좁아지는 형상이다. 그림에는 ‘길’이라는 뜻의 표제와 람을 언급하는 설명문이 붙어 있다.

넓은 머리 윗부분과 좁은 턱이 오늘날 알려진 그레이 외계인의 모습과 비교된다.
접촉담에는 머리가 크고 커다란 눈 두 개를 가진 존재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포함된다. 이 형상이 훗날 1940년대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그레이 외계인과 분명히 닮았다고 평가한다. 크롤리의 그림을 오늘날의 외계인 이미지와 함께 보는 이유도 그 유사성에 있다.
의례의 수단에 대해서는 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한다. 그처럼 대규모인 의례를 피 없이 수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며, 크롤리의 친아들까지 그러한 의례 중 하나에서 죽었다고 단언한다.
참석자들의 경험은 전해 들은 이야기로 소개된다. 이들은 크롤리가 의례 중에 만들던 통로로 무언가가 넘어오는 것을 느꼈고, 눈으로도 보았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문을 여는 도중 ‘그것’이 너무나 커서 넘어오는 존재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접촉담이 전하려는 경험은 낯선 형상을 목격했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의례로 문이 열렸고, 그 문을 통해 무언가가 인간 세계에 들어왔다고 여겼다는 이야기다.
모습을 바꾸는 존재와 영적 입문
이 접촉담을 영적 기만으로 보는 기독교적 해설에서 악령은 사람을 지켜보고 살피는 포식자다. 언제나 정체를 위장한 채 나타나므로 눈앞의 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근거로 고린도후서 11:14를 인용한다.
고린도후서 11:14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니 이는 사탄도 자신을 빛의 천사로 가장하기 때문이라.
이 구절과 함께 소개하는 그리스어 표현은 ‘메타스케마티제타이’다. 사탄이 빛의 천사로 가장한다는 말씀을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능력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인다. 곧 본성은 그대로 둔 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바꾸는 능력이다. 인간을 넘어서는 힘으로 자신을 다르게 보이게 하지만, 그 목적은 처음부터 사람을 속이는 데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크롤리와 고위 영적 존재의 만남에서 주도권을 가진 쪽도 크롤리가 아니다. 크롤리가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냈다기보다, 그 존재들이 그를 받아들여 입문시켰다고 본다. 크롤리는 그 관계에서 영적 임재와 능력, 자신이 지식이라고 여길 만한 것을 얻었을 수 있다. 그러나 힘과 지식을 얻었다고 느끼는 동안에도 그것을 건네는 존재는 본성을 감추고 있다. 무엇을 받았는가에 매료되기 전에 누구에게 받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경고다.
람과 그레이 외계인의 닮은 모습에도 같은 판단을 적용한다. UFO 연구와 의례에서 거론되는 존재들, 영적 안내자, 승천한 대사들, 대백색형제단의 배후에 모두 같은 영적 존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름과 외형이 다른 것은 정체가 달라서가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받아들여지기 위해 시대와 상대에 맞춰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다. 람의 그림과 외계인 이미지의 비교는 그에게 서로 다른 접촉담 속 존재들이 같은 정체를 감추고 있다는 주장의 일부다.
그 기만의 원형으로 창세기 3장에서 이브에게 접근한 존재를 든다. 타락한 케룹이 빛나는 존재처럼 나타났으며, 말뿐 아니라 모습도 이브를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는 특정 절의 직접 인용이 아니라, 이브가 마주한 존재의 외양과 영향력을 현대의 접촉담에 비추어 이해한 것이다. 매혹적인 모습이나 전달받은 지식이 그것을 주는 존재의 본성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경고는 크롤리뿐 아니라 그의 가르침과 의례를 받아들인 사람들에게도 향한다.
크롤리의 제자들이 꿈꾼 바발론의 육화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L. 론 허버드와 잭 파슨스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 허버드는 유명 소설가이자 사이언톨로지 교회 창립자였고, 파슨스는 로켓 과학자이자 제트추진연구소 창립자로 소개된다. 두 사람의 오컬트 활동을 비판하는 해설자는 사이언톨로지를 사이비 종교로 규정하면서도, 파슨스만큼은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로켓 과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한다. 두 사람이 크롤리의 철학을 받아들인 제자이며 성마술 의례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철학의 중심에는 개인의 의지를 앞세우는 텔레마(Thelema)가 있다. 크롤리의 《법의 서》에 나오는 격언은 이를 짧게 압축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행하라. 그것이 율법의 전부가 될지니.”
이 격언을 자기애적 이념으로 비판한다. 개인의 신념에 머무는 말이 아니라 비전적 마술 단체의 조직과 의례를 지탱하는 원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지목하는 AA와 동방성전기사단(Ordo Templi Orientis)은 이 원리를 따르며 하나님의 도덕법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단체들이다.
같은 격언을 위키리크스 스캔들에서 거론된 포데스타 형제와 아브라모비치의 스피릿 쿠킹 의식에도 적용하며, 크롤리의 오컬트 전통이 현대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와스(Aiwass)를 육체 없는 악마적 지성체라고 부르고, ‘이 존재들’이 아이와스를 통해 전달된다고 말한다.
성마술에 대한 비판은 인간의 생식 능력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와 맞물린다. 인간이 지닌 능력 가운데 생명을 낳는 능력이 신적인 능력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사탄이 성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오컬트 의례에서 성적 도착과 성마술이 필수 요소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는다. 성행위의 도덕성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낳는 능력 자체가 영적 공격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
파슨스와 허버드의 ‘바빌론 워킹’은 생식과 영적 소환을 결합하려 한 의례로 소개된다. 텔레마 문헌의 바발론(Babalon)은 피라미드 도시로 통하는 관문이자 주홍빛 여인, 위대한 어머니다. 이 명칭들은 모두 마술사들에게 통로를 제공하는 존재를 가리킨다. 수행자들에게 바발론을 부르는 일은 상징을 기리는 행사가 아니었다. 영적 존재가 인간 세계로 들어올 문을 여는 작업이었다.
전해지는 경과에 따르면 파슨스는 이런 작업을 여러 차례 수행했으며, 허버드와 함께한 성마술은 1940년대 중반부터 1946년까지 계속되었다. ‘바빌론 워킹’이라는 의례명과 문헌 속 ‘바발론’은 표기가 다르지만, 의례는 그 여신을 소환해 육체를 얻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를 20세기에 행해진 가장 중요한 의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며, 온갖 일탈적인 성행위가 포함되었다고 전한다.
두 사람이 물질세계에 출현시키려 했던 대상은 자신들이 요한계시록의 ‘바빌론의 창녀’라고 여긴 존재였다. 그들은 그 존재가 실재한다고 믿었다. 요한계시록에는 많은 물 위에 앉은 큰 창녀와 그 이마에 적힌 이름이 나온다.
요한계시록 17:1 또 일곱 호리병을 가진 일곱 천사 가운데 하나가 와서 나와 대화하며 말하기를 “이리 오라, 많은 물 위에 앉은 그 큰 창녀의 심판을 네게 보여 주리라.
요한계시록 17:5 그녀의 이마에 한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데 “신비라, 큰 바빌론이라, 땅의 창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고 하였더라.
수행자들은 요한계시록에서 심판받는 창녀의 형상과 바빌론이라는 이름을, 인간의 몸을 얻어 지상에 나타날 여신에게 적용했다. 그러나 성마술로 여신을 소환할 수 있다는 믿음이나 그 의례의 방식은 성경 구절이 아니라 이들의 마술적 구상에서 나왔다.
육화를 이루려 했다는 방법의 핵심은 수태의 순간에 외부의 영적 존재를 개입시키는 것이었다. 해설자가 전하는 의례에서는 실제 성행위에 강력한 고위 악령의 임재를 끌어들여 영이 육체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 수태할 때 그 임재가 증대하도록 하려 했다. 어느 육체에 영이 들어가는지, 임재가 어떻게 증대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 바탕에는 수태하는 순간 인간의 영이 생겨나고 생명이 시작된다는 믿음이 있다. 생명이 시작되는 그 순간을 폭발에 비유한다. 수행자들은 바로 그때 다른 존재를 불러내어 주입하면 인간 생명의 시작과 외부 영의 진입이 함께 일어나 혼종 존재가 태어나리라고 기대했다는 것이다.
수행자들이 기대했다는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는 의례에 부여한 목적과 믿음이지, 실제로 일어났다고 확인된 과정은 아니다.
성마술 의례로 고위 영적 존재의 임재를 끌어들인다.
인간의 영과 생명이 생겨난다고 믿은 수태의 순간에 외부의 영을 개입시킨다.
인간 생명과 외부 영이 결합한 존재가 육체를 얻어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그 목표에 붙은 이름이 크롤리의 저술에 묘사된 마술적 존재, ‘문차일드’다. 파슨스와 허버드는 문차일드를 탄생시키려고 9도 성마술의 강력한 에너지를 이용했다고 소개된다. 그들이 열려 했던 문은 신적 여성성의 원형으로 여긴 바빌론 여신 자신이 태어나 지상으로 들어올 통로였다. 잠시 영적 존재를 만나거나 그 임재를 경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존재가 인간의 몸을 얻도록 하려는 시도였다.
미국에서의 소환과 1946년의 성공 선언
해설자에게는 소환이 미국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의례 자체만큼 중요하다. 오컬트 세계는 오랫동안 바빌론의 영을 되살리려 했다고 주장한다. 고대의 단일 세계체제를 부활시키려던 시도는 한때 실패했지만, 비전적 믿음 속에서는 그 체제가 이 시대의 끝에 다시 지배하리라는 기대가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을 세계의 초강대국이자 철학적 제국으로 만들 기틀과 이상도 이러한 오컬트 예언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언한다. 미국이 마지막 바빌론이 될 땅으로 예견되고 숭앙되었으며, 그 운명은 신비주의 전통뿐 아니라 성경에도 예언되어 있다고 믿는다. 성경의 특정 구절이 미국을 직접 명명한다는 뜻이 아니라, 바빌론에 관한 예언을 미국에 적용한 판단이다.
그에게 미국에서 행한 ‘바빌론 워킹’은 되살아날 바빌론의 땅에서 바빌론의 창녀를 불러내는 작업이다. 미국이 고대 세계체제의 귀환을 위해 준비된 나라라면, 그곳에서 여신의 육화를 시도한 일도 개인적인 마술 실험에 머물지 않는다. 파슨스와 허버드의 성마술에 세계체제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1946년에 절정에 이른 일련의 의례를 마친 뒤, 파슨스는 자신과 허버드가 바빌론의 창녀를 물질세계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믿었다. 그의 전기에 남아 있다고 소개되는 자축의 말은 바빌론이 “여자아이의 자궁 안에 구현되었다”는 내용이다. 이어 파슨스의 글로 소개되는 대목에서는 지쳤지만 기쁨에 넘친 그가 의례의 성공을 선언한다. 바빌론이 “어두운 무염시태”와 같은 방식으로 아홉 달 안에 지구 어딘가의 여인에게서 태어나리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여자아이의 자궁 안에 구현되었다는 말과 여인에게서 태어날 존재를 기다린다는 말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전해진 내용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전기와 글의 구체적인 서지나 대조할 원문도 없어, 두 표현을 하나의 일관된 수태·출생 과정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전해지는 것은 탄생을 확인한 기록이 아니라 의례를 완수했다는 파슨스 자신의 확신이다. 그의 글로 소개되는 선언에는 이미 이루어졌다고 믿은 육화와 앞으로 기다려야 할 출현이 함께 담겨 있다.
바빌론은 오늘날 지상에 육화해 있으며, 자신이 현현할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파슨스에게 육체를 얻는 일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같은 시점에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지상에 육화한 존재라도 자신을 드러낼 적절한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의례의 결과를 당시 눈앞에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 훗날 등장할 인물에게서 찾게 된다. 아홉 달 안에 태어나리라는 예상은 그 인물의 출생 시기를 좁히는 단서로 쓰인다.
1947년의 출생과 힐라리온이라는 이름
파슨스가 불러냈다고 믿은 존재를 현대 정치인에게서 찾으려는 시도는 “이 글들을 믿을 수 있다면”이라는 조건에서 시작한다. 해설자는 파슨스에게 귀속된 기록을 토대로 여자아이가 1947년경 태어났으리라고 추정하고, 같은 해에 태어난 영향력 있는 페미니스트 힐러리 로댐 클린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클린턴의 출생과 의례를 직접 연결하는 기록을 찾은 것이 아니라, 예상한 출생 연도에 들어맞는 인물을 찾은 것이다.
이름에 관한 단서는 파슨스의 《적그리스도의 서》에서 가져온다. 파슨스가 바빌론의 주홍색 여인을 다시 언급했다는 날짜는 1948년 10월 31일이다. 해설 당시의 표현으로는 “꼬박 69년 전”이며, 앞서 가정한 여자아이가 1947년에 태어났다면 대략 한 살이 되었을 무렵이다. 파슨스의 기록에 귀속된 이야기에 따르면, 그를 찾아온 바빌론의 영은 이번에는 자신을 힐라리온(Hilarion)이라고 밝혔다. 성장한 뒤 적그리스도의 일을 완수하는 데 헌신하는 국제적 공인이 될 것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힐라리온의 어원을 비전적인 이름 ‘힐러리’와 연결한다. 이름은 출생 연도와 함께 클린턴을 가리키는 단서가 된다. 1947년에 태어나 국제적인 영향력을 갖춘 페미니스트 가운데 이름이 힐러리이고, 미국의 지도자나 부통령이 되거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묻는다. 직접 권좌에 오르는 경우뿐 아니라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도 그가 세운 조건에 포함된다.
미국 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중시하는 이유는 건국 목적에 대한 믿음에 있다. 미국을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이자 건국 때부터 오시리스 아폴로의 즉위에 바쳐진 나라라고 단정한다. 나아가 성경 자체가 오시리스 아폴로를 적그리스도로 인정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정 성경 문장의 인용이 아니라 신화적 인물과 적그리스도를 동일시한 신학적 판단이다. 그 전제 아래에서는 미국의 지도자가 되거나 대통령 선거를 좌우하는 일이 파슨스가 예고했다는 국제적 공인의 역할과 맞아떨어진다.
그는 자신을 힐라리온이라고 부른 존재가 69년 전 파슨스에게 ‘죄의 사람’의 등장을 돕는 데 헌신한다고 밝혔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묻는다. ‘죄의 사람’과 관련해 인용하는 구절은 데살로니가후서 2장 3절이다.
데살로니가후서 2:3 아무도 어떤 모양으로든지 너희를 미혹하지 못하게 하라. 이는 먼저 배교하는 일이 이르지 않고, 또 그 죄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이 나타나지 않고서는 그 날이 오지 아니함이라.
이 구절은 배교와 ‘죄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의 출현을 말한다. 해설자가 힐라리온에게 부여하는 역할은 그 인물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적그리스도의 등장을 돕는 것이다. 파슨스의 기록 속 존재에게 그 역할을 부여한 뒤, 출생 연도와 이름, 국제적 위상과 미국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근거로 클린턴을 지목한다. 성경이 클린턴을 직접 가리킨다는 주장은 아니다. 성경 밖에서 모은 조건으로 후보를 좁힌 추론이다.
종교 활동 의혹에서 UFO 정보 공개까지
클린턴을 향한 의심에는 종교 활동에 관한 이야기들도 더해진다. 해설자는 빌 클린턴의 말과 여러 책을 근거로 들며, 힐러리 클린턴이 위카에 관여했고 로스앤젤레스의 이른바 위카 모임이나 교회에 다녔다고 주장한다.
백악관 크리스마스트리에 관한 이야기는 게리 올드리치의 말로 전해진다. 클린턴이 트리를 오컬트풍의 작은 조각상들로 장식하곤 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전하는 인물도 자신이 보기에는 꽤 기이한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장식물을 직접 보여 주지 않으므로, ‘오컬트풍’이라는 묘사와 기이하다는 평가는 이들의 증언과 판단에 속한다.
고인과의 소통을 둘러싼 이야기에는 엘리너 루스벨트가 등장한다. 클린턴이 죽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 관여했다는 발언에는 “엘리너 루스벨트가 했던 것과 매우 비슷하게”라는 표현이 붙는다. 이 말에서 루스벨트는 비슷한 행위를 했던 비교 대상이지만, 함께 제시된 기사에서는 클린턴이 접촉했다는 고인으로 등장한다.

CHARISMA NEWS의 기사 제목은 “힐러리 클린턴이 고인이 된 엘리너 루스벨트와 강신술처럼 접촉했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이다. 작성자는 제실린 저스티스이며, 게시 시각은 미국 동부 표준시로 2016년 3월 8일 오전 6시라고 표시되어 있다. 로이터 표기가 붙은 사진 설명에는 클린턴이 마음속으로 고인들과 대화하곤 했다고 전해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사 제목이 강신술을 연상시키는 것과 달리, 사진 설명은 ‘마음속 대화’라는 표현을 쓴다. 함께 실린 클린턴의 사진도 접촉이나 의례 장면은 아니므로, 기사에 제시된 내용을 실제 영적 접촉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루스벨트의 역할 역시 발언과 기사에서 다르게 전해진다. 최근 공개된 위키리크스 이메일을 읽으며 이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렸다고 회고한다. 그때 클린턴의 외계인 관련 정보 공개 발언도 함께 기억났다고 한다.
2016년 5월 10일자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UFO 애호가들에게 비밀 파일 공개의 희망을 주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사진 설명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대선 선두 주자였던 클린턴은 UFO와 외계 생명에 관한 정부 기록에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기사에 삽입된 영상의 제목은 「UFO: 정부는 무엇을 알고 있나?」이며, 3월 24일과 《지미 키멀 라이브!》라는 표기가 붙어 있다. 보도가 다룬 사안은 UFO 관련 정부 기록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였다. 해설자가 위키리크스 이메일을 읽다가 떠올렸다는 것도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외계인 관련 정보가 공개될 것이라고 암시했던 일이었다.
여기에 클린턴 주변 인물들의 믿음과 의례 활동에 관한 의혹을 덧붙인다. 아브라모비치와 포데스타 일가, 클린턴과 가까운 다른 사람들 및 관계자들이 UFO와 이른바 ‘인접한 외계인’을 분명히 믿었으며, 파슨스와 허버드가 따르던 크롤리의 오컬티즘까지 실천했다고 주장한다. ‘인접한 외계인’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그는 사이언톨로지도 같은 범주에 놓는다. 사이언톨로지가 제누라는 외계인에 기반을 둔다고 설명한 뒤, 파슨스와 허버드가 사이언톨로지 교회 등을 통해 추구한 존재들이 클린턴 주변 인물들이 믿는 존재들과 같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과 교회의 관계를 한데 묶은 표현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UFO에 대한 관심과 크롤리 계열의 오컬트 실천을 별개의 활동이 아니라 같은 존재를 믿고 추구하는 두 모습으로 보는 입장은 일관된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해설자는 당시 ‘지난 대통령 선거’라고 부른 선거를 앞두고 현대의 텔레마 추종자들이 클린턴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했을지 추론한다. 그들이 클린턴을 신적 여성성의 원형이자 바빌론의 창녀, 힐라리온의 육화로 믿었거나 적어도 그럴 가능성을 믿었다는 판단이다. 그가 이들에게 귀속하는 기대 속에서 클린턴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권좌에 올라, 적그리스도가 온 세계를 지배하려는 시도를 도울 인물이었다.
출생 연도와 이름, 정치적 위상, 주변 인물들의 믿음과 실천이 이처럼 맞아떨어지는 일을 우연으로 볼 가능성을 강하게 배제한다. 그 확신의 대상은 텔레마 추종자들이 클린턴에게 품었으리라는 믿음과 기대다.
컬럼비아의 여신 상징과 환경운동의 종교성을 둘러싼 비판
미국의 정부 건물과 성당의 첨탑, 뉴욕 앞바다의 자유의 여신상은 앞서 제기된 여신 숭배 의혹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 의혹을 제기하는 해설자는 자유의 여신, 아테나, 이시스, 가이아를 고대 오컬트 신앙이 이름과 형상을 바꾸어 살아남은 모습으로 본다. 서로 다른 전승에 속한 여신들을 하나의 신앙으로 묶으며, 미국에 이교적 장식이 일부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바빌론의 창녀와 바빌론 여신 숭배가 언제나 미국 체계의 중심에 있었다고 단언한다.
동상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수도의 이름이다. 워싱턴 D.C.의 D.C.는 ‘컬럼비아 특별구’를 뜻한다. 그의 설명에서 컬럼비아라는 명칭은 신세계의 자유의 여신에게서 왔으며, 함께 제시되는 문구도 ‘자유의 여신’이다. 수도 자체에 여신의 이름을 붙이는 일은 기념물 하나를 세우는 것과는 무게가 다르다. 국가의 중심지를 부를 때마다 그 이름을 되풀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컬럼비아를 자유를 의인화한 상징이 아니라 이시스의 환생으로 규정한다. 1776년의 초기부터 고대 지하세계 여신에게 필요한 모든 속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건축물과 동상, 수도의 이름에 남아 있다는 신앙이 시민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통로로는 환경교육을 지목한다. 비밀 집단이 여신 숭배를 사회에 전략적으로 심으려 한다면, 사람들이 그 신앙을 대규모로 받아들이고 따르도록 길들이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가 환경운동과 지구의 날을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지구의 날과 《환경 핸드북》
1970년 4월 22일 열린 첫 지구의 날은 미국 최초의 전국 환경 교육 토론회로 소개된다. 수천 개의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청년들이 환경 문제를 함께 배웠다. 이날을 미국이 이교적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기점으로 꼽는다. 관심을 두는 것은 참여 규모만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자연을 어떤 존재로 여기고, 어떤 이유로 보호해야 한다고 가르쳤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그 근거로 드는 책은 지구의 벗이 마련하고 개릿 드 벨이 편집했다고 소개되는 《환경 핸드북》이다. 책 첫머리의 에세이와 글들은 독자에게 「곰 스모키 경전」을 소개하며, 이 제목과 함께 ‘다섯 가지 관점’이라는 표제도 제시된다. 비판의 초점은 환경보호의 필요성 자체보다 자연을 보호할 이유와 실천 방법을 전하는 데 경전이라는 이름과 신비적 존재를 동원한다는 데 있다.
책의 내용을 풀어 전하는 발언에서 곰 스모키는 미국 청년들에게 찾아오는 신비적 존재다. 스모키가 자본가들의 엉덩이를 짓밟으러 온다는 거친 표현도 등장한다. 담배꽁초를 밟아 끄는 익숙한 모습에, 영어에서 엉덩이와 담배꽁초를 모두 가리킬 수 있는 표현을 겹쳐 반자본가적 의미를 읽어 낸 것이다. 이 대목은 문헌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인용이 아니라 내용을 전하면서 상징을 풀이한 말이다.
스모키가 짓밟는 대상에는 자본가뿐 아니라 예외성과 차이, 고유성과 분리를 인정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된다고 본다. 여기서는 스스로도 책에 정확히 그렇게 쓰여 있다는 뜻이 아니라 행간에서 그렇게 읽었다고 밝힌다. 서로 다른 존재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를 하나의 세계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태도를 경계하는 것이다.
기독교를 더 직접적으로 비판한 글로는 린 화이트 주니어의 「우리 생태 위기의 역사적 뿌리」를 든다. 《환경 핸드북》에 실린 이 글은 환경운동의 기조를 정립한 유명한 글로 소개된다. 그가 전하는 화이트의 진단은 세계의 생태 위기에 기독교의 책임이 있으며, 기독교적 세계관과 윤리관을 벗어나지 않는 한 위기가 계속 악화된다는 것이다. 해설자는 기독교를 생태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 진단에 반대한다.
생태 위기의 원인을 종교에서 찾은 화이트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할 새로운 종교를 대안으로 내놓았다고 전해진다. 함께 제시된 문구는 ‘또 다른 기독교적 관점’이다.
책 뒷부분에 실려 있다는 종교와 종교적 실천의 목록도 비판을 받는다. 해설자가 전하는 목록에는 불교와 샤머니즘을 비롯한 지구 친화적 종교들이 수용할 만한 대상으로 열거되지만 기독교는 완전히 빠져 있다. 그의 비판대로라면 기독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종교를 넘어 문제를 일으킨 원인으로 취급된다. 반대로 다른 종교적 실천에 마음을 열라는 권유는 지구를 중심에 놓고 지구에 대한 충성을 바탕으로 삼는 새로운 영성을 받아들이라는 요구가 된다.
따라서 《환경 핸드북》을 둘러싼 쟁점은 기독교를 대신할 믿음으로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있다. 생태 위기의 책임을 기독교에 돌리고 다른 종교의 실천을 권한다면, 환경교육은 자연보호와 함께 신앙의 변화도 이끌게 된다. 그 대안적 영성에 해설자가 붙이는 이름이 가이아와 어머니 지구다.
가이아와 모든 것을 품는 ‘위대한 어머니’
첫 지구의 날이 열린 1970년 4월 22일, 가이아와 어머니 지구, 곧 지구가 살아 있는 영적 존재라는 고대의 관념이 미국에 소개되었다고 주장한다. 첫 행사에 깃든 종교적 색채도 발언 당시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해마다 환경보호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보다, 그 행사를 통해 지구 중심의 영성이 지속적으로 전해진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가이아 숭배의 배경에는 더 오래된 ‘위대한 어머니’ 관념을 놓는다. 이슈타르, 이시스, 다이아나, 아테나는 여러 문화에 흩어진 어머니 여신의 요소를 보여 주는 사례로 열거된다. 각 여신의 전승과 차이보다 서로 다른 이름과 형상 아래 공통으로 남아 있다는 어머니 여신의 성격에 주목하는 것이다. 컬럼비아를 이시스의 환생으로 보았듯, 가이아 역시 별개의 여신이 아니라 같은 존재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형상으로 읽는다.
이 여신들의 공통된 성격으로 꼽는 것은 연속성과 하나 됨이다. 위대한 어머니, 위대한 여신, 가이아는 모두 자신 안으로 모든 것을 흡수하는 포괄적인 어머니로 그려진다. 서로 다른 종교의 형상까지 하나로 품는 모습은 스모키에게서 읽었던 예외성·고유성·분리의 거부와 맞닿는다. 그의 종교적 판단에서 환경교육을 통해 퍼지는 지구 중심 영성은, 차이를 넘어 모든 것을 하나로 받아들이는 여신 숭배의 일부다.
피의 제사로 영적 통로를 연다는 믿음
여신 숭배가 행사하는 힘을 논하면서 해설자는 인간의 생명을 바치는 의례로 시선을 옮긴다. 이교도와 마녀 집단, 비밀결사 안에 머물던 여신 숭배가 공립학교와 대학을 거쳐 주류 신념에까지 스며들었으며, 그 중심에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곧 콜럼비아 특별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묘사하는 워싱턴은 여신의 영이 끊임없이 들끓는 오컬트의 중심지다. 피를 흘려 생명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는 가장 높은 형태의 마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수천 년 동안 피의 제사가 중시된 까닭도 저편의 존재들과 신속하게 접촉하는 수단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레위기 17:11 이는 육체의 생명이 피에 있음이라. 내가 그것을 너희에게 주어, 제단 위에서 너희 혼들을 속죄케 하였나니, 이는 혼을 속죄케 하는 것이 피이기 때문이라.
영과 몸의 관계를 설명할 때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육체의 생명이 피에 있다는 레위기의 말씀이다. 여기에 인간의 영은 송과선 안에만 국한되지 않고 몸 전체에 거하며, 피를 통해 몸과 연결된다는 자신의 설명을 덧붙인다. 성경 구절이 말하는 피와 생명, 속죄에서 나아가 피를 두 세계 사이의 매개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물리학적 원리’라고까지 부른다.
그가 묘사하는 피의 제사에서는 신체의 화학적 반응과 극심한 공포가 함께 작용한다. 화학물질이 방출되어 몸의 모든 반응이 고조되면, 의례를 행하는 자들은 에너지를 더욱 높이려고 희생자에게 고통과 두려움, 공포를 겪게 한다. 그렇게 극대화된 상태가 영적 존재들이 들어올 문을 넓힌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적 존재들은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과 접촉해 그들을 붙잡고, 사람이 죽는 순간 저편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는 완전한 통로를 얻는다고 그는 단정한다.
2001년 9월 11일에 관한 배후설도 이 믿음에서 나온다. 해설자는 딥 스테이트의 세계주의 비밀 집단이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마술을 다시 불러내 거대한 피의 제사를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단언한다. 단순히 사건에서 오컬트 상징을 발견했다는 말이 아니다. 새 아이온, 곧 새로운 시대를 도래시키려고 여러 피의 마술 의례를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엮었다는 주장이다. 미국인 대부분은 아마 그런 목적을 전혀 짐작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항공편 번호와 건물의 형태, 사건 이후 세계에 일어난 변화를 의도적인 설계의 흔적으로 제시한다.
항공편의 숫자와 두 탑에 부여된 의미
이 배후설에서 항공편 번호 11, 93, 77, 175는 오컬트 전반, 특히 크롤리의 사상을 가리키도록 사건에 심어 놓은 표지로 읽힌다. 해설자가 각 번호에 부여하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 항공편 번호 | 부여하는 상징과 근거 |
|---|---|
| 11 | 오각별과 육각별을 결합한 수이며, 크롤리의 교리에서 마술과 새 아이온을 나타내는 수 |
| 93 | 아가페와 텔레마의 글자에 부여된 수치를 각각 합한 값 |
| 77 | 바빌론과 짐승의 결합을 나타내는 수이자 《리베르 오즈》의 번호 |
| 175 | 크롤리가 숭배하는 신에 관한 의례와 연결하는 번호. 의례명과 문헌 내용은 제시되지 않음 |
11은 숫자뿐 아니라 뜻을 형상으로 나타내는 표의문자이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각각 110층 높이로 나란히 서 있던 쌍둥이 빌딩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거대한 11을 그려 놓은 형상으로 읽힌다. 여기에 건물을 처음 들이받은 비행기가 11편이었다는 사실을 겹쳐, 건물의 모양과 항공편 번호가 같은 상징을 반복한다고 본다.
두 번째로 충돌한 175편에는 크롤리가 숭배하는 신에 관한 의례의 의미가 부여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의례의 명칭이나 관련 문헌의 내용은 풀어 놓지 않는다. 77을 바빌론과 짐승의 결합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77 더하기 77”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그러나 그 덧셈이 어떻게 결합을 나타내며 다시 77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설명되지 않은 채 남는다.
77과 크롤리를 잇는 구체적인 문헌은 《리베르 오즈》다. 제77서라는 소개와 함께 제시되는 ‘Liber LXXVII’라는 표기도 같은 번호를 가리킨다. 이 글이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는 교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다고 평가한다. 그의 풀이에서 사람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이 내용을 근거로 77을 자기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타인의 생명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사상의 표지로 삼는다.
77에서 93으로 넘어가는 발언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나, 93에 부여하는 뜻은 구체적이다. 크롤리의 종교인 텔레마에는 아가페와 텔레마라는 두 교리가 있고, 각 단어를 이루는 글자의 수치를 합하면 둘 다 93이 된다고 설명한다. 글자를 수로 바꾸어 합산하는 방식은 게마트리아로, 여기서는 카발라의 한 분야로 소개된다. 항공편 번호 93도 이 계산에 따라 크롤리의 종교를 가리키는 숫자로 읽힌다.
숫자뿐 아니라 사건이 낳은 변화도 마술의 흔적으로 거론된다. 해설자가 전하는 크롤리의 정의에서 마술은 자신의 의지에 맞게 세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다. 9·11이 세계를 크게 바꾸었다는 사실을 여기에 대입해, 사건의 결과가 크롤리식 마술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항공편 번호가 교리와 문헌을 가리킨다면, 이후의 세계적 변화는 그 의례가 이루려 했다는 목적에 대응하는 셈이다.
두 탑에는 11이라는 수 외에 대립물의 합일이라는 의미도 부여된다.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가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개념으로, 해설자가 오컬트의 중요한 교리로 꼽는 것이다. 그는 나란히 선 쌍둥이 빌딩을 예루살렘의 원래 성전에 있던 두 기둥, 보아스와 야킨에 연결한다. 각 기둥은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키는 오컬트적 의미를 지니며 헤라클레스의 기둥과도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다만 각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구체를 얹은 두 기둥과 해·달의 짝은 대립하는 두 요소를 함께 놓는 형상을 보여 준다.
이 도상에 보아스와 야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쌍둥이 빌딩과 역사적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두 기둥 사이에서 읽어 내는 형상은 하나의 문이다. 그에게 2001년 9월 11일의 건물 파괴는 이 문을 통해 새 세계, 곧 새 아이온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건이다.
그 목적은 위커맨 유형의 사건에 비유된다. 여기서 위커맨은 특정 영화나 개별 역사 사건을 가리키기보다 9·11 전체를 인신 제사로 읽기 위한 비교 대상이다. 그의 묘사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신 제물로 건물에 들어갔으며, 그들이 재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혼돈과 전쟁의 미래 세계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가 크롤리의 《법의 서》에서 말한 내용과 그대로 맞아떨어진다고 단정한다. 그가 말하는 새 시대는 큰 사건 이후 세상이 달라졌다는 비유가 아니라, 희생자들의 죽음을 통해 의도적으로 불러들였다는 다른 세계다.
부시의 자유 연설과 ‘오래된 희망’
9·11의 상처가 아직 생생하던 2005년, 조지 W. 부시는 연설에서 미국 건국 인사들이 선언한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언급했다. 자유를 향한 인류의 갈망과 이를 실현하려는 미국의 사명을 말하는 연설이었다. 그러나 9·11의 숫자와 건축물에서 새 시대를 여는 의례의 상징을 찾던 연구자들은 이 표현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부시는 자유가 인류의 영속적인 희망이라는 믿음에서 확신을 끌어냈다. 자유는 어둠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갈망이자 영혼의 염원이며, 미국 건국 인사들은 아직 이루어져야 할 그 ‘오래된 희망’을 품고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자유에 기초한 연방을 지키려고 잇따라 목숨을 바친 군인들, ‘지금 당장 자유를’이라는 기치 아래 분노하면서도 평화롭게 행진한 시민들 역시 같은 희망을 위해 행동한 사람들로 들었다. 정의가 역사 속에서 밀려왔다가 물러나기도 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역사에는 자유와 ‘자유의 창시자’가 정한 뚜렷한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 희망을 미국의 출발점에 새긴 상징으로는 자유의 종을 들었다. 독립선언서가 처음 공개적으로 낭독되고 이를 축하하는 종이 울렸을 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목격자는 그 종소리가 무언가를 뜻하는 듯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부시는 그 의미가 지금도 살아 있다며, 이제 막 시작된 세기에 미국이 온 세계와 그 안의 모든 주민에게 자유를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레위기 25:10 너희는 오십 번째 되는 해를 거룩하게 하여 그곳의 모든 거민들에게 모든 땅에 두루 자유를 공포할지니라. 그것은 너희에게 환희의 해가 되리니 너희 모든 사람은 자기 소유로 돌아가고, 너희 모든 사람은 자기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니라.
모든 땅의 거민에게 자유를 공포하라는 레위기 25:10의 표현에 비추어 보면, 부시의 선언은 성경의 언어를 미국의 세계적 역할에 적용한 말로 읽힌다. 레위기는 오십 번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 환희의 해로 삼고, 각 사람이 자기 소유와 가족에게 돌아가도록 명한다. 부시는 구절 전체를 그대로 낭독하지 않았다. 환희의 해에 이루어질 귀환 대신 미국을 자유를 선포하는 주체로 내세우고, 그 대상을 온 세계로 넓혔다.
연설의 마지막에도 자신감이 이어졌다. 미국은 힘을 새롭게 얻었고, 시련을 겪었지만 지치지 않았으며, 자유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들을 이룰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선언이었다. 건국 인사들의 희망과 군인들의 희생, 시민들의 행진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미국이 세계에서 수행할 사명의 바탕이 되었다.
반면 오컬트적 의미를 찾는 해설자는 부시가 건국 인사들의 행동을 아직 성취되어야 할 ‘오래된 희망’과 연결했다는 데 주목한다. 그가 말하는 오래된 희망은 자유를 향한 열망이 아니다. 미국 대륙이 되살아난 바빌론이 되어 오컬트적 깨달음의 운명을 실현하리라는 예언이다. ‘새로운 시대의 질서’ 역시 그 예언이 성취될 시대를 가리키는 말로 읽는다.
일부 연구자들은 9·11이 그 성취를 시작한 사건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들에게 9·11 의례는 실제로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시작했고, 부시는 연설을 통해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인물이다. 크롤리의 용어로는 새 아이온의 시작을 알렸다는 뜻이다. 자유의 역사와 미래를 말하는 공적 언어에 미국 대륙의 오컬트적 운명을 겹쳐 읽는 것은 이 연구자들이다.
포데스타 이메일과 스피릿 쿠킹 의혹
클린턴 선거운동본부 의장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 유출을 둘러싼 의혹에서는 스피릿 쿠킹이 정치권과 오컬트 활동을 잇는 고리로 지목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발언자는 이를 기이한 옛 관행을 따르는 사적 의례로 소개하면서 아동성애 의혹까지 거론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고위층 오컬트 추종자들이 크롤리식 마술과 불경한 행위로 사회에 흔적을 남긴다고 단언하며, 클린턴 선거운동을 이끈 포데스타의 지위에 주목한다. 다만 제시된 발언에는 포데스타 자신이 의례 참여나 관련 의혹을 인정하는 내용은 없다.
이 발언자는 현장을 포착한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면 자신들도 믿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피릿 쿠킹이 대중에게 알려진 직후 유명 인사들이 만찬에 참여한 사진들이 유출되었다며 그 자리를 ‘식인적’이라고까지 부른다. 그러나 근거로 거론한 이메일 원문과 만찬 사진은 제공된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가리키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스피릿 쿠킹과 정치권 사이에서 지목되는 또 다른 인물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다. 같은 발언자는 유명인과 정치인을 두루 만나 온 아브라모비치를 일종의 영적 지도자이자 마녀로 묘사한다. 사람의 영혼을 응시하면서 자신이 지닌 빛나는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런 인물로 여기는 만큼 아브라모비치와 힐러리 클린턴의 연관성도 놀랍지 않다고 평가한다. 일부 사람들이 클린턴을 실제로 마술과 강신술을 행하는 마녀라고 단정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힐라리온의 통로일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마술을 행한다는 비난과 달리 이 관계는 가능성으로 남겨 둔다.
뒤이어 포데스타와 관련한 영적 활동이 거론된다. 발언자는 존 포데스타의 이름을 꺼냈다가 ‘그의 형제’로 말을 이어 가며 상당히 기괴한 영적 활동에 참여했다고 말한다. 활동에 대한 평가는 단호하다. 매우 오컬트적이며 자신의 판단으로는 분명 악마적이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른바 행위예술가가 피와 정액, 모유 등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며, 발언 당시를 기준으로 지난 몇 년 사이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소개한다.
자택과 미술품에 관한 언급은 그보다 불확실하다. ‘그들 자신의 집에서도’라는 말이 나오지만, 누구의 집인지, 앞서 말한 활동이 그곳에서 벌어졌다는 뜻인지, 집 안의 미술품으로 화제를 옮기는 표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미술품은 보통 사람이 보기에 매우 불쾌한 취향의 작품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전해 들은 이야기로 소개하며, 작품명이나 소유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신체 물질을 사용했다는 활동과 자택의 미술품에 관한 전언이 특정인의 집에서 벌어진 하나의 의례를 묘사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난의 범위는 세계주의자들의 도덕성으로 넓어진다. 한 발언자는 앞서 묘사한 특징을 지닌 사람을 상당히 두렵고 악하다고 평가하고, 많은 세계주의자도 여기에 들어맞는 듯하다는 개인적 판단을 덧붙인다. 다만 어떤 특징을 기준으로 누구를 지목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는다.
손바닥의 14와 물고기를 오시리스 신화로 읽다
존 포데스타가 두 손바닥을 펼쳐 보이는 사진에는 한쪽 손바닥에 숫자 14가, 다른 쪽에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사진을 소개하는 해설자는 위키리크스 이메일에 이런 사진들이 있었다고 전하며 두 표식을 오시리스 신화로 풀어낸다. 세트가 오시리스의 몸을 열네 조각으로 나누었고, 물고기가 열네 번째 조각인 남성 성기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각각에 대응시킨다. 숫자와 그림을 별개의 낙서가 아니라 오시리스의 죽음과 신체 훼손을 함께 가리키는 상징으로 읽는 것이다.

손바닥의 숫자 14와 물고기는 각각 오시리스의 몸이 나뉜 조각 수와 열네 번째 조각을 먹었다는 신화에 대응하는 표식으로 해석된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두 표식이며, 이를 그린 의도와 이메일 유출을 통해 공개되었다는 경로는 사진을 소개하는 사람의 설명이다. 이 표식을 강령 의식과 성마술 참여의 증거로까지 받아들인다. 알레이스터 크롤리, 잭 파슨스, L. 론 허버드와 프리메이슨이 이런 상징을 성마술 의식에 사용한다고 단언하고, 힐러리 클린턴 측 참모들도 그러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한다. 앞선 인물과 단체의 활동은 확정적으로 말하지만, 클린턴 참모들의 참여에는 추정하는 어조를 남긴다.
이 의례들에 부여하는 목적은 단 하나, 오시리스, 곧 아폴로를 일으키거나 소환하는 것이다. 오시리스와 아폴로를 장차 적그리스도 안에 육화할 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손바닥의 숫자와 물고기도 그 존재를 불러내려는 의례의 흔적으로 보는 것이다. 성경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이 대목에서 특정 구절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소환을 준비하는 의례와 수도
포데스타의 손바닥 표식을 오시리스 소환과 연결한 해설자는 미국에서 행해졌다는 여러 의례에 같은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링컨부터 레이건까지 백악관에서 이어졌다고 전하는 강신술, 엘리트들의 광적인 의례, 대중에게 보급된 의례적 관행이 모두 마지막 소환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고대의 예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성취하고 있다는 확신 아래, 개별 인물의 활동과 미국 전체가 맡았다는 종말론적 역할을 연결한다.
그 준비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은 아직 미래에 있다. 앞으로 행해질 위대한 의식은 고위급 프리메이슨 의례의 정점이자, 모든 주요 종교와 신앙 체계에 전해지는 시대의 끝에 관한 예언을 하나로 엮어 완결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오시리스 일으키기’라고 부르는 이 의식의 목표는 적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세계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최대 규모로 루시퍼의 에너지를 사용해 오시리스를 일으키며, 그때 종말도 가까워진다는 전망이다.
그런 힘을 다루려면 수행자부터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프리메이슨이 ‘살아 있는 힘의 발전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울 때 자기 기술의 신비를 깨닫는다는 취지의 문장이 인용된다. 이어지는 말은 맨리 P. 홀의 말로 소개된다.
들끓는 루시퍼의 에너지가 그의 손안에 있으며, 그가 앞으로, 위로 나아가려면 에너지를 올바르게 사용할 능력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이 인용에서 수행자는 에너지를 손에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위로 나아가기에 앞서 그 힘을 올바르게 다룰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개인의 수련과 비밀결사의 의례를 실제 힘을 사용하기 위한 훈련으로 보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의례는 상징적인 장면을 재현하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훈련과 준비의 장소로 지목되는 워싱턴 D.C.는 정치적 수도인 동시에 거대한 프리메이슨 의례 공간으로 묘사된다. 도시를 건설한 목적 자체가 루시퍼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시스·오시리스의 별로 불리는 시리우스가 계절에 따라 도시를 비추고, 그 아래에는 악마적 힘이 깃든 건축물과 우상, 마술적인 도로 배치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천체의 빛과 지상의 구조물 모두가 통일된 세계 왕국을 다스릴 마지막 오시리스를 일으키는 의식에 함께 작용한다는 믿음이다. 도시의 건설 목적과 초자연적 효력에 관한 이 주장은 사진이나 홀의 인용문에 명시된 내용이 아니라, 수도의 상징들에 대한 그의 해석에서 나온다.
세계 통일이라는 정치적 목표도 현대에 처음 생겨난 열망으로 보지 않는다. 옛 왕국들이 추구했던 지배가 마지막 시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믿음은 솔로몬의 전도서에 기대고 있다.
전도서 1:9 이미 있었던 것이 앞으로 있을 것이며 이미 된 것이 앞으로도 될 것이니, 해 아래 새 것이 없도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면 마지막 세계 왕국도 과거와 단절된 체제가 아니다. 성경에는 그 왕국에 앞서 등장할 왕국들의 순서와 마지막 통치자의 출현까지 미리 기록되어 있다는 확신이 뒤따른다.
다니엘의 넷째 왕국과 요한계시록의 일곱 왕
약 2,600년 전 다니엘에게 주어진 예언에서 주목하는 대상은 넷째 왕국이다. 이를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딥 스테이트의 실체로 읽는다. ‘딥 스테이트’는 성경에 나오는 명칭이 아니라 마지막 통치 체제에 붙인 현대적 이름이다. 사람들이 은밀히 체제를 구축하더라도 그 출현과 성격까지 하나님께 숨길 수는 없으며, 하나님께서는 이미 예언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셨다고 본다.
발언에서 어느 한 절을 특정하지는 않지만, 넷째 왕국의 강력한 힘과 파괴성을 묘사하는 관련 본문은 다니엘 2:40과 7:23이다.
다니엘 2:40 넷째 왕국은 철같이 강한 왕국이 될 것이니, 철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내며 이기는 것이라. 철이 모든 것을 부수는 것같이 그 왕국이 산산조각을 내고 깨뜨릴 것이니이다.
다니엘 7:23 그러므로 그분께서 말씀하시기를 “넷째 짐승은 땅 위의 넷째 왕국이 되리니 그것은 모든 왕국들과 달라서 온 세상을 집어삼키고 밟아서 산산조각을 낼 것이라.
철처럼 모든 것을 부수고 온 세상을 집어삼키는 왕국을 마지막 체제로 받아들이면, 그 등장은 우연히 성사되는 정치적 연합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구축 과정과 출현을 미리 알리신 사건이 된다. 요한계시록 13장은 그 왕국이 현실에서 사용할 통치 수단을 설명하는 본문으로 읽힌다. 영적 기반 위에 정치·군사·경제를 장악할 힘이 결합하고, 기술도 지배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그 시대가 얼마나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만큼 가까이 와 있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인다. 요한계시록 13장의 그리스어 단어로 소개하는 아나바이노(anabaino)를 열 왕의 출현과 연결하며, 그들이 마치 아무 데도 없다가 불쑥 나타나듯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발언이 강조하는 것은 마지막 체제가 가까이 왔을 가능성과 그 지도자들의 돌연한 등장이다.
숨겨진 준비까지 하나님께서 아신다는 확신은 ‘지옥의 주방’이라는 비유로 표현한다. 하나님께서 그 주방을 찢어 열고 안에 놓인 설계도를 보신 뒤 말씀하시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성경의 직접 인용이 아니라,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계획도 예언에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믿음을 풀어낸 말이다.
역사 속 왕국들의 순서를 짚을 때는 다니엘의 네 왕국을 바빌론, 메대와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에 차례로 대응시킨다. 이 제국들이 예고된 순서 그대로 등장했다는 이해다. 요한이 파트모섬에 있을 때 세계를 지배하던 로마는 다니엘의 목록에서 네 번째 왕국이었다. 주님께서 요한에게 주신 계시는 다니엘의 예언이 끝맺은 자리에서 그 이후의 왕국들까지 펼쳐 보인다고 설명한다. 앞서 마지막 체제의 위력을 설명할 때 사용한 두 구절은 여기서 역사 속 넷째 왕국을 로마로 식별하는 근거로 다시 제시된다.
다니엘 2:40 넷째 왕국은 철같이 강한 왕국이 될 것이니, 철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내며 이기는 것이라. 철이 모든 것을 부수는 것같이 그 왕국이 산산조각을 내고 깨뜨릴 것이니이다.
다니엘 7:23 그러므로 그분께서 말씀하시기를 “넷째 짐승은 땅 위의 넷째 왕국이 되리니 그것은 모든 왕국들과 달라서 온 세상을 집어삼키고 밟아서 산산조각을 낼 것이라.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왕들을 각각 왕국에 대응시키면 로마의 순번은 달라진다.
요한계시록 17:10 일곱 왕이 있는데 다섯은 패망하였으나 하나는 남아 있고, 또 하나는 아직 오지 아니하였으나 그가 오면 잠시 동안 머물러야만 되리라.
다니엘의 목록보다 앞선 이집트와 앗시리아를 더하면 이집트, 앗시리아, 바빌론, 메대와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순서가 된다. 따라서 로마는 다니엘에게는 넷째 왕국이지만 요한계시록에서는 여섯째다. 요한이 계시를 받았을 때 앞선 다섯 왕국은 이미 패망했고 여섯째 로마가 권력을 잡고 있었으며, 아직 오지 않은 일곱째 왕은 마지막 왕국을 잠시 동안만 다스린다고 풀이한다.
| 왕국 | 다니엘의 네 왕국에 대한 해석 | 요한계시록의 일곱 왕에 대한 해석 |
|---|---|---|
| 이집트 | 목록에 포함하지 않음 | 첫째, 이미 패망한 왕국 |
| 앗시리아 | 목록에 포함하지 않음 | 둘째, 이미 패망한 왕국 |
| 바빌론 | 첫째 | 셋째, 이미 패망한 왕국 |
| 메대와 페르시아 | 둘째 | 넷째, 이미 패망한 왕국 |
| 그리스 | 셋째 | 다섯째, 이미 패망한 왕국 |
| 로마 | 넷째 | 여섯째, 요한 당시 남아 있는 왕국 |
| 마지막 왕국 | 넷째 왕국의 위력과 연결해 설명 | 일곱째, 아직 오지 않았으며 잠시 존속할 왕국 |
이 왕국들을 하나로 잇는 것은 패권의 승계만이 아니다. 로마를 정치와 종교의 초강대국이자, 하나님의 백성을 박해하고 우상숭배로 사회를 영적 음행에 빠뜨린 체제로 규정한다. 로마를 움직인 적그리스도의 영이 바로 바빌론의 영이라는 것이다. 고대 바빌론과 로마, 앞으로 나타날 마지막 체제는 이름과 시대가 달라도 같은 영적 지배를 이어 간다고 본다. 베드로가 바빌론 교회의 문안을 전하는 구절도 그 근거로 인용한다.
베드로전서 5:13 너희와 함께 택함을 받은 바빌론에 있는 교회와 내 아들 마르코도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
베드로가 실제로는 로마에 있으면서 그곳을 바빌론이라고 불렀다는 이해에 따르면, 바빌론이라는 이름은 사라진 고대 왕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로마는 옛 바빌론 체제를 재현하면서 마지막 체제의 모습도 미리 보여 준다. 왕국의 이름이 바뀌어도 바빌론의 큰 창녀의 영은 그 체제들을 통해 지배를 계속한다는 신학적 해석이다.
일곱째 왕의 죽음과 여덟째 왕의 귀환
아직 오지 않은 일곱째 왕은 처음부터 모두가 두려워할 폭군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해설자가 예상하는 인물은 세계화와 평화에 전례 없는 업적을 남길 세계적 정치 지도자다. 변화를 일으키고 정치와 종교의 분열이 세운 장벽을 허물기 위해 힘쓰며 세계의 기대를 모은다. 그런 인물이 암살당하기 때문에 온 세계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이 죽음과 뒤이은 귀환을 요한계시록 13장의 두 구절에 연결한다.
요한계시록 13:3 또 내가 보니, 그의 머리들 가운데 하나가 상처를 입어 죽게 된 것 같았으나, 그의 치명적인 상처가 나으니 온 세상이 기이히 여겨 그 짐승을 따르더라.
요한계시록 13:14 그가 짐승 앞에서 행할 권세를 받아 그 같은 기적들을 통하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미혹하며, 또 땅에 거하는 자들에게 말하기를 칼로 상처를 입었다가 살아난 그 짐승을 위하여 형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
치명적인 상처가 낫고 칼로 상처를 입었던 짐승이 살아난다는 말씀을 지도자가 칼에 죽은 뒤 돌아오는 사건으로 읽는다. 죽음의 방식은 암살로 구체화하고, 세계적인 애도는 생전의 업적과 연결한다. 세계화와 평화에 기여하고 정치·종교적 장벽을 허문다는 이력은 구절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그 지도자가 죽기 전에 어떤 인물로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예상이다.
귀환 역시 죽었던 사람이 본래의 자신으로 되살아나는 사건과는 다르다. 끝없이 깊은 구렁에서 올라온 존재가 죽은 왕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초자연적 부활이라고 설명하며, 요한계시록 17:8을 근거로 삼는다.
요한계시록 17:8 네가 본 그 짐승은 전에 있었다가 지금은 없고, 앞으로 끝없이 깊은 구렁으로부터 나와서 멸망으로 들어갈 자라. 또 땅 위에 사는 자들, 곧 세상의 기초가 놓인 이래로 생명의 책에 그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자들이 전에 있었다가 지금은 없고 그러나 있는 그 짐승을 보고 놀랄 것이라.
짐승이 전에 있었고 지금은 없으며 이후에 나타난다는 순서는 살아 있던 왕의 죽음과 부활에 대응된다. 그러나 돌아온 육체와 그 육체를 움직이는 존재는 같지 않다. 몸은 일곱째 왕의 것이지만, 그 몸을 점유해 움직이는 것은 구렁에서 올라온 존재라는 것이다.

구렁에서 올라온 존재가 죽은 왕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상상적 회화. 작품명과 형상들의 정체는 알려져 있지 않다.
요한계시록 17:11 전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그 짐승이 여덟 번째지만 일곱 중에 속한 자라. 그가 멸망으로 들어가리라.
이 시신 점유로 일곱째 왕이 여덟째이자 마지막 왕, 적그리스도가 된다고 본다. 기존 통치자의 육체로 돌아오기 때문에 일곱 중에 속하지만, 부활한 몸을 다른 존재가 차지하므로 여덟째가 된다는 풀이다.
의사당 돔 아래의 세 공간
죽은 통치자의 몸을 다른 존재가 점유해 마지막 왕으로 돌아온다는 예언 해석에서, 귀환의 장소로 지목되는 도시는 워싱턴 D.C.다. 해설자는 적그리스도의 왕국이 먼 미래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건설되고 되살아나는 중이며, 그 정책 대부분이 워싱턴에서 입법되고 구체화된다고 단언한다. 발언 당시 미국 정치에 예언을 대입하면서, 법률을 만드는 의사당 안에는 그 통치자를 다시 일으킬 무덤까지 준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 장소가 미 의사당 돔 아래라는 것이다.
돔 아래에는 위에서부터 로툰다, 크립트, ‘워싱턴의 무덤’이 놓여 있다고 소개된다. 로툰다 바로 밑의 크립트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도리스식 기둥 40개가 서 있는 커다란 원형 공간이며, 무덤은 그보다 더 아래에 있다. 크립트와 무덤은 같은 장소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하나는 기둥이 둘러선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아래의 안치 장소다. 이 세 층을 죽음에서 신격화에 이르는 단계로 읽으면서 의사당의 부활 의례설이 시작된다.

로툰다 아래 크립트의 기둥 40개와 그 아래 무덤은 각각 부활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그 중심인물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자 마스터 프리메이슨으로 소개되는 워싱턴을 오시리스 신화에 겹쳐 놓으면 수도의 기념물에도 별도의 이름과 역할이 생긴다. 의사당 돔은 ‘이시스의 자궁’,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워싱턴 기념비는 ‘오시리스의 오벨리스크’가 된다. 해설자는 ‘워싱턴 기념비’가 프리메이슨이 ‘속인’이라 부르는 미입문자들에게 알려진 이름일 뿐이며, 그 뒤에는 대통령을 신으로 바꾸는 종교적 전통이 감추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 전통의 사례로 1799년 워싱턴의 장례식을 든다. 장례에 참석한 프리메이슨들이 던진 아카시아나 상록수 가지는 오시리스의 부활을 상징하는 동시에, 오시리스가 다스리는 영역에서 곧 이루어질 워싱턴의 부활을 뜻했다고 풀이한다. 죽은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도 이 의례 안에서 짝을 이룬다. 워싱턴이 지하세계에서 오시리스의 역할을 맡는 동안 수도의 새 대통령 안에서는 신적 존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존재를 가리킬 때 오시리스와 호루스가 함께 언급되지만, 두 이름 사이의 관계까지 구체적으로 풀어 주지는 않는다.
건축물의 비교 대상으로는 기자의 대피라미드와 솔로몬 성전이 등장한다. 프리메이슨에게 귀속되는 설명에서 대피라미드의 주요 방 세 개는 파라오가 오시리스로 이행하도록 돕는 구조다. 솔로몬 성전 역시 세 구역으로 나뉜 성막으로 소개되며, 바닥층, 중간 방, 지성소가 차례로 열거된다. 성경 본문에서 성전의 구조를 설명하는 대목을 인용하는 대신, 서로 다른 건축물에 동일한 신격화의 단계를 대응시키는 상징적 분류를 사용한다.
의사당에서는 워싱턴의 무덤, 크립트, 로툰다가 그 세 단계를 맡는다. 가장 아래의 무덤에서 출발해 크립트를 지나 돔을 얹은 로툰다에 이르는 수직 배치가 죽음과 이행, 신격화의 순서를 본떴다는 주장이다. 장례에서 가지를 던지는 행위로 표현했던 부활을, 건물 안에서는 차례로 거쳐 올라가는 공간으로 구현했다고 보는 것이다.
|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공간 | 소개된 위치와 구조 | 부여된 의례적 의미 |
|---|---|---|
| 워싱턴의 무덤 | 크립트 아래의 안치 장소 | 죽음과 부활의 출발점 |
| 크립트 | 도리스식 기둥 40개가 있는 원형 공간 | 죽음에서 신격화로 넘어가는 이행 |
| 로툰다 | 크립트 위, 돔을 얹은 공간 | 신격화에 이르는 단계 |

무덤에서 크립트를 거쳐 로툰다로 올라가는 배치는 죽음과 이행, 신격화의 순서로 해석된다.
크립트의 원래 기능도 이 과정의 일부로 설명된다. 아래쪽 ‘워싱턴의 무덤’이라 불리는 관으로 통하는 비밀 입구를 제공하려고 크립트를 지었다고 말한다. 관에는 ‘석관’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재질이나 구체적인 구조는 설명하지 않는다. 크립트는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를 제공하고, 무덤은 그 끝의 안치 장소가 된다. 내부 모습과 단면도에서 볼 수 있는 기둥 구조와 층별 배치에, 별도 무덤과 비밀 입구의 기능, 의례적 설계 목적에 관한 주장을 더해 의사당 전체를 부활 의식의 공간으로 읽는다.
기둥 40개와 조각상 13개에 부여된 의미
크립트의 기둥을 부활과 연결하는 열쇠는 수비학, 곧 수에 영적 의미와 힘을 부여하는 믿음이다. 해설자는 신비주의 랍비들과 프리메이슨들이 토라와 탈무드, 비밀 가르침을 전수하는 조직들의 전통에서 40을 전환과 변화, 갱신과 새로운 시작의 수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특히 랍비들에게 귀속하는 가르침에서 40은 이미 일어난 변화를 표시하는 숫자만이 아니다. 그 수 자체에 세상을 새로운 영적 상태로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노아의 홍수는 옛 세계가 끝나고 새 세계가 시작되는 사례로 제시된다.
창세기 7:12 비가 땅에 사십 일 낮과 사십 일 밤을 내렸더라.
홍수를 ‘40일간 지속된’ 사건으로 표현하며, 이전 세계가 사라지고 다음 시대가 시작되는 의미를 그 기간에 부여한다. 인용 구절의 사십 일 낮과 사십 일 밤은 비가 내린 기간이다. 수비학적으로 읽을 때 이 40은 옛 질서와 새로운 세계를 가르는 문턱이 된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보낸 40일에는 새로운 삶을 다스릴 계명을 받는 의미가 더해진다.
출애굽기 24:18 모세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서 산에 올랐으며 모세가 산에서 사십 일 낮과 사십 일 밤을 지내더라.
출애굽기 34:28 모세가 주와 함께 사십 일 낮과 사십 일 밤을 그곳에 있었으나, 빵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았더라. 주께서 언약의 말씀들, 곧 십계명을 그 판들 위에다 기록하셨더라.
모세는 산에서 머문 뒤 돌판을 가지고 내려왔다. 산 위의 시간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이후의 삶을 다스릴 질서를 받는 기간이었다. 노아의 홍수가 옛 세계의 끝을 보여 준다면, 모세의 돌판은 새 질서를 세울 규칙을 보여 준다. 두 사건을 함께 읽으며 40을 단순히 경과한 시간이 아니라 세계와 인간의 상태가 바뀌는 기간으로 받아들인다.
고대 종교의 죽음과 부활 의례에서도 같은 수를 사용했다는 근거로 매키의 프리메이슨 백과사전이 인용된다. 권위 있는 문헌으로 소개되는 이 책에 따르면, 아시리아와 페니키아, 이집트에서는 태양신의 죽음과 매장을 기념하며 40일 동안 애도했고 오시리스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제도 40일 동안 열었다. 성경의 시대 전환과 고대 신의 애도·부활 의례를 나란히 놓으면, 크립트의 기둥 40개에도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기둥들은 죽음에서 새 생명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건축에 새긴 것으로 읽힌다.
워싱턴의 무덤 옆에는 국립 조각상 홀 컬렉션에 속한 조각상 13개를 보관하는 공간이 있다고 소개된다. 이 개수 역시 우연일 가능성을 부정한다. 프리메이슨에게 13은 신성한 수이자 오시리스와 그의 미래 부활을 나타내는 수라는 이유에서다. 기둥의 수 40에는 죽음과 갱신의 기간을, 조각상의 수 13에는 되살아날 존재를 대응시키며, 지하 공간 전체가 오시리스의 귀환을 위해 마련되었다고 주장한다.
공개 안치 공간과 비어 있는 무덤
오시리스의 부활을 적그리스도의 귀환으로 읽는 성경적 근거로는 요한계시록의 짐승이 제시된다.
요한계시록 13:3 또 내가 보니, 그의 머리들 가운데 하나가 상처를 입어 죽게 된 것 같았으나, 그의 치명적인 상처가 나으니 온 세상이 기이히 여겨 그 짐승을 따르더라.
해설자는 치명적인 상처가 낫는 장면을 적그리스도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는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온 세상을 놀라게 할 그 부활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조롱하듯 모방하는 사건이며, 의사당에 새겨졌다는 오시리스의 상징들은 이를 위해 마련된 준비물이라고 주장한다.
적그리스도의 시신을 안치하고 조문객에게 공개하기에 지상에서 가장 적합한 장소로 제안하는 곳은 돔 바닥 아래의 워싱턴 무덤이다. 처음에는 이를 자신의 판단으로 내놓는다. 요한계시록이 특정 무덤을 지목해서가 아니라, 의사당의 공간과 수에 부여한 의미가 그곳을 가리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위의 로툰다가 실제로 국가적 추모 공간으로 쓰인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로툰다에는 세상을 떠난 대통령과 저명한 군 지휘관, 유명한 민간인의 시신이 공개 안치되어 왔다. 민간인의 사례로는 발언 당시 최근에 안치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언급된다. 이미 그런 역할을 맡아 온 장소라면 미래의 미국 대통령이나 세계 지도자의 시신도 그곳에 놓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신 위로 펼쳐지는 장식에도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다. 로툰다 위의 오각별 72개는 마술적 상징으로, 돔의 천장화 ‘조지 워싱턴의 신격화’는 미국 최초의 오시리스가 된 워싱턴의 모습으로 읽힌다. 그 아래에 시신을 놓는 행위에는 ‘오시리스의 왕국으로 옮겨짐’이라는 뜻이 겹쳐진다. 다만 옮겨지는 존재가 공개 안치된 이들인지, 그림 속에서 신격화된 워싱턴인지는 발언만으로 분명하지 않다.
여러 사람의 시신이 놓였던 로툰다와 달리, 해설자는 그 아래 크립트에는 지금까지 아무도 안치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앞서 구별했던 워싱턴의 무덤이 아니라 크립트를 빈 공간으로 지목한다. 그곳이 ‘미국의 오시리스’를 위해 준비되었다는 말은 권위 있는 프리메이슨들에게 돌리지만, 인물이나 문헌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공개 안치의 관행과 비어 있는 지하 공간을 근거로 삼으면서, 개인적인 장소 제안은 단정적인 미래 예측으로 바뀐다. 미국 대통령이나 저명한 세계 지도자의 시신을 공개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곳은 없으며, 그 공간은 요한계시록의 짐승을 일으킬 마술 의식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채 기다려 왔다고 주장한다. 예측하는 의례의 순서도 구체적이다.
적그리스도가 죽으면 프리메이슨들이 설계한 마술적 석관에 시신을 안치한다.
스코틀랜드 의례 33도 회원들이 찾아와 부활 의식을 수행한다.
‘프리메이슨 연금술’과 ‘대통령의 신격화’라고 부르는 의례를 통해 미국 지도자가 ‘미국의 파라오’가 된다.
워싱턴의 무덤이 건설된 이래 계속 비어 있었다는 설명에는 원래의 안치 계획이 무산된 뒤에도 왜 다른 용도로 바꾸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워싱턴은 그 시설의 사용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소개하는 공식 설명은 법적인 문제 때문에 정부가 워싱턴의 시신을 그곳에 안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빈 무덤에서 찾으려는 답은 법적 장애보다 종교적 상징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이 승천 전에 비워졌던 것에 빗대어, 워싱턴 역시 애초부터 그 무덤에 묻힐 인물이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워싱턴에게 맡겨진 역할은 메시아 자신이 아니라 장차 올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는 선구자였다는 것이다. 침례인 요한도 그 역할을 설명하는 비유로 등장한다. 예수의 빈 무덤과 침례인 요한의 역할을 워싱턴의 생애와 무덤에 적용한다.
이 비유에서 워싱턴이 사후에 간 곳은 오시리스의 거처다. 높은 돔 안에 그려진 ‘조지 워싱턴의 신격화’는 그 이동을 묘사하며, 돔을 ‘이시스의 자궁’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아래의 빈 무덤은 앞으로 올 통치자를 위해 남겨 둔 자리이고, 위의 천장화는 그 길을 준비한 워싱턴이 먼저 들어간 세계다. 아직 오지 않은 통치자와 이미 떠난 선구자에게 한 건물의 아래와 위를 각각 배정하는 셈이다.
천장화에서 워싱턴을 맞이하는 신들
신격화는 인간을 신으로 만들거나 영광스럽게 한다는 뜻이다. 해설자는 ‘조지 워싱턴의 신격화’에서 워싱턴이 높이 올라가는 모습보다 그를 맞이하는 존재들에 주목한다. 워싱턴을 둘러싼 고대의 남신과 여신들을 악마적인 존재로 규정하며, 그가 들어가는 곳은 기독교의 천상이 아니라 옛 신들의 천상이라고 단언한다.
그 근거로 드는 것이 기독교 상징의 부재다. 의사당 돔 안쪽에는 예수도 미카엘도 성경 구절도 없으며, 기독교 상징이 하나도 묘사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반대로 워싱턴을 맞이하는 신들의 정체를 살펴보면 미국을 세우고 확장한 이들이 어떤 종교와 믿음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칸은 그 신들과 프리메이슨, 루시퍼를 잇는 존재로 등장한다. 맨리 P. 홀의 견해로 전하는 내용에 따르면, 불칸은 프리메이슨들의 손에 루시퍼의 끓어오르는 힘을 채우는 신이다. 홀의 특정 문헌을 그대로 인용하지는 않지만, 불칸에게 부여된 역할을 통해 천장화 속 신들과 프리메이슨이 얻는다는 영적 힘을 연결한다.
미국의 저명한 건국 인사들과 선구자들이 그 신들을 숭배했으며, 그들이 믿었던 천상도 바로 이 신들의 세계였다고 주장한다. 서쪽 대륙이 장차 세계의 철학적 제국이 되리라고 예언한 고대인들의 신앙이 이들을 통해 미국 건국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워싱턴을 둘러싼 신들은 고대의 신앙을 드러내는 동시에 미국에 예정되었다는 미래를 가리킨다.

워싱턴을 맞이하는 신들과 천장화 둘레의 별 장식은 신격화와 고대 신들의 통치를 읽어 내는 대상이다.
그림 둘레의 72개의 별도 그 신들이 지녔다는 통치권의 표지로 풀이된다. 돔을 ‘이시스의 자궁’으로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별의 수에도 신화적 의미를 부여한다. 장식의 정확한 개수와 개별 신의 정체, 이를 건국 인사들의 신앙에 연결하는 설명은 모두 이러한 천장화 해석의 일부다.
바벨 이후의 통치자들과 세 묶음의 72
별을 천사와 연결하는 종교적 전통에 프리메이슨 영지주의의 수 해석을 겹치면, 천장화의 72는 ‘코스모크라토르’라고 불리는 타락한 천사들의 수가 된다. 해설자는 성경을 비롯한 성스러운 문헌의 별 상징을 이런 방식으로 읽으며, 이집트 신화에서 오시리스의 삶을 지배했던 72명의 공모자도 같은 존재들을 반영한다고 풀이한다.
그들이 지금도 지상의 일을 관장한다는 견해는 ‘신적 회의’를 연구하는 일부 전문가들에게서 가져온다. 이 연구자들은 바벨탑 사건을 세계의 통치권이 옮겨 간 계기로 이해한다. 이스라엘의 주권자이신 하나님께서 세상과 그 주민들을 자신의 몫에서 제외하고 72천사의 권한 아래 두셨으나, 그 천사들이 나중에 부패하여 하나님께 불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벨 이후 인간은 그들을 신으로 숭배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이끈 존재는 ‘오시리스 아폴로’로 지칭된다.
‘약한 자와 궁핍한 자를 구하라’라는 문구가 함께 제시된다. 고대인들이 숭배한 신들을 타락한 천사로 보는 이 믿음에서, 의사당의 별은 그들의 권세가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는 표지가 된다.
수도 건축과 미국 국장에서 찾는 세 묶음의 72는 서로 다른 대상을 하나의 고대 전통에 묶는다. 장식과 돌의 개수뿐 아니라 사건 사이에 흐른 연수까지 같은 수로 모아, 동일한 존재와 권세에 대응시킨다.
| 대상 | 72로 제시되는 수치 |
|---|---|
| ‘조지 워싱턴의 신격화’ | 천장화를 둘러싼 오각별 72개 |
| 워싱턴 기념비 | 독립선언서 서명에서 오벨리스크 봉헌까지 72년 |
| 미국 국장의 꼭대기 없는 피라미드 | 피라미드를 이루는 돌 72개 |

의사당 돔과 워싱턴 기념비는 각각 이시스의 자궁과 오시리스의 오벨리스크로 읽힌다.
돔과 오벨리스크가 나란히 놓인 수도의 공간에, 반복되는 수와 고대 신의 이름이 더해진다. 건축물의 배치와 장식은 눈에 보이는 대상이지만, 그 개수와 봉헌까지의 연수가 신들의 권세를 나타내고 의례적 효력을 낸다는 판단은 수비학에 바탕을 둔다.
미국 국장에서는 피라미드 꼭대기와 떨어져 있는 삼각형 속의 눈이 중심을 차지한다. 이를 호루스·오시리스·아폴로의 눈으로, 아래의 돌 72개를 그들과 관련된 권세로 읽는다. 그렇게 읽은 국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문장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예고하는 신탁이 된다. 돔과 오벨리스크에 부여했던 고대 신들의 의미가 국가의 문장에도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1달러 지폐에 실린 국장의 피라미드와 눈, 그 아래의 표어.
1달러 지폐에는 피라미드와 눈 외에도 ‘그는 우리의 일을 도우셨다’로 풀이되는 문구, ‘우리는 하나님을 신뢰한다’, 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이라는 표어가 함께 놓여 있다. 마지막 표어의 뜻으로 제시되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질서’다. 여기에 ‘새로운 이교 황금시대’라는 종교적 의미를 더한다. 눈과 피라미드의 수비학을 이 새로운 질서와 연결한다.
그 질서가 가리키는 미래는 사탄의 마지막 지상 제국이라고 단언한다. 오시리스의 오벨리스크, 이시스의 돔, 신탁을 담은 국장은 사탄과 그 천사들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드러내고, ‘새로운 시대의 질서’는 다가올 이교 황금시대를 예고한다는 주장이다. 오시리스 숭배의 귀환을 필연적인 미래로 받아들이는 이 믿음에서, 세 묶음의 72는 귀환을 알리는 표지일 뿐 아니라 실제로 그 귀환을 준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신적 이름과 오각별로 힘을 결박한다는 믿음
해설자가 프리메이슨과 다른 오컬트 신봉자들에게 귀속하는 비전적 믿음에는 하나의 선행 조건이 있다. 오시리스 숭배를 지상에 다시 자리 잡게 하려면 먼저 민족들을 지배하는 72악령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장과 워싱턴 오벨리스크, ‘조지 워싱턴의 신격화’를 둘러싼 오각별 고리는 그 존재들을 마술적으로 결박하고 원하는 효과를 강제하는 장치로 설명된다. 고대 신을 기념하거나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징물을 이용해 초자연적 존재에게 실제로 작용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문헌적 근거로 거론되는 책은 맨리 P. 홀의 《미국의 비밀 운명》이다. 홀에게 귀속된 설명에서 국장 속 피라미드의 돌 72개는 테트라그람마톤, 곧 히브리어로 된 하나님의 네 글자 이름을 배열하는 72가지 방식에 대응한다. 네 글자를 72가지로 조합하면 이른바 ‘셈함 포라쉬’가 만들어지며, 프리메이슨 오컬트 신봉자들은 이를 자연의 법칙과 힘, 에너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돌의 수와 이름의 배열을 맞추는 이유는 하나님의 신비한 이름을 불러 초자연적 존재를 묶거나 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홀의 설명에서 자연의 힘과 에너지로 불리는 것들을 그 이름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관념이며, 카발라와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여러 오컬트 교리의 중요한 신조로 소개된다. 따라서 72는 통제하려는 존재들의 수이면서, 그들에게 작용하기 위해 부르는 신적 이름의 배열 수이기도 하다.
천장화에서는 별의 개수만큼 모양도 중요해진다. 신격화된 프리메이슨 조지 워싱턴을 둘러싼 별이 왜 오각별이어야 하는가에도 같은 결박의 원리가 적용된다. 72라는 수가 악령들과 신적 이름을 가리킨다면, 오각별의 형태는 그 초자연적 영향력을 묶거나 풀어 주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천장화 둘레의 별은 개수뿐 아니라 오각별이라는 형태까지 초자연적 힘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풀이된다.
오각별의 역할을 뒷받침하는 문헌으로는 《솔로몬의 열쇠》와 《솔로몬의 작은 열쇠》가 거론된다. 중세 마술서, 곧 그리무아르로 소개되는 이 두 책은 오시리스에 해당하는 오리온과 아폴로에 해당하는 플레이아데스를 그러한 힘들이 머무는 곳으로 지목한다고 전해진다. 그 영향력을 결박하거나 풀어 주는 데 오각별의 형태가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도 함께 제시된다.
이 마술적 체계에서 천체와 이름, 형상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천체는 힘이 머무는 거처이고, 신적 이름은 그 힘을 통제하려고 부르는 이름이며, 오각별은 통제에 사용하는 형상이다. 국장과 천장화, 돔과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수와 이름, 별의 형태가 함께 작용하여 고대 신들의 힘을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세계 왕의 부활을 기다리는 수도
워싱턴 D.C.의 돔과 오벨리스크, 묘실과 장식을 오컬트 의례의 도구로 보는 이들은 수도의 건설 목적부터 의심한다. 도시 곳곳에 고대 신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정도가 아니다. 장차 돌아올 오시리스, 곧 마지막 세계 파라오의 부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도록 처음부터 수도를 전략적으로 설계했다는 주장이다.
부활의 장소로 지목되는 곳은 사용된 적 없는 조지 워싱턴의 지하 묘실이다. 상징과 마술로 악령의 기운을 채운 빈 공간이 적그리스도의 시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추론이 여기에 더해진다. ‘크립트’가 의사당의 크립트 자체를 가리키는지, 그 아래에 마련된 워싱턴의 무덤을 뜻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어나리라고 예측하는 사건은 구체적이다. 프리메이슨들이 끝없이 깊은 구렁의 존재를 소환해 왕의 몸을 점유하게 하고, 그 왕이 이시스의 자궁으로 여겨지는 의사당 돔 한가운데서 부활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예측대로라면 장소와 의례의 준비는 오래전에 끝났다. 남은 것은 철학적 제국과 초자연적 세계 왕을 예고한 고대의 비전적 예언, 그리고 성경 예언의 최종 성취다. 미국의 대외 활동에도 같은 목적이 있다고 본다. 세계 평화와 세계화를 주창하고 세계 초강대국을 자처하면서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 확산을 강요하는 미국이 고대 신비주의 철학자들의 정치적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하나의 질서로 이끌려는 나라가 미래 통치자의 부활을 위한 수도까지 갖추었다면, 그 제국과 세계 왕이 등장할 땅으로 미국보다 적합한 곳은 없다는 판단이다.
워싱턴을 요한계시록의 바빌론으로 지목하는 가설은 이 부활 시나리오에 성경 속 도성의 특징을 더한다. 세계의 왕들을 다스리는 도성, 그 도성이 앉아 있는 물, 일곱 산에 관한 묘사를 미국과 워싱턴에 대응시키면서 수도의 지형과 국가의 성격에서도 예언의 흔적을 찾는다.
많은 물 위의 도성과 ‘메릴랜드주 로마’
바빌론의 위치를 찾는 출발점은 요한계시록 17장의 ‘많은 물 위에 앉은 큰 창녀’다.
요한계시록 17:1 또 일곱 호리병을 가진 일곱 천사 가운데 하나가 와서 나와 대화하며 말하기를 “이리 오라, 많은 물 위에 앉은 그 큰 창녀의 심판을 네게 보여 주리라.
워싱턴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여자와 물의 의미를 풀어 주는 구절들이 수도를 지목하는 근거가 된다. 먼저 18절은 여자를 땅의 왕들을 다스리는 도성으로 밝힌다.
요한계시록 17:18 네가 본 그 여자는 땅의 왕들을 다스리는 큰 도성이라.”고 하더라.
바빌론이 추상적인 악의 상징에 그치지 않고 실제 도성을 가리킨다면, 여러 나라의 통치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시가 그 후보가 된다. 이어 15절은 창녀가 앉아 있는 물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요한계시록 17:15 또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네가 본 그 창녀가 앉아 있는 물은 백성들과 무리들과 민족들과 언어들이라.
워싱턴설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 백성들과 무리들, 민족들과 언어들을 미국의 다민족·다언어 구성에 대응시킨다. 미국보다 더 다양한 백성과 민족, 언어로 이루어진 나라가 지구상에 있다면 하나라도 제시해 보라는 도전적인 질문도 던진다. 미국 전체의 인구 구성을 근거로 삼아,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수도 워싱턴에서 예언 속 도성을 찾는 것이다.
미국의 국시로 제시되는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 곧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도 이때 중요한 문구가 된다. 수많은 민족과 언어, 서로 다른 문화가 하나의 나라를 이루었다는 미국의 자기 이해가 성경의 ‘많은 물’과 맞아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땅의 역사와 의례, 은밀히 전수되던 가르침이 되살아나는 비전적 부흥까지 근거로 들어, 미국이야말로 바빌론의 창녀에 관한 예언이 성취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확신한다.
수도의 옛 지명과 지형에서는 요한계시록 17장 9절의 ‘일곱 산’에 해당하는 흔적을 찾는다.
요한계시록 17:9 지혜 있는 생각이 여기 있으니 일곱 머리는 그 여자가 앉은 일곱 산이요
일곱 산을 일곱 언덕으로 풀이해 로마를 지목하는 견해가 대부분 학자의 입장으로 소개된다. 워싱턴설도 로마와의 연관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학자들이 어쩌면 ‘엉뚱한 로마’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되묻는다. 워싱턴 D.C.가 들어선 터는 미국 건국 이전부터 ‘메릴랜드주 로마’로 알려져 있었고, 워싱턴 역시 일곱 언덕 위에 세워졌다는 설명을 내세운다. 로마라는 지명과 일곱 언덕이라는 지형을 함께 갖춘 미국의 수도에서 예언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요한계시록의 표현 | 워싱턴설이 대응시키는 대상 |
|---|---|
| 땅의 왕들을 다스리는 큰 도성 | 여러 나라의 통치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수도 |
| 백성들과 무리들과 민족들과 언어들 | 미국 전체의 다민족·다언어 구성 |
| 여자가 앉은 일곱 산 | ‘메릴랜드주 로마’라는 옛 지명과 워싱턴의 일곱 언덕이라는 설명 |
이렇게 보면 워싱턴은 로마를 닮은 도시를 넘어 새로운 로마이자 부활한 로마제국의 중심이 된다. 로마를 가리킨다는 다수 학자의 성경 이해는 받아들이되, 그 예언적 역할을 미국과 워싱턴에 부여한다. 부활하는 것은 옛 정치 체제만이 아니다. 바빌론의 영에 이끌리는 제국이 마지막 때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람들을 짐승 숭배로 이끌다가 마침내 모두를 지배하리라는 전망도 포함된다. 미국을 ‘일곱째이자 마지막 왕국’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러한 정치적 지배와 영적 지배가 함께 담겨 있다.
서쪽 대륙의 예언과 ‘위대한 소환’
미국에 부여된 운명은 거대한 서쪽 대륙의 등장을 예고했다는 고대 전승과도 맞물린다. 고대의 이교 예언자들과 철학자들이 내다보았다고 전해지는 미래에는 그 대륙이 마지막 때 ‘철학적 제국’으로 세계를 이끌고, 오컬트 신비종교들이 그곳에서 다시 주류로 떠오른다. 이 대목에서 예언자나 문헌이 구체적으로 추가되지는 않는다. 워싱턴의 지명과 건축에서 찾았다는 징표들을 앞서 거론한 서쪽 대륙의 오랜 운명에 포개어, 그 예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계획을 오늘날까지 보존하고 실행해 왔다는 혐의는 비밀결사와 딥 스테이트를 향한다. 비밀결사는 비전적 믿음을 전수하고 의례를 실천해 왔으며, 딥 스테이트는 그 의제를 세계 정치에 옮겨 왔다고 주장한다. 의례의 목적도 옛 가르침을 기억하거나 정치에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적 존재를 불러내면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아래, 그 존재들의 개입으로 현실 자체를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귀속되는 최종 목표가 ‘위대한 소환’이다. 오시리스와 아폴리온, 마지막 세계 왕인 적그리스도를 하나의 종말론적 존재로 연결하고 그 부활을 기다린다는 주장이다. 비밀결사가 믿음과 의례를 보존하는 동안 딥 스테이트는 정치적 여건을 마련해 왔으며, 워싱턴의 부활 공간에서는 이 두 준비가 초자연적 존재의 출현으로 결실을 맺으리라고 본다.
워싱턴이 바빌론일 수 있다는 물음으로 시작한 가설은 결국 강한 확신으로 끝난다. 루시퍼적 비밀 운명이 ‘의심의 여지 없이’ 바로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단언이다. 미국을 ‘짐승의 뱃속’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계획을 바깥에서 지켜보는 나라가 아니라, 계획이 진행되는 내부 공간이라는 뜻이다. 《벨리 오브 더 비스트》라는 제목은 이 비유를 담고 있다.

하나님을 밀어내는 세계 체제와 인간의 마음
이 경고가 겨냥하는 것은 권력 조직과 비밀 의례만이 아니다. 인간을 높이고 하나님을 낮추는 질서는 갈수록 냉담하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자리한다는 신앙적 진단이 따른다. 하나님을 완전히 부정하는 태도와 그분의 자리를 거짓 신들, 신비주의, 인본주의로 채우려는 태도는 모두 창조주를 밀어내고 인간의 위상을 부풀린다. 그러므로 권력을 쥔 소수를 경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자 무엇을 높이고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가는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세계의 사건들 속에서 성경 예언이 전 지구적으로 성취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확신이 이 권면을 뒷받침한다. 마지막 때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먼 미래가 아니라 약 2,000년 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점점 격화되어 왔다고 본다. 마지막 왕국이 나타날 장소를 알아내는 데서 관심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다가올 심판 앞에 어떻게 설 것인지가 자신의 문제로 남는다.
세상을 보며 많은 의문을 품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답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동안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죄 많은 인간이 거룩하고 의로우신 창조주와 화해할 길이 필요하다. 여기서 제시하는 유일한 길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 희생이다.
요한복음 14:6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느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아버지께 나아가는 사람은 그분의 희생으로 구속을 받고, 하나님께서 인류를 위해 마련하신 궁극적인 계획에 참여한다. 자신에게는 구원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이 초청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다가올 심판에서 구원받을 길을 이미 마련하셨으며, 구원받은 사람을 영적으로 입양하여 자신의 아들과 딸로 받아들이신다. 구원은 심판을 피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의 가족이 되어 왕가의 영원한 유업을 상속받는 데까지 이른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구원과 십자가의 대가
구원이 자신에게도 필요한지는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선하게 살았는지 비교해서 판단할 수 없다. 로마서가 묻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평판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의로움이다.
로마서 3:10 기록된 바와 같으니 “의인은 없나니 없도다, 한 사람도 없도다.
로마서 3:23 이는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다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더라도 하나님의 기준 앞에서는 누구나 불완전한 죄인이다. 구원이 특별히 악한 일부 사람에게만 필요한 일이 아닌 까닭이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했기에, 누구도 자신의 의로움을 내세워 구원이 필요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나님께서 인간이 스스로 깨끗해져 사랑받을 자격을 갖출 때까지 기다리신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를 떠나 죄 가운데 살던 인간을 사랑하셨고, 그들을 구원할 계획을 마련하셨다.
로마서 5:8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써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향한 그의 사랑을 나타내셨느니라.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에서 그 사랑의 크기와 힘이 드러난다. 구원의 길을 연 것은 인간의 의로움이 아니라 아직 죄인이었을 때 베푸신 하나님의 사랑이다. 왜 그리스도의 죽음이 필요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로마서는 죄와 죽음이 세상에 들어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서 5:12 이런 연유로 한 사람에 의하여 죄가 세상으로 들어오고 그 죄에 의하여 사망이 왔으니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었느니라.
죄가 세상에 들어오는 통로가 된 한 사람은 아담이다. 아담을 통해 들어온 죄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완전한 세상을 부패시켰고, 그 결과는 아담 한 사람에게 머물지 않았다. 타락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죄와 죽음이 전해졌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죽음 역시 모두에게 이르렀다.
로마서 6:23 이는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선물은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로 말미암은 영원한 생명이기 때문이라.
죄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으며, 그 대가는 죽음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이 죄 때문에 받아야 할 죽음을 대신 겪으심으로 그 죄값을 치르셨다. 십자가의 사랑은 죄의 대가를 외면하지 않고 대신 감당한 사랑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희생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주신다. 인간이 영생을 받고 하나님 보시기에 깨끗해질 수 있는 길은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다. 스스로 자신을 깨끗하게 만들어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대가를 치르시고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구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믿음과 고백으로 응답하는 삶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더없이 큰 은혜의 선물에 대한 응답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고백하는 것이다. 로마서 10장 9절부터 11절은 믿음의 내용과 믿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약속을 함께 밝힌다.
로마서 10:9 네가 네 입으로 주 예수를 시인하고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들로부터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구원의 약속은 막연한 종교적 기대가 아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부활을 믿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위해 죽으셨다는 소식을 듣는 데 머물지 않고, 하나님께서 그분을 죽은 자들로부터 살리셨음을 마음으로 믿으며 입으로 주 예수를 시인하는 응답이다.
로마서 10:10 이는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에 이르기 때문이라.
마음의 믿음과 입의 고백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죄와 죽음의 해답인 그리스도의 희생을 자신과 무관한 소식으로 남겨 두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구원의 약속으로 받아들일 때 믿음은 고백으로 드러난다.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에 이른다는 말씀은 그 응답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로마서 10:11 성경이 말씀하시기를 “그를 믿는 자는 누구나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고 하였느니라.
로마서 10:13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누구나 구원을 받으리라.
그 약속은 그리스도를 믿는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 자신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자신의 처지를 이유로 스스로를 제외할 필요가 없다. 그를 믿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으며, 주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구원받으리라는 약속이다.
그러나 주의 이름을 부른다는 말을 특정 문구를 읊기만 하면 효력이 생기는 주문이나 주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구원 권면에서 진정한 믿음은 부활하신 왕 예수께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맡기고 헌신하는 것이다. 입으로 주의 이름을 부르는 고백에는 그분께 삶을 맡기는 신뢰가 함께해야 하며, 하나님의 가족 안에서 믿음으로 살아갈 때 나타나는 실제 삶의 변화가 그 믿음을 증거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구원의 초청은 응답을 가로막는 교만을 내려놓고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지금 받아들이라는 요청이다. 주의 이름을 부르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의 값이 모두 치러지는 구원을 받으라고 권면한다. 그 초청에는 하나님 앞에서 온전하고 의롭게 되어 영원한 하나님의 가족에 속할 수 있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그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삶은 인간이 창조된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구원의 메시지는 시대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소식으로,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일은 한 사람이 평생 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정으로 강조된다. 아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면 먼 훗날로 미루지 말고 오늘을 자신의 구원의 날로 삼으라는 간절한 권면이다. 마지막 기도는 그리스도의 성령께서 각 사람을 인도하고 존재의 모든 부분에 넘치시며,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를 구한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맡기는 고백에 이어, 그 삶 전체를 성령께서 이끌어 주시기를 바라는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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